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 현대인의 삶으로 풀어낸 공자의 지혜와 처세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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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익숙하지만 왠지 어려운 논어를 풀어내다.


   논어는 너무도 익숙한 동양 고전이지만 누군가가 "논어의 내용이 뭐죠?"라고 물으신다면 그저 "음.. 좋은 내용이죠"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고하신 공자께서 평소 하셨던 꼬장꼬장한 이야기들을 모은 책이라는 것 말고 디테일하게 아는 게 없는 그런 책이 아닐까 합니다. 매번 논어라는 단어가 포함된 책이 보일 될 때마다 '한 번은 읽어봐야 할까?'라고만 생각하고 말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와중에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로 논어를 접한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수많은 논어 해설서가 있지만 이 책은 이해가 쉽다는 점에서 탁월합니다. 이 책은 "논어에서 공자가 말하는 바는 이런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책이 아닙니다. 하나의 문장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작금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런 해석이 더 유효하지 않을까라고 제안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표현하자면 겸손한 접근이 눈에 띄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자가 해석을 대충 하거나 적당히 다루는 방식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양한 대가들의 해석을 참고해 꼼꼼하게 분석하고, 일부는 실제로 소개하기도 하면서 가정 합리적인 해석을 찾고자 노력하는 태도가 흥미롭습니다. 내용을 풀어내는 방식에서도 읽기 쉬운 구어체의 문장을 사용해 가독성을 높이고 흥미를 유지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입니다.


​   그럼에도 '논알못'인 저에게는 좀 힘든 부분도 있었습니다. 읽기는 쉬운데 읽어도 확 와닿지 않는 부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어쩔 수없이 기본적인 장벽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에 더욱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도록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한 부분은 상당한 장점인 듯합니다. 학자적 입장에서 해석하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아마 끝까지 못 읽고 포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논어를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을까?


   논어가 중국의 고전인 만큼 중국인 저자 <판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름 자체도 예사롭지 않은 어감의 저자는 대룍의 스케일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가 운영하는 독서회 [판덩독서]는 회원이 4천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거의 우리나라 인구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말들과 의견이 오갈지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아마도 조심스러운 저자의 태도 자체가 이런 상황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제 대학토론회에서 우승했던 이력도 독특합니다. 토론을 잘 한다는 것은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스스로 잘 정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의미입니다. 저자는 여기에 특유의 겸손함까지 더해서 많은 분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회원이 있다 보니 저자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분들도 많았던 모양인데 이를 의식해서인지 책 전반에서 조심스러워하는 뉘앙스가 눈에 띕니다. 다행히 이런 조심스러움이 겸손함으로 나타나고 있어 더 다양한 독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삶의 양상이 바뀌고 환경과 기술력이 변화하기는 합니다만, 사람이라는 기본 요소는 여전히 과거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모여 이룬 사회는 근본적으로 예나 지금이나 거의 동일합니다. 그렇기에 공자 시대의 이야기를 모은 논어는 고리타분한 옛날 꼰대 이야기 같은 느낌임에도 지금 시대에 가져와도 큰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공자의 한 마디 한 마디를 현제 사회에 적용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 책이 특별히 좋았던 점은 저자의 점증적인 전개 방식이었습니다. 매 챕터마다 논어 속 문장을 그대로 보여주고 단순 번역문을 보여준 다음, 공자 당시의 에피소드를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줍니다. 여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의 에피소드로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의견과 주장을 추가적으로 소개하거나 유명한 속 내용을 함께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저자는 저자의 주장이나 해석에 대해 조심스럽게 소개하는 단계적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결국 독자는 큰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공자의 의도와 철학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평소 논어에 대해 관심을 있으나 어렵게 느꼈던 독자들이 계시다면 이 책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부터 시작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어렵지도 가볍지도 않은 균형을 매우 잘 지킨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중국인들이 선택한 이 책이 우리에게도 변함없이 잘 적용 가능한지 한번 확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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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깨비, 홍제 - 인간의 죽음을 동경한
양수련 지음 / 북오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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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읽는 재미를 보장하는 판타지 소설

 

양수련 작가님의 신간 <나의 도깨비, 홍제>는 아주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우선 설정이 익숙합니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도깨비> 이후, 현대적인 도깨비의 이미지가 무척 친숙해서 도깨비의 등장이 참신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만약 드라마 도깨비 이전에 이 소설이 나왔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전래동화 같은 구닥다리 느낌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도깨비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도깨비가 인간처럼 현대에 등장한다는 설정이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데다가 상상하기도 좋습니다.

 

소설을 읽는 데 있어(특히 장르소설의 경우) 얼마나 익숙하고 편안하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상당히 영향을 크게 미칩니다. 예를 들어 조영주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미스터리 소설 <절대적인 행복의 시간, 3분> 같은 경우 생각보다 독자들의 사랑을 크게 받지 못했는데,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독자들 입장에서 이 설정이나 세계관 등이 익숙하지 않아 생소하고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사람은 소설에 등장하는 코스프레 덕후들의 심리나 정신세계가 잘 이해가 안 돼서 공감이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저 같은 독자가 꽤나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인간 사회에 등장하는 도깨비라는 설정은 익숙하게 받아들이기 좋은 환경에 있습니다. '으응?'이 아니라 '아아~~'하고 대충 느낌이 오는 그런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신에게 이미 익숙한 개념에서 약간의 신선함이 느껴질 때 가장 편안하게 즐기게 됩니다. 지나친 생소함에서 오는 신선함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익숙함 속 신선함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왠지 유치한 듯한 웹 소설이 그렇게도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겠지요.

 

양수련 작가는 소설을 그저 익숙한 설정에 머물게 두지 않았습니다. 이 설정 속에서 약간의 비틀기를 시도했고 굉장히 효과적이었습니다. 보통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익숙한 건 주인공이 어떤 이유로 차원이 다른 이 세계로 옮겨가게 되고 그 속에서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아 모험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반대로 특별한 능력이 있는 도깨비라는 이 세계의 존재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인간 세계로 넘어오는 방식입니다. 이 세계 물로 치면 이 세계의 몬스터가 인간세계로 넘어와서 인간들과 어울려 지내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심지어 주인공이 몬스터가 되는 것입니다. 요 정도의 비틀기라면 설정부터 흥미를 끌기에 충분합니다.

 

게다가 추한 몬스터와는 다르게 우리의 전통 도깨비 "홍제"는 멋진 청년의 모습에다가 매력이 철철 넘치니 남녀 모두 좋아할 판타지적 요소가 빠짐없이 포함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런 조건이 도깨비가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환상적이고도 러블리하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의 결합과 연결이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잘 되었습니다. 양수련 작가의 능숙한 스킬이 소설의 완성도를 매우 높게 뽑아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인생의 유한성에 대한 수준 높은 고찰이 돋보이는 소설

 

도깨비라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불멸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한한 생을 가진 인간이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유한하기 때문에 희소성을 보장받기 마련입니다. 죽지 않는다는 조건이 마냥 축복일 수만은 없습니다. 차라리 '내가 죽고 싶을 때까지는 살수 있다' 정도의 조건부 불멸이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런 유한성에 대한 생각은 인간이 욕망하는 존재이고 욕망의 정도에 따라 삶의 욕구가 강렬하게 또는 무기력하게 나타나게 되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욕망의 정도와 크기와 형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너무 빨리 죽게 되는 인간에 대한 유한성은 사람들의 좀 더 살고 싶은 욕망을 매우 자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수련 작가는 도깨비 홍제라는 인물을 통해서 무한한 수명을 보장받는 존재의 모습을 다방면으로 조망하면서 삶의 무한성과 유한성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주도합니다. 도깨비 홍제 스스로의 내면을 묘사하는 방식뿐 아니라, 인간의 존재인 주변 인물들의 태도와 반응을 통해서도 비교해 보여줍니다. 또한 주변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서도 유한함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와 자세를 보여줍니다. 마치 너는 어떠냐고 묻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묻지 않지만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하는 매우 훌륭한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욕구가 채워지면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이익을 위해 배신을 선택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통해 인간들의 비열함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거기에 자기희생이라는 숭고한 태도에 대한 긍정적인 묘사도 흥미롭습니다. 주인공 도깨비 홍제를 대하다 보면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하는 마법사 하울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 있는데, 신비롭기도 하지만 그저 좋기만 한 것이 아닌 복잡한 내면의 갈등이 잘 느껴지는 부분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도깨비의 섬에서 매일 잔치를 즐기던 오만한 도깨비 신분에서 추방되어 인간 세상에서 개고생을 하다가 자기희생이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험한 후 다시 도깨비 섬으로 돌아와 마무리되는 액자소설 형태의 판타지 소설입니다. 인간 세상에서 전개되는 이야기가 시기와 장소를 왔다 갔다 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정신줄을 놓으면 자칫 흐름을 놓칠 수 있는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짜인 훌륭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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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고전적인 이야기를 현시대와 잘 연결하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판타지 소설에도 접목했습니다. 덕분에 기존에 없었던 아름답고 기품이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재미를 잃지 않는 적정선을 잘 살려내었습니다. 보다 한국적이면서도 생각해 볼 만한 거리가 있는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 상당히 만족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설입니다.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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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상처받은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법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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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한 기본, 자기 돌보기

   인간관계의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해결되지 않는 숙제와 같습니다.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행복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사람들이라고 해서 꼭 숫자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한 명 이상이 나를 사랑해 주고 나 또한 깊이 신뢰하는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의 문제가 이 책의 핵심 내용입니다.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의 저자 후션즈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관계 심리학자입니다. 20여 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상담하며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관계 문제에 대한 일련의 결론을 도출하고 세부적인 상황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상담의 기록이자 결과물을 이 책에 담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반 교양 심리학으로 분류되는 분야다 보니 저자가 소개하는 문제는 물론 주의해야 할 부분과 원인 분석, 그리고 결과 도출과 제안들이 완전히 새롭거나 신선한 느낌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 아래 인간관계의 문제는 늘 있어왔고, 중국인이라고 해서 인간 관계 문제에서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케이스를 우리 독자들에게 직접 대입해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대인 관계의 근본 원인이자 시작은 결국 자기 돌보기라고 설명합니다.


"20년간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고 상담한 끝에 불안전한 관계, 관계의 두려움, 불안, 단절과 회피, 피해 의식은 모두 ‘나’에서 출발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연구해 보지 않아도 메타 인지적(?)으로 그럴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만, 20년간 15,000시간이나 상담을 하고 얻은 결론이라고 하니 더욱 신뢰할 만합니다. 만 시간의 법칙을 점오배나 넘었으니 통달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나에서 너, 우리로 관계 확장하며 성장하기


   저자의 설명처럼 관계의 문제는 우선 나를 알고,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자기 돌보기는 트라우마 극복하기, 외로움 이기기, 열등감 해결하기,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기 등의 단계를 거칩니다. 자기를 잘 세우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설명은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었던 독자들도 다시 생각하고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자기 돌보기를 넘어서면 자신만의 경계에서 살짝 나와 타인과 관계를 점검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우선 타인과 접속하기 위해 자신만의 벽을 깨고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서는 곤란합니다. 자기만의 가치관이 정확히 서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기울어진 관계를 맺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저자는 관계를 시작하는 첫발을 내딛는 이런 문제를 실제 사례와 함께 짚어주고 조언합니다.


   이제 조금 더 나아가 가까운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방법과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설명합니다. 가깝고 친밀한 관계에서의 문제는 한 인간의 일생을 좌우할 만큼 심각하게 작용합니다. 그만큼 영향을 크게 주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나 형제 같은 가족 관계는 특히 그렇습니다. 내면의 문제나 트라우마, 이상 행동 등을 가만 살펴보면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부모나 가족에게 받은 상처나 부적절한 메시지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 반드시 체크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저자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이 숨어 있다고 하면서 누구보다 인정과 신뢰, 존중의 태도를 취해야만 한다고 조언합니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있어서 저자는 우선 솔직하고 대범해져야 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수치심의 문제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타인과의 비교 의식을 조심하고, 오히려 거기에 매몰되기보다 뛰쳐나와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조언해 주고 있습니다. 각 소챕터마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 문제를 설명함에 있어 특정 상담자의 고민 내용 공개, 예상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나열, 몇 가지 해결할 수 있는 제언 등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실제 하며,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순차적으로 잘 설명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여러 문제와 이슈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어떤 것인지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자의 조언들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가의 문제는 별개이지만 적어도 내가 알아야 하고 주의해야 할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관계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 용기!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간관계를 잘 맺는 것입니다. 이런 인간관계의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것은 용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대한 용기인가 하면 내가 기대하는 만큼 상대도 나와 잘 지내고 싶어하고 어울려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믿는 것에 대한 용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나쁜 마음을 먹고 있고 잠재적으로 나를 해할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먼저 타인을 믿어보고 알아가는 시작을 해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알아가다 보면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도 알게 되고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도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마냥 두려워하고 상처받을까 피하기만 한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용기를 내어 부딪혀 봤을 때 내 기대와 다르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 내가 기대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계의 문제에 있어서 근원은 "나"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를 진심으로 드러낼 때 상대도 자신을 진심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누가 먼저일까를 고민하는 문제라면 내가 먼저 해야 합니다. 상대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손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나에 대한 두려움을 지워주고 우호적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관계를 깊게 하는 비결일 것입니다.


   후션즈의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인간이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궁극적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하고 알아야 할 부분들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나 정서적, 사고방식 패턴의 문제를 파악하고 자신과 잘 지내야 하는 문제를 먼저 체크합니다. 타인과 좋은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 점검해야 할 내면적 문제에 대해 알려주고,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가까운 관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과 이겨내야 할 부분을 놓치지 않고 조언합니다. 그리하여 타인의 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비결은 물론 이런 관계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부분까지 총망라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계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이나, 책을 통해 다양한 심리학적 문제를 돌아보기를 원하시는 분들, 이미 잘 하고 있지만 혹시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 몰라 점검해 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을 한번 정독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갑자기 관계의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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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라 - 내 삶에 변화를 끌어내는 핵심 전략
배정환 지음 / 미디어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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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가. 만. 이" 원칙!


다양한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원칙을 만나게 됩니다. 성공의 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기에 대체로 일맥상통한 주장들이 많습니다. 제일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행동하라!"입니다. 물론 행동을 위한 바른 철학을 장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실질적인 "성공"이 무엇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각자가 원하는 성공의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뭐가 되었건 "행동"을 해야 합니다. 배정환 작가의 신간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라>는 이렇게 성공의 핵심인 "행동"에 방점이 찍힌 책입니다.



이 책은 행동을 어떻게 하면 되는가의 문제를 실용적이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은 집에 혼자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어디가 되었건 무조건 '가고, 만나고, 이야기를 하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뭘 당연한 이야기를 하나?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막상 각자의 삶으로 들어가 보면 의외로 생각만 하고 행동을 미루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이 계신다면 "행동"에 대한 조언이 담긴 책을 읽는 행위를 한 것이니 적어도 가만히 있는 분들은 아닐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가고, 만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이 책이 큰 인기를 끄는 것도 행동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 실제적인 문제가 남습니다. 저자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섭렵함은 물론 오랜 개인 사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어디를 어떻게 갈 것인지, 누구와 만날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예시와 함께 풀어줍니다. 유명한 해외 작가의 훌륭한 자기 계발서가 많습니다. 이런 책들은 막상 읽어보면 원칙적인 개념은 좋을지 몰라도 문화적, 환경적 차이 때문에 막상 내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작가가 우리 현실과 실정에 맞게 쓴 이 책이 실용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라'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을 대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런 주장을 하는 당신은 뭘 제대로 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언은 조언자의 삶과 생활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일 때 힘을 얻습니다. 그러므로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이런 주장을 하는 저자의 삶과 결과물을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저자 배정한 씨는 20여 년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온 프리랜서 사업가입니다. 지속적으로 자기 사업을 해왔다는 말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업과 광고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은 적어도 밥줄이 끊길 일 없이 성공적으로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선배들 중에는 카 세일즈맨도 있고, 보험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이분들은 다들 15년 이상 일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판매왕, 보험왕이 아니더라도 15년간 꾸준히 쌓아온 고객을 보면 관리만 해도 정신없을 정도로 많은 인맥이 쌓여있었습니다. 원칙을 지키고 신의를 지키는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을 관리하면 차츰차츰 복리처럼 쌓이는 고객 명단을 통해 많은 소개가 일어나고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저자 역시 본인의 사업을 오랫동안 꾸준히 해오면서 쌓아온 인연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토대로 이제 시작하는 분들, 뭔가 해보려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분이기도 합니다. 시작은 100권의 독서와 블로그 서평 포스팅에 대한 목표와 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목표를 잡는 것이 우선 중요한 것이고 일단 무조건 시작하는 것이 그다음입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반복 노력하는 것이 성과의 최종 비결입니다.



독서와 서평을 시작으로 같은 취미와 꿈을 가진 사람들과의 간접 만남, 소통으로 힘을 얻고,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고, 카카오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며, 네이버 팟캐스트와 유튜브도 운영하는 책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꿈의 도서관>이라는 강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저자는 자신이 행동하고 실천해 온 원칙을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책 어디에도 스스로에 대한 자랑이나 으스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분이 이루어 놓은 결과물은 자랑할 만하다고 보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거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어떤 이상적인 모습에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 쓰인 다양한 조언과 원칙들이 더 힘을 받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3. 준비가 부족해도 일단 움직이라


사람은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스스로 완벽하게 납득되기 전에는 한발 작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뭐가 맞고 틀리는가는 없습니다. 다만 원하고 바라는 성과가 어떻게 해야 달성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확실한 것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100%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고 조언합니다. 저도 행동이 굼뜨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이라 이 조언이 뼈저리게 다가옵니다만, 막상 조언한다고 갑자기 내 행동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계발서 무용론은 이런 부분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너무 좋은 조언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바로 적용하지 못합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기 탓보다는 자기 합리화에 익숙합니다. 생존을 위해 어쩌면 당연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책 내용이 허황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바꿉니다.



책 속 조언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뼈 때리는 조언을 들어도 움츠리고 있는 스스로가 문제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행동을 하는 자체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 조언합니다. 특별히 정해진 곳이나 사람이 없다면 일단 카페가 되건, 공원이 되건 어디든 무조건 나가라는 것입니다. 당장 누구를 만나고 대면하는 것이 아니니 그 자체는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저 반복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다 보면 나를 알아보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며 이를 통해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다만 어딜 가건 같은 곳, 같은 시간 등 누군가가 나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정해진 패턴으로 행동하라고 합니다. 이는 일종의 개인 브랜딩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조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행동하는 것의 유익은 또 있습니다.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점점 소극적이 되고 마음이 무거워져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기 쉽습니다. 무조건 행동부터 하면 당장은 의도대로 되지 않고 딱히 결과도 없을 수 있지만, 그 행동을 통해 생각이 가벼워지고 점점 행동하고 결과를 얻는 선순환의 고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철저한 준비와 마인드도 무시할 수없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적절한 행동을 통해 준비해야 할 것이 새롭게 정립되고 필요한 마인드도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같이 갈 때 조화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배정환 저자의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라]는 뭔가 새로운 일을 찾는 분이거나 인생의 전환기를 기대하는 분, 뭔가 할 엄두가 안 나 계속 혼자 준비만 하고 계신 분 등이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개인사업을 하시거나 좋은 인간관계를 원하는 분들에게도 무척 도움이 될 책입니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편안하게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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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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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F적 소재를 잘 활용한 휴머니즘 소설의 탄생


   최근 국내 SF 소설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국내 SF 소설이 각광받는 데는 아무래도 SF적 설정과 기술적 정합성에 매달리던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는데 성공한 것이 주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초엽, 천선란 작가 등으로 대표되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SF 작가들의 작품은 SF적 설정과 소재를 활용해 지극히 인간적인 것에 주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단편적인 일반화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하지만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이런 트렌드를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있을 법한 이야기, 나도 겪을 법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관심을 더 기울입니다. SF 적인 소재와 설정이 얼마나 정교하고 실현 가능한가에 주목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겠으나 결국은 그 기술 속에 표류하는 인간의 삶과 죽음, 고민과 갈등, 사랑과 우정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소설적 흐름은 SF적 소재나 설정을 잘 활용하면서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상"을 잘 그려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지혜 작가의 신작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는 이런 조건에 매우 잘 부합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냉동인간"이라는 테마는 SF의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소재입니다. 냉동과 해동이라는 기술은 결국 인간을 미래로 보내는 타임머신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쉽게도 과거로 회귀는 불가능한 단방향적인 설정이지만 덕분에 설정이 매우 심플해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스토리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저자가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 냉동기술"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냉동하고, 어떤 절차나 기술을 통해 해동하는가에 대한 기술적인 이슈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 기술이 일반화된 사회 속에 기업, 거대 자본 등이 정치세력까지 결합한 세상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 속에 나뒹굴며 고통받고 자의적, 타의적 선택을 강요받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 냉동기술을 다루었다기보다는 활용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지혜 작가는 오래전에 과학 액션 융합 스토리 단편선 "14일의 여인"이라는 책 속 "웨딩마치"라는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정확히 어떤 이야기였는지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좋은 작품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당시 책 리뷰에서 "웨딩마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썼었습니다.


"웨딩마치"는 SF 디스토피아 소설에 가까운 작품인데 역시나 설정의 특이함이 끌리는 작품입니다. 인간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들 스스로 안드로이드로 개조되면서 인간성마저 말살되는데 수술을 거부한 주인공의 소수적 입장과 상징적으로 허무한 결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14일의 여인 중 "웨딩마치"


   돌이켜보면 그때도 정지혜 작가는 SF적 설정 속에 놓인 인간들의 입장과 내면에 관심이 많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더욱 복잡한 스토리를 통해 "냉동인간"기술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 넘치는 방식으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작가의 주제의식이 작품들을 통해 연결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무척 바람직하며 독자에게 일정한 신뢰를 준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2. 휴머니즘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사회파 소설의 장점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가 좋았던 점은 각 등장인물의 삶의 모습을 조망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인물들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까지 잘 엮어서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워낙 사회파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사회상은 특정 인간의 행동을 강제하기도 하고 현실을 도피하게도 만드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기에 더욱 설득력을 가집니다.


   단순히 냉동인간 기술을 활용하는 개인의 사연에만 이야기가 그쳤다면 소설이 제시하는 주제의식이 무척 제한적이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냉동기술을 선택하는 인간들의 심리와 제약회사로 대표되는 관련 기업들의 명분과 실리에 얽힌 함수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고, 정치, 언론 세력까지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로 단순하게 풀 수 없는 현실은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선택을 강요하기도, 선택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기도 하는 사회의 모습을 접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없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고 저마다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들 역시 인연 또는 악연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복잡하게 얽힌 인간 군상을 그리며 일말의 희망도 허락하지 않는 타이트한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그렇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서늘하고 차가운 현실을 간접 경험하며 편치 않은 마음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 속에 드러나는 사회가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근 미래라고 봤을 때, 적어도 지금과 생활 상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50년 전에 냉동된 주인공인 등장하니 적어도 안전하게 냉동할 수 있는 기술이 일반화된 시점으로부터 50년은 지난 미래라는 것인데 자동차가 날아다니거나 새로운 디바이스가 상용화되거나 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거나 하는 식의 설정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현대 사회와 동일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분명 SF 지만 SF 같지 않고 마치 사회파 논픽션 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각 등장인물 간의 관계 설정이 다분히 소설적이기에 그나마 소설 같은 냄새를 풍깁니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인연으로 엮여 있습니다. 이런 우연 같은 설정이 소설적입니다. 또한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범죄적 현실이 빠짐없이 너무나 고르게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극적이고 소설적입니다. 이런 소설적 특징 때문에 큰 틀에서는 결국 돈이라는 문제에 수렴하게 되는 인간의 욕망과 회피 본능을 끊임없이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3. 소설에 담긴 철학적 고찰, 기술은 인간을 행복으로 이끄는가?

   이 소설이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소설은 이야기 전체를 통해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견인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냉동기술 자체만 생각하면 인간을 냉동하는 목적에 대해 지금의 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의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미래로 유보하는 것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냉동과 해동, 보관 등에는 비용이 수반되고 돈을 가진 사람만 냉동이라는 설루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 기술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아픈 사람의 죽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로 보내는 것뿐 아니라, 의외의 다양한 이유로 냉동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소설 속에 여실히 드러나는 문제입니다만, 단순히 현실을 피하고 싶은 사람이 미래를 막연하게 낙관하고 냉동을 선택하기도 하고, 감출 것이 많은 범죄자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 냉동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냉동 기술이 건강 문제보다는 현실 회피 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된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합의를 통해 냉동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환자들이라고 공표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등장인물 '규선'의 목소리를 통해 대다수는 질병과 상관없는 이유로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한, 다양한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통해 현실을 피해 냉동이 된다고 해서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회피한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더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기가 바뀌고 지구가 멸망한대도 냉동시설만 파괴되지 않는다면 냉동된 채로 계속 머물 수 있다. (중략) 오늘 냉동되고 해동되고 사망한 열한 명의 인간 중 질병과 연계된 이는 알츠하이머 환자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인생을 잠시 유보하기 위함이었다. 세상이 바뀌길 바라며, 어찌해도 나 자신은 바꿀 수 없으니까.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다음 생의 나에게 희망을 건다. 뭐 이런 이유들."



   저자는 소설 전반을 통해 냉동 기술을 선택하건 안 하건 인간 내면의 문제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조금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시간적 회피만으로 나아지는 경우는 보기 힘들며,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사회적 편견을 견뎌내야 하는 등의 문제까지 가중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누구도 냉동 기술의 덕에 행복을 찾은 인물은 없습니다. 단지 그런 희망을 품는 사람들만 등장할 뿐입니다. 분명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냉동 기술을 활용해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을 터인데, 소설 속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자는 소설 속 냉동인간 기술로 대변되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행복을 증진한다는 그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희망과는 달리, 이 소설 어디에도 따뜻하고 희망적인 느낌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읽고 나면 가슴이 서늘해지고 등장인물들의 선택과 인생을 애도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지는 것입니다.


   냉동인간 기술이 상용화되는 근미래 사회에서 미래의 내가 당면할지도 모를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는 좋은 소설입니다. SF 소설이 어렵게 느껴지시거나 지나친 기술적인 묘사는 싫지만 SF적 설정에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상당히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등장인물로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에 읽는 과정에 혼란스러울 소지가 다분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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