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 - 길에서 만난 인문학, 생각을 보다
김정희 지음 / 북씽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여행전문가도 인문학 전문가도 아닌 사람에게서 여행과 인문학에 대해 듣는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는 여행과 인문학을 오늘의 길을 걸으면서 옛사람들의 흔적을 찾는다는 컨셉트를 가지고 떠나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지나 다시 봄으로의 발걸음을 옮기며 여행을 떠나봅니다. 그저 현재 걷고 있는 이 길이 옛사람들에게는 어떤 길이였는지 궁금했었다는 저자의 발걸음에서 과거로의 여행을 따라가봅니다.
 
길에서 만나는 세상은 마음이 가는 곳에 모든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맑게 평정되는 마음을 찾아 청평사로'에서 연못 옆 명문바위에 누가 새겼는지 모르는 선시의 내용이 지금 멈춘 이곳에서 여유와 무언가를 깨닫는 시간을 갖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사라지네

  이와 같이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나면

  곳곳이 모두 극락세계로구나  - p. 31

 

  
 
같은 장소를 계절에 따라 방문해보면 같은 장소지만 다른 모습과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과거 그 분들이 걷던 혹은 머물던 그 장소에 지금 저자가 걷는 것도 내가 머물러 있는 곳도 그렇게 생각하면 결코 같은 장소라는 이름만 있을 뿐 전혀 다른 장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리적으로 같은 장소일지는 모르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곳은 결코 같은 곳일 수 없기에 과거 그 분들이 머물러 느꼈던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해받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그 분들이 걷고 느꼈던 그 길을 나 역시 저자를 따라 걷고 느껴보고자 합니다.
 
  

 이런대로 저런대로 되어가는대로

바람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런대로 살고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런대로 보고

손심 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시정물건 사고파는 것은 시세대로

세상만사 내 맘대로 되지 않아도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보낸다. - p. 82

 

 

세상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 길을 나서 무작정 걷기도 합니다. 여행이라는 이름하여 어디론가 떠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언가를 소리내어 읽어보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기도 하는데 책 속에 '활짝 핀 내소사 꽃창살'이라는 글에서 부설거사의 팔죽시가 이럴때 읽으면 딱 좋은 글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그냥 정처없이 떠돌던가 계획하에 떠나는 여행이던가 모두 내 맘 같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을에 접어들어 이 책 속 가을 이야기 중 '가을 서련지에 연꽃이 피면'을 읽다보니 요즘 인터넷의 새로운 다양한 모임에 대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옛사람들에게서 지금 우리가 모이는 연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음주가무'라는 글을 옛사람과 지금 우리들은 같이 읽지만 그 뜻은 분명 조금 차이가 있는듯 합니다.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초가을 서늘할 때 서련지에서 연꽃 구경을 위해 한 번 모이고, 국화가 피면 한 번 모이고, 겨울철 첫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이고, 한 해가 저물 무렵 분에 매화가 피면 한번 모이되, 모임 때마다 술, 안주, 붓, 벼루 등을 준비하여 술 마시며 시 읊는데에 이바지한다. - p. 128

  

 

겨울. 이제 곧 겨울이 찾아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두 발과 온 몸으로 여행을 다니지만 그렇게하지 못하는 다양한 사연이 있는 분들은 책에서 그 여행의 즐거움을 찾는 것 같습니다. 바로 겨울에 만나는 '책으로 만나는 여행의 즐거움'에서 표암 강세황의 <산향기>에서 이런 마음을 옅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봄, '남도의 바람소리에 잠 못 이루다'에서 <남도흥타령>의 가사를 보니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생인지... 지금보다 어렸을 때 비슷한 꿈을 수없이 반복적으로 꾸었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과연 무엇이 내가 있는 현실의 이야기였는지 말입니다.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다 꿈이로다.

너도 나도 꿈속이요 이것 저것이 꿈이로다

꿈깨이니 또 꿈이고, 깨인 꿈도 꿈이로다.

꿈에 나서 꿈에 살고, 꿈에 죽어 가는 인생 부질없다

깨려는 꿈, 꿈은 꾸어서 무엇을 헐거나

아이고 대고 어허 흥 성화가 났네 헤  - p. 237

 

 

 

<돌아가는 길에도 풍경은 있다>라는 제목이 이 책을 만나게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 뿐만이 아니라 잠시 멈춘 이 자리,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자리, 그 길에도 풍경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길은 시작되고'라는 글이 아니더라도 내가 걷는 이 길이 내가 잠시 멈췄다고해서 길이 아닌 것은 아닌 것처럼 언제나 그 길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길에는 여전히 풍경이 있다는 것을...

 

어제 옛사람들이 걷던 그 길과 내가 걷는 이 길이 같을수도 다를 수도 있지만 변화하는 풍경 속에 분명 비슷한 무언가도 얻을 수 있고, 서로 다름 속에 더 낳은 무언가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두루두루 돌아보는 길 위의 풍경이 오늘도 내일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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