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탐정 유동인 - 더 비기닝 서점 탐정 유동인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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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의 매력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를 완결한 김재희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는 의외로 코지 미스터리였습니다. 작가의 이력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는 점은 작가의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입니다. 개인적으로 코지 미스터리보다는 사회 파나 경찰 소설 같은 비교적 무거운 작풍을 좋아하기는 합니다만, 거의 읽어보지 않았기에 취향을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독성 만큼은 담보되어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코지 미스터리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김재희 작가 특유의 털털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특성을 감안하면 그의 코지 미스터리는 분명 뭔가 색다른 요소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상대적인 차이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흥미롭고 매력적인 소설임은 분명했습니다. 일본 코지 미스터리는 뭔가 친해지기 어려운 묘한 장벽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정서나 문화 차이일 수도 있고 저의 선입관일 수도 있겠지요. 몇 번의 시도 끝에 극 초반부 몇 장을 읽다가 포기하는 경험을 반복하다가 더 이상 일부러 찾아 읽지 않게 되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연히 서점을 사랑하게 되고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에 대한 묘한 동경이 있기 마련입니다. 책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직업군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늘 서점에 상주하고 관련해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면 상대적으로 무척 친근하게 느끼기에 유리합니다. 이런 면에서 입니다. 소위 먹고 들어가는 설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의 기본 뼈대 자체가 탐정과 경찰 콤비, 그들을 둘러싼 특별하지만 일상에서 만나 볼 법한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끈질긴 노력과 약간의 운으로 해결해 내는 결말로 이어집니다. 이런 사건이 연이어 네 건이 등장합니다. 입니다.


각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정통 미스터리 추리소설과 유사한데 해결하는 과정과 결말이 다소 느슨하고 가볍다는 점에서 코지함을 드러냅니다. 느슨하다는 표현은 게으르게 처리했다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디테일에 집착하느라 전체적인 경쾌함을 잃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소설에 "더 비기닝"이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이들 콤비를 활용한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앞으로 쏟아질 것 같습니다.

 

 

2. 끌리는 요소를 완벽히 구비한 캐릭터의 매력

 

서점 MD와 탐정이라는 직업은 이미지상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서점 MD가 책과 가장 가까이 있고 많은 책들을 관리하다 보니 지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똑똑할 것만 같습니다. 책을 많이 다루는 것과 책을 읽는 행위는 사실 직접 관련이 없기는 합니다만, 저자는 합니다.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키 크고 날씬하며 잘 생기고 똑똑하기까지 한 판타지스러운 설정으로 주인공의 매력을 만렙으로 끌어올려 놓았습니다. 머리숱이 부족한 중년은 무척 못마땅합니다만 그런 사람이 없다고는 할 수만은 없는 찜찜함을 느끼면서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거 뭐... 그럴 수 있지... 키 크고 잘 생기고 성격 좋고 똑똑한 서점 직원이 없으리란 법은 없지...' 그렇게 말입니다. 짜증스럽게 완벽하기만 하던 이미지는 중, 후반부로 가면서 의외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선보입니다. 하아.. 이런 캐릭터는 현실 남자를 좌절하게 합니다.


한편 합니다. 성격 좋고 털털한 여자 경찰 캐릭터가 매력이 있습니다. 를 이끌어 냈습니다. 두 주인공 간의 접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면에서도 장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여경 아람이 동인의 서점으로 와서 사건 관련 조언을 구하는 모습도 마찬가지 이유로 어색하지 않습니다. 물론 두 사람이 자주 만나는 동인을 제공하기 위해 아람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이만 줄입니다.)


두 사람이 오랜 친구라는 설정 때문에 코지코지 한 장면을 자주 연출할 수 있었고, 독자가 흥미롭게 독서 텐션을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배경이 되는 서점을 중심으로 같은 건물 상점과 운영자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이들도 약간 과한 캐릭터 설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소설의 성격을 생각하면 그 역시 적절한 선택이라 생각됩니다.

 

 

3. 강력 사건과 달콤한 애정행각의 절묘한 매력

 

을 합니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 네 개의 사건을 연결하는 연결점이 딱히 없습니다. 함께 소개되는 사건 간의 인과관계나 인물 간의 인연 같은 것은 전혀 없다는 점이죠. 이런 관점에서 단순히 연작소설로 네 건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각각 즐겨도 큰 무리가 없기는 하지만, 하나의 완성된 장편 소설의 관점에서는 아쉬움이 남게 되겠죠. 그냥 사건과 풀이의 과정만 반복되는 건 조금 나이브 한 설정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작가는 여기에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을 차차 구축해 나갑니다. 소설의 초반에는 오로지 사건 해결에만 집중합니다. 두 사람은 알 거 다 아는 오래된 남사친, 여사친일 뿐입니다. 사건이 하나 둘 소개되고 두 주인공 간의 캐미 넘치는 커뮤니케이션이 오가는 사이 친구 이상의 감정이 조금씩 싹트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게 또 두 사람이 너무 자연스럽게 애정이 넘치고 확인이 되는 상황이면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애간장을 녹이는 방식으로 애정 전선에 먹구름도 끼고 비도 오고 천둥번개도 칩니다. 이렇게 버라이어티 한 전개를 통해 사건 해결과 별개의 일관성 있는 흐름이 이어집니다.

 네 가지 범죄사건은 두 주인공의 사랑을 꽃피우는 촉매 역할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이런 청춘 남녀의 캐주얼한 사랑의 감정을 두근거리며 읽기에 제가 너무 나이가... (더 이상 설명은 생략합니다... 크흙...)


이 소설의 정체성이 한국형 코지 미스터리라고 한다면 코지한 연애소설의 카트에 담긴 4개의 작은 코지 미스터리 바구니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카트 크기만 충분하다면 바구니를 여러 개 더 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거라 쉽게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바구니 4개는 기본 메뉴로 얼마든지 더 추가 주문이 가능하겠지요. 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코지 미스터리가 낯설기도 하고, 사건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풀려나가는 점에서도 익숙하지 않기도 했습니다만,이라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읽는 동안 편안하고 무겁지 않은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스타일의 소설도 읽는 것이 독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소설이었습니다. 시리즈 다음 편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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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의 괴담회 - 전건우 공포 괴담집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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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건우표 괴담집

"금요일의 괴담회"는 전건우 작가 소설의 고향이자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단편 호러 소설집입니다. 지금의 전건우작가는 추리, 호러, SF, 미스터리, 아동, 청소년, 에세이, 웹 소설, 글쓰기 강좌까지 다방면을 아우르는 작가가 되었습니다만 그 뿌리는 누가 뭐래도 호러 소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친구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재미로 시작해, 괴담을 들려주는 방송에서 우승도 하면서 단편 소설집에 기고를 해나가기 시작하다가 "밤의 이야기꾼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본격적으로 호러 장르에 주목할 작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전에도 호러소설을 쓰시는 필력 좋은 작가들이 상당히 있었습니다만, 당시 호러소설은 너무 일본식 잔인한 내용이 많아 저 같은 쫄보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이었습니다. 주요 독자층인 20~30대 여성 독자들이 읽기에 과했던 내용이 호러 소설의 외면으로 이어졌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이유로 전건우 작가의 호러 소설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며 전건우 작가를 대한민국 대표 호러소설 작가로 성장하며 동시에 다방면에서 작가적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건우 작가의 호러 소설이 살아남을 수 있었고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큰 틀에서 장르 소설의 최고 미덕인 "잘 읽히는, 재미있는" 소설을 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한국형 괴담을 읽는 즐거움


"금요일의 괴담회"는 전건우 작가의 괴담집을 꾸준히 읽어온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반가운 책이 될 것입니다. 괴담이라는 것이 겨울밤 시골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간식을 먹으면서 무서운 이야기를 서로 나누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을 되살아나게 해주는 기회를 주는 이런 책은 늘 기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출간되었던 작품들이 즐거움을 충분히 선사해 주었기에 또 한 번 유사한 이야기라도 기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도 전건우 작가 특유의 호러 소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읽으면서 무척 섬뜩해서 의외로 너무 무서운 이야기들이 담긴 거 아닌가 걱정을 하게 했던 첫 번째 작품 "조용한 집"을 시작으로 언젠가 뉴스에서 접했던 사이다 할머니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것 같은 1인칭 시점이 매력적이었던 두 번째 작품 "여우고개"를 지나 리디북스에서 온라인으로만 출간했던 작품집 [유령들]에 수록되어 읽으면서 반가웠던 세 번째 작품 "그 여름의 흉가"까지 다양한 매력과 이유로 괴담 읽기의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후의 많은 작품들도 과거부터 뿌리 깊게 내려오던 한국형 공포의 원형에서 출발해 변화한 시대상에 맞는 현대적 문물과 기술적 특징을 아울러 독자들이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상형 호러 소설이 17편이나 실려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닥 무섭지 않기도 하고 공감이 크게 안되는 이야기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만, 그 모든 반응은 독자 개인의 환경이나 경험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작품성과 무관하다 하겠습니다.


한국형 괴담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한국 독자들이 늘 일상을 살아오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며, 이야기를 따라 본인의 경험과 기억을 더하거나 비교해가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야기가 너무 무섭게 쥐어짜낼 필요도 없고, 하나의 완결된 스토리일 필요도 없습니다. 뭔가 애매하게 끝나도 그 뒤의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독자의 머릿속에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나만의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책을 읽고 나서도 뭔가 은은하게 계속되는 슴슴한 무서움이 스멀스멀 밀려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책 표지를 비교적 귀엽게 만든 것은 매우 효과적이고 기억에 남는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가 싫으신 분이나 무섭기만 하기보다는 적당한 강도의 무서움과 공감과 재미와 약간의 감동을 원하시는 독자라면 한 번쯤 선택해 보셔도 좋을 책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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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성동물
황희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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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좀비를 소재로 한 소설이 가져야 할 미덕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소설

 

황희 작가님의 신간 "야행성동물"은 기본적으로 장르 소설의 소재 중에 부담 없고 흥미를 더하는 좀비가 등장하는 소설입니다. 좀비 소설이 갖는 이야기로서의 장점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좀비를 소재로 한 소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좀비 소설을 제법 읽었고, 항상 기본은 하지만 신선한 소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야행성동물"은 기존 좀비 소설과는 눈에 띄게 다른 소설입니다. 그냥 다른 것이 아니라 매우 바람직하고도 좋은 쪽으로 차별화되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유달리 훌륭하게 다가온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기존 소설과는 좀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신선함의 정도가 웅장합니다. 보통 신선한 좀비 소설이라고 할 때, 좀비의 특성이나 좀비가 되는 이유, 좀비의 약점이나 퇴치법 등에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는 정도 수준에서 괜찮은 지점을 찾게 됩니다. 그런데 "야행성동물"의 경우는 그라운드 자체를 옮겨버리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좀 새롭다!'라는 느낌 정도가 아니라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군... 털썩...'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저는 솔직히 좀 감탄해버렸습니다.

 

   두 번째, 인간이 좀비로 변하게 되는 원인이 상대적으로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여태껏 제가 접해본 그 어떤 소설보다 더 현실적으로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소설 이전에는 어떤 좀비 소설도 '이런 이유라면 좀비가 탄생할 수도 있겠군.'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렇다고 좀비가 될 것 같진 않은데... 뭐... 그렇다고 치고 보지 뭐...'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심지어 작가들조차 좀비가 되는 원인, 이유에 대해 그다지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대체로 좀비 아포칼립스가 창궐한 상황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이었다고 해야 되겠습니다. 황희 작가는 인간이 좀비가 되는 원인에 대해 공을 들인 흔적이 확연히 보입니다. 대충 넘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좀비가 되는 원인을 대충 처리할 수 없는 이유는 소설의 주제의식,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를 선명하게 부각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기 때문에 연구를 많이 하셨다는 생각입니다.

 

   세 번째, 좀비의 양상이나 행동양식 등을 천편일률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다양한 변이와 단계를 설정했습니다. 좀비의 행동이나 변이 방식 등이 단순하고 예측이 쉬울 경우 스토리 진행에 있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장편소설의 텐션을 끝까지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장르소설을 읽는 미덕인 재미와 조마조마함을 즐기기 어렵다는 의미이고, 재미없고 진지하기만 한 소설로 느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변이되는 시간에서도 변화를 주고 있고, 유전자 차원에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설정해 주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2. 흥미로운 스토리에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사회문제, 주제의식이 선명한 소설

 

 이 소설은 사회파 소설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사회파 소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실제로 느끼는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은 소설을 통해 익숙한 문제에 대해 공감하거나 그동안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양화하기에 좋은 툴이자 배움의 도구가 되기도 하기에 개인적으로 사회파 소설을 무척 선호하는 편입니다. 기왕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면서 뭔가 배우고 얻을 것이 있다면, 배움이 아니더라도 진한 페이소스를 느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사회파 소설의 가장 큰 문제는 주제나 문제의식이 무거운 경우가 많아 독자로 하여금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도록 할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면 결과적으로 소설 자체가 재미가 없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회파 소설이 좋은 소설이 되려면 스토리 자체가 가독성이 뛰어나고 리듬감도 좋아야 합니다. 캐릭터가 입체적인 데다가 약간의 위트나 흥미요소를 가미하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겠습니다. 결국 소설의 주제의식과 사회적 문제를 고찰하는 뼈대 위에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근육을 튼튼히 붙이고 재미있는 스토리라는 살을 아름답게 덮어주어야 미적 감각이 탁월한 훌륭한 사회파 소설이 탄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파 소설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야행성동물"이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잘 해냈기 때문입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주인공을 비롯한 입체적인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재미있는 이야기임에도 마약 남용, 총기 소지 문제 등 매우 무거운 사회문제를 유기적으로 짜임새 있게 녹여 담아내고 있습니다. 독자로써 매우 감탄하는 지점입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의 완성도가 매우 높다고 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3. 좀비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 결국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소설

 통상 소설에서 좀비 아포칼립스를 소재로 사용하는 이유는 일단 좀비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수많은 좀비가 죽어나가고 좀비에 의해 사람이 죽어나가도 일반적인 살인의 상황보다 독자가 겪는 부담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자극적인 이야기를 구축해 나갈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끼리 제거하고 생존하려는 욕구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입장에 서기 좋습니다. '어서 좀비의 목을 따버려!'라는 무시무시한 생각도 쉬이 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또한,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이란 매우 위태한 여건, 서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 인간이 구축해 놓은 사회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을 상정하기 때문에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것들이 유한하고 한정적입니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이타심을 발휘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즉,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밑바닥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죠. 이런 조건을 만들어 놓은 작가는 소설의 스토리 전개를 통해 인간에 대한 작가의 시각을 펼쳐 보이게 됩니다.

 

   이 소설에서도 예외 없이 좀비를 다루는 인간의 상반된 태도,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인간의 잔인함, 비정함 등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사회적 억제 장치가 무너졌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통해 인간의 감춰진 모습을 묘사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차게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좀비가 된 존재들을 다시 되돌려 놓으면 인간이므로 좀비를 괴물 같은 존재로 여겨 제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살려내야 할 '인간'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왜 내 가족과 친지, 지인이었던 사람을 쉽게 포기하고 목숨을 취하려 하느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런 작가의 질문은 주인공의 시각과 대사와 행동을 통해 구체화됩니다. 이 질문은 결국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으로 귀결됩니다. 작가는 이미 좀비가 된 인간은 물론 반려동물까지 포함해 그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보편적인 형태로 치환하면, 결국 인간이란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때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역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저 포기하고 쉽게 이해득실로 판단하고 행동해버리면 인간성을 상실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마약 복용이 일반화되고 총기 규제 없이 다양한 사고를 반복하고 있는 현실 사회에 인간성을 회복하고 쉽사리 포기하지 말라고 경종을 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심각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 쉽게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 사회도 순식간에 인간성을 상실한 좀비 아포칼립스처럼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소재를 가져와 스토리를 만들어 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재미와 가독성을 충분히 살려주면서" "사회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철학적 질문을 던져주는" 이 소설은 가볍게 읽고 싶은 독자는 물론 사회파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독자까지도 만족시킬 수 있는 매우 완성도 있는 훌륭한 소설입니다. 같은 소설도 독자가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읽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누가 읽어도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소설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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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재미있는 미로찾기 대탐험 - 문제해결력과 집중력이 자라나는 익스트림 미로찾기
칼리스토미디어 편집부 지음, 최진선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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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마트폰에 빼앗긴 아이들의 마음을 환기시킬 즐거운 두뇌 자극의 필요성


코로나 사태 이후로 어디 가기가 부담스러워지면서 아이들도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집에만 있다 보면 활동성도 떨어져 아이들의 건강도 걱정되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오랫동안 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어차피 스마트 기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무조건 금지하는 건 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중독 수준으로 보게 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고 한창 자극받고 성장해야 할 아이들의 뇌가 균형 있게 발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하지 말라고 금지할 것인가 고민이 큽니다. 부모 입장에서 그저 손쉽게 소리 지르거나 억누르면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삐뚤어질 수도 있고,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그 또한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쪽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은 방콕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재미와 학습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미로 찾기입니다. 미로찾기 책은 수없이 많습니다만,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다양한 부분을 자극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총 75개의 미로 찾기가 제공되는데, 단순히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길만 찾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도 있고 모양이나 구성이 독특한 미로를 제공해 전혀 지겹지 않게 다채로운 구성이 좋습니다. 여기에 3D 미로라고 해서 나름 입체적인 미로도 제공해 줘서 아이들의 공간감이나 관찰력, 집중력을 즐겁게 향상시킬 수 있는 구성입니다.



2. 재미와 학습을 동시에 미로찾기의 유익함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에게 책을 주고 미로찾기를 시켜보았는데, 적어도 지루하거나 흥미를 잃지 않고 재미있게 하는 건 확실합니다. 앞에서 지켜보며 가끔 도와주기도 하니 아이가 더욱 재미있어 합니다. 부모와 함께 뭔가를 해결해 나가는 시간이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도 뭔가 스스로 해내며 나름 뿌듯한 느낌을 받는 것 같아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3D 미로의 경우는 주로 위아래 평면에 입체감을 주어 약간 난이도가 올라갔는데 초등학교 3학년에게는 그다지 어려운 난이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미로 제목 아래에 미로마다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가이드대로 풀이해나가면 전혀 어려움은 없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스마트폰으로 단순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오래 보면서 멍해지고 머리를 쓰거나 뭔가 노력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찰력이나 문제해결력, 인내력 등을 키워주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집콕 생활에 지겨워하는 아이들이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놀이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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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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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며 느끼는 생각들...

 

고양이는 '키운다'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모신다', 또는 '뫼시고 산다'라고 하죠.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그냥 함께 지내는 느낌으로 동거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주인에게 무한 충성을 보이는 개들과 달리 고양이는 상당히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들은 보통 주인과 애정을 나누며 살가운 사이로 밀착되어 살아갑니다. 그러나 고양이의 경우는 항상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합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고양이의 특성 때문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일종이 밀당같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냥이들이 원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을 때는 집사에게 접근해 애교도 부리고 뭔가 요구 사항을 어필하기도 합니다. 주로 먹는 것이 아니면 만져주거나 하는 단순한 것들입니다. 그렇게 애교를 피우던 고양이가 먹을 것을 주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도도한 태도를 취합니다. 이런 고양이의 특징을 가만히 관찰하다 보면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상당히 지혜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옛 성현들이 늘 말씀하시던 중용의 태도, 현대에서는 '낄끼빠빠'의 미덕이라고 하겠습니다.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인생.. 아니 묘생을 관조하면, 고양이의 일상이야말로 우리 닝겐들이 배워야 할 삶의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은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다가 꼭 필요할 때만 적극적으로 어필도 하는 태도가 지혜롭습니다. 고양이들마다 성격이나 성향이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공통으로 나타나는 기질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고양이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즐겁고 관심이 가는 것도 고양이들의 알 듯 모를 듯한 독특한 성향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고양이는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고 적당한 거리에서 보살피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도록 해주는 훌륭한 반려동물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2. 고양이,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레이션, 그리고 명언의 기막힌 조화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는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제이미 셸먼의 그림 에세이집입니다. 고양이 브룩시와 함께 살면서 고양이와의 행복한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고양이를 테마로 디자인 작품들을 만들고 판매하는 'The Dancing Cat'이라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분의 주요 작품들은 작가의 핀터레스트 페이지에서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https://www.pinterest.co.kr/doriscoleman/jamie-shelman-illustration

 

뭔가 분주하고 정신없을 때, 내가 누구인지 뭘 좋아하고 뭘 하려고 했던 건지조차 기억나지 않을 만큼 헤매고 있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의 적절한 거리 조절 실패로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있을 때, 지친 하루로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을 때, 저자는 고양이를 바라보라고 조언합니다. 고양이의 도도하고, 우아하고, 편안하고, 앙큼하고, 영악한 모습을 보면서 힐링을 받고 교훈을 얻으면 얼마나 좋으냐고 묻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능력 중 하나가 바로 그림 잘 그리는 능력입니다. 내 생각이나 감정, 상태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가장 직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고양이의 모습을 정말 귀엽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고양이들만의 특별한 동작들의 특징을 너무 잘 잡아 표현해 주고 있어, 그림 한 점 한점마다 폭풍 공감하며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이 너무 좋아할 그림체기도 한데다가 글씨도 많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보고 읽고 즐기기 좋은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딱딱하고 논리적인 자기계발 서적이 부담스럽고 그 조차 읽기 싫은 분들에게 정말 딱인 책입니다. 많은 글이 담기지 않았지만 짧은 문장으로도 마음을 파고드는 촌철살인의 문장들입니다. 고양이를 키우시거나 좋아하시는 분들은 더욱 와닿을 그런 글과 그림들입니다. 물론 언젠가부터 삶의 태도를 좀 바꿔서 좀 더 애를 쓰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늘 마음을 다지는 편인데 가끔은 이런 책을 통해 마음을 편히 먹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너무 달려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갈 곳을 잃은 분이 있으시다면 크게 공감하며 읽기 좋은 가볍고 귀여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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