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 - 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상처받은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는 법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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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한 기본, 자기 돌보기

   인간관계의 문제는 모든 사람들의 해결되지 않는 숙제와 같습니다.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행복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사람들이라고 해서 꼭 숫자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한 명 이상이 나를 사랑해 주고 나 또한 깊이 신뢰하는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의 문제가 이 책의 핵심 내용입니다.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의 저자 후션즈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관계 심리학자입니다. 20여 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상담하며 수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관계 문제에 대한 일련의 결론을 도출하고 세부적인 상황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상담의 기록이자 결과물을 이 책에 담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반 교양 심리학으로 분류되는 분야다 보니 저자가 소개하는 문제는 물론 주의해야 할 부분과 원인 분석, 그리고 결과 도출과 제안들이 완전히 새롭거나 신선한 느낌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 아래 인간관계의 문제는 늘 있어왔고, 중국인이라고 해서 인간 관계 문제에서 크게 다른 양상을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케이스를 우리 독자들에게 직접 대입해 생각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는 대인 관계의 근본 원인이자 시작은 결국 자기 돌보기라고 설명합니다.


"20년간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고 상담한 끝에 불안전한 관계, 관계의 두려움, 불안, 단절과 회피, 피해 의식은 모두 ‘나’에서 출발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사실 연구해 보지 않아도 메타 인지적(?)으로 그럴 것이라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만, 20년간 15,000시간이나 상담을 하고 얻은 결론이라고 하니 더욱 신뢰할 만합니다. 만 시간의 법칙을 점오배나 넘었으니 통달한 수준에 이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2. 나에서 너, 우리로 관계 확장하며 성장하기


   저자의 설명처럼 관계의 문제는 우선 나를 알고,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자기 돌보기는 트라우마 극복하기, 외로움 이기기, 열등감 해결하기, 자기 스스로를 존중하기 등의 단계를 거칩니다. 자기를 잘 세우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에 대한 설명은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었던 독자들도 다시 생각하고 점검하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자기 돌보기를 넘어서면 자신만의 경계에서 살짝 나와 타인과 관계를 점검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우선 타인과 접속하기 위해 자신만의 벽을 깨고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지나치게 영향을 받아서는 곤란합니다. 자기만의 가치관이 정확히 서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너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기울어진 관계를 맺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저자는 관계를 시작하는 첫발을 내딛는 이런 문제를 실제 사례와 함께 짚어주고 조언합니다.


   이제 조금 더 나아가 가까운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방법과 주의해야 할 부분에 대해 설명합니다. 가깝고 친밀한 관계에서의 문제는 한 인간의 일생을 좌우할 만큼 심각하게 작용합니다. 그만큼 영향을 크게 주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나 형제 같은 가족 관계는 특히 그렇습니다. 내면의 문제나 트라우마, 이상 행동 등을 가만 살펴보면 대부분 성장 과정에서 부모나 가족에게 받은 상처나 부적절한 메시지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인간관계 형성을 위해 반드시 체크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저자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이 숨어 있다고 하면서 누구보다 인정과 신뢰, 존중의 태도를 취해야만 한다고 조언합니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있어서 저자는 우선 솔직하고 대범해져야 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불필요한 수치심의 문제를 잘 다스려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타인과의 비교 의식을 조심하고, 오히려 거기에 매몰되기보다 뛰쳐나와 자신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조언해 주고 있습니다. 각 소챕터마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 문제를 설명함에 있어 특정 상담자의 고민 내용 공개, 예상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나열, 몇 가지 해결할 수 있는 제언 등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실제 하며,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순차적으로 잘 설명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여러 문제와 이슈들을 하나하나 읽어나가면서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어떤 것인지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저자의 조언들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가의 문제는 별개이지만 적어도 내가 알아야 하고 주의해야 할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관계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 용기!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간관계를 잘 맺는 것입니다. 이런 인간관계의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것은 용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 대한 용기인가 하면 내가 기대하는 만큼 상대도 나와 잘 지내고 싶어하고 어울려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믿는 것에 대한 용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사람들이 사실은 나쁜 마음을 먹고 있고 잠재적으로 나를 해할 사람들일 뿐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먼저 타인을 믿어보고 알아가는 시작을 해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알아가다 보면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방식도 알게 되고 나와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도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마냥 두려워하고 상처받을까 피하기만 한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용기를 내어 부딪혀 봤을 때 내 기대와 다르고 상처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만, 이런 과정을 거치면 내가 기대하고 나를 기쁘게 하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계의 문제에 있어서 근원은 "나"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를 진심으로 드러낼 때 상대도 자신을 진심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누가 먼저일까를 고민하는 문제라면 내가 먼저 해야 합니다. 상대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손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나에 대한 두려움을 지워주고 우호적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관계를 깊게 하는 비결일 것입니다.


   후션즈의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의 가장 큰 장점은 한 인간이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궁극적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하고 알아야 할 부분들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나 정서적, 사고방식 패턴의 문제를 파악하고 자신과 잘 지내야 하는 문제를 먼저 체크합니다. 타인과 좋은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 점검해야 할 내면적 문제에 대해 알려주고,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가까운 관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과 이겨내야 할 부분을 놓치지 않고 조언합니다. 그리하여 타인의 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한 비결은 물론 이런 관계를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부분까지 총망라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계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신 분들이나, 책을 통해 다양한 심리학적 문제를 돌아보기를 원하시는 분들, 이미 잘 하고 있지만 혹시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 몰라 점검해 보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 <관계를 망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전>을 한번 정독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갑자기 관계의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어느 부분에서 더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지에 대한 가이드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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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라 - 내 삶에 변화를 끌어내는 핵심 전략
배정환 지음 / 미디어숲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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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가. 만. 이" 원칙!


다양한 자기 계발서를 읽다 보면 여러 가지 원칙을 만나게 됩니다. 성공의 원칙은 언제 어디서나 통하기에 대체로 일맥상통한 주장들이 많습니다. 제일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행동하라!"입니다. 물론 행동을 위한 바른 철학을 장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실질적인 "성공"이 무엇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각자가 원하는 성공의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뭐가 되었건 "행동"을 해야 합니다. 배정환 작가의 신간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라>는 이렇게 성공의 핵심인 "행동"에 방점이 찍힌 책입니다.



이 책은 행동을 어떻게 하면 되는가의 문제를 실용적이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성공을 원하는 사람들은 집에 혼자 '가만히' 있으면 안 되고 어디가 되었건 무조건 '가고, 만나고, 이야기를 하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뭘 당연한 이야기를 하나?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막상 각자의 삶으로 들어가 보면 의외로 생각만 하고 행동을 미루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이 계신다면 "행동"에 대한 조언이 담긴 책을 읽는 행위를 한 것이니 적어도 가만히 있는 분들은 아닐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가고, 만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이 책이 큰 인기를 끄는 것도 행동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고,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 실제적인 문제가 남습니다. 저자는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섭렵함은 물론 오랜 개인 사업의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어디를 어떻게 갈 것인지, 누구와 만날 것인지,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다양한 예시와 함께 풀어줍니다. 유명한 해외 작가의 훌륭한 자기 계발서가 많습니다. 이런 책들은 막상 읽어보면 원칙적인 개념은 좋을지 몰라도 문화적, 환경적 차이 때문에 막상 내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 작가가 우리 현실과 실정에 맞게 쓴 이 책이 실용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라'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을 대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런 주장을 하는 당신은 뭘 제대로 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언은 조언자의 삶과 생활 속에 녹아있는 이야기일 때 힘을 얻습니다. 그러므로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이런 주장을 하는 저자의 삶과 결과물을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저자 배정한 씨는 20여 년간 마케팅 분야에서 일해온 프리랜서 사업가입니다. 지속적으로 자기 사업을 해왔다는 말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업과 광고를 해왔다는 것입니다.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은 적어도 밥줄이 끊길 일 없이 성공적으로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선배들 중에는 카 세일즈맨도 있고, 보험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이분들은 다들 15년 이상 일을 꾸준히 해오셨는데, 판매왕, 보험왕이 아니더라도 15년간 꾸준히 쌓아온 고객을 보면 관리만 해도 정신없을 정도로 많은 인맥이 쌓여있었습니다. 원칙을 지키고 신의를 지키는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을 관리하면 차츰차츰 복리처럼 쌓이는 고객 명단을 통해 많은 소개가 일어나고 일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저자 역시 본인의 사업을 오랫동안 꾸준히 해오면서 쌓아온 인연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토대로 이제 시작하는 분들, 뭔가 해보려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분이기도 합니다. 시작은 100권의 독서와 블로그 서평 포스팅에 대한 목표와 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확한 목표를 잡는 것이 우선 중요한 것이고 일단 무조건 시작하는 것이 그다음입니다. 그리고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반복 노력하는 것이 성과의 최종 비결입니다.



독서와 서평을 시작으로 같은 취미와 꿈을 가진 사람들과의 간접 만남, 소통으로 힘을 얻고, 도서 인플루언서가 되고, 카카오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며, 네이버 팟캐스트와 유튜브도 운영하는 책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꿈의 도서관>이라는 강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저자는 자신이 행동하고 실천해 온 원칙을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책 어디에도 스스로에 대한 자랑이나 으스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분이 이루어 놓은 결과물은 자랑할 만하다고 보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거나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되고 싶어 하는 어떤 이상적인 모습에 상당히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 쓰인 다양한 조언과 원칙들이 더 힘을 받고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3. 준비가 부족해도 일단 움직이라


사람은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일단 저지르고 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스스로 완벽하게 납득되기 전에는 한발 작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뭐가 맞고 틀리는가는 없습니다. 다만 원하고 바라는 성과가 어떻게 해야 달성할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확실한 것은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100%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고 조언합니다. 저도 행동이 굼뜨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자연스럽지 못한 사람이라 이 조언이 뼈저리게 다가옵니다만, 막상 조언한다고 갑자기 내 행동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계발서 무용론은 이런 부분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너무 좋은 조언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바로 적용하지 못합니다. 내가 잘못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기 탓보다는 자기 합리화에 익숙합니다. 생존을 위해 어쩌면 당연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책 내용이 허황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바꿉니다.



책 속 조언에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뼈 때리는 조언을 들어도 움츠리고 있는 스스로가 문제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행동을 하는 자체가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해 조언합니다. 특별히 정해진 곳이나 사람이 없다면 일단 카페가 되건, 공원이 되건 어디든 무조건 나가라는 것입니다. 당장 누구를 만나고 대면하는 것이 아니니 그 자체는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저 반복적으로 같은 행동을 하다 보면 나를 알아보고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며 이를 통해 생각지 못했던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다만 어딜 가건 같은 곳, 같은 시간 등 누군가가 나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정해진 패턴으로 행동하라고 합니다. 이는 일종의 개인 브랜딩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조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행동하는 것의 유익은 또 있습니다. 생각만 하면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점점 소극적이 되고 마음이 무거워져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기 쉽습니다. 무조건 행동부터 하면 당장은 의도대로 되지 않고 딱히 결과도 없을 수 있지만, 그 행동을 통해 생각이 가벼워지고 점점 행동하고 결과를 얻는 선순환의 고리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철저한 준비와 마인드도 무시할 수없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적절한 행동을 통해 준비해야 할 것이 새롭게 정립되고 필요한 마인드도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같이 갈 때 조화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배정환 저자의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라]는 뭔가 새로운 일을 찾는 분이거나 인생의 전환기를 기대하는 분, 뭔가 할 엄두가 안 나 계속 혼자 준비만 하고 계신 분 등이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개인사업을 하시거나 좋은 인간관계를 원하는 분들에게도 무척 도움이 될 책입니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편안하게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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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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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F적 소재를 잘 활용한 휴머니즘 소설의 탄생


   최근 국내 SF 소설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국내 SF 소설이 각광받는 데는 아무래도 SF적 설정과 기술적 정합성에 매달리던 기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는데 성공한 것이 주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초엽, 천선란 작가 등으로 대표되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SF 작가들의 작품은 SF적 설정과 소재를 활용해 지극히 인간적인 것에 주목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단편적인 일반화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하지만 중요한 것은 독자들이 이런 트렌드를 좋아한다는 점입니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있을 법한 이야기, 나도 겪을 법한 이야기에 공감하고 관심을 더 기울입니다. SF 적인 소재와 설정이 얼마나 정교하고 실현 가능한가에 주목하는 독자들도 분명 있겠으나 결국은 그 기술 속에 표류하는 인간의 삶과 죽음, 고민과 갈등, 사랑과 우정에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 시대를 관통하는 소설적 흐름은 SF적 소재나 설정을 잘 활용하면서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상"을 잘 그려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지혜 작가의 신작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는 이런 조건에 매우 잘 부합하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냉동인간"이라는 테마는 SF의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소재입니다. 냉동과 해동이라는 기술은 결국 인간을 미래로 보내는 타임머신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아쉽게도 과거로 회귀는 불가능한 단방향적인 설정이지만 덕분에 설정이 매우 심플해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사실 이 설정 하나만으로도 스토리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저자가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 냉동기술"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 어떤 방식으로 사람을 냉동하고, 어떤 절차나 기술을 통해 해동하는가에 대한 기술적인 이슈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 기술이 일반화된 사회 속에 기업, 거대 자본 등이 정치세력까지 결합한 세상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 속에 나뒹굴며 고통받고 자의적, 타의적 선택을 강요받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 냉동기술을 다루었다기보다는 활용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지혜 작가는 오래전에 과학 액션 융합 스토리 단편선 "14일의 여인"이라는 책 속 "웨딩마치"라는 작품으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정확히 어떤 이야기였는지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좋은 작품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습니다. 당시 책 리뷰에서 "웨딩마치"에 대해 아래와 같이 썼었습니다.


"웨딩마치"는 SF 디스토피아 소설에 가까운 작품인데 역시나 설정의 특이함이 끌리는 작품입니다. 인간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들 스스로 안드로이드로 개조되면서 인간성마저 말살되는데 수술을 거부한 주인공의 소수적 입장과 상징적으로 허무한 결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14일의 여인 중 "웨딩마치"


   돌이켜보면 그때도 정지혜 작가는 SF적 설정 속에 놓인 인간들의 입장과 내면에 관심이 많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더욱 복잡한 스토리를 통해 "냉동인간"기술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 넘치는 방식으로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작가의 주제의식이 작품들을 통해 연결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무척 바람직하며 독자에게 일정한 신뢰를 준다는 점에서도 좋은 점이라고 생각됩니다.




2. 휴머니즘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사회파 소설의 장점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가 좋았던 점은 각 등장인물의 삶의 모습을 조망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인물들이 그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적 문제까지 잘 엮어서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워낙 사회파 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사회상은 특정 인간의 행동을 강제하기도 하고 현실을 도피하게도 만드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기에 더욱 설득력을 가집니다.


   단순히 냉동인간 기술을 활용하는 개인의 사연에만 이야기가 그쳤다면 소설이 제시하는 주제의식이 무척 제한적이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냉동기술을 선택하는 인간들의 심리와 제약회사로 대표되는 관련 기업들의 명분과 실리에 얽힌 함수관계를 잘 묘사하고 있고, 정치, 언론 세력까지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로 단순하게 풀 수 없는 현실은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인간의 선택을 강요하기도, 선택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기도 하는 사회의 모습을 접하다 보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없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이 등장하고 저마다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들 역시 인연 또는 악연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정말 다양한 인간 군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디스토피아적 미래에서 복잡하게 얽힌 인간 군상을 그리며 일말의 희망도 허락하지 않는 타이트한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그렇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서늘하고 차가운 현실을 간접 경험하며 편치 않은 마음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소설 속에 드러나는 사회가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 모르겠지만 가까운 근 미래라고 봤을 때, 적어도 지금과 생활 상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50년 전에 냉동된 주인공인 등장하니 적어도 안전하게 냉동할 수 있는 기술이 일반화된 시점으로부터 50년은 지난 미래라는 것인데 자동차가 날아다니거나 새로운 디바이스가 상용화되거나 통신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거나 하는 식의 설정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현대 사회와 동일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분명 SF 지만 SF 같지 않고 마치 사회파 논픽션 같은 느낌을 자아냅니다.


   각 등장인물 간의 관계 설정이 다분히 소설적이기에 그나마 소설 같은 냄새를 풍깁니다.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이렇게까지? 싶을 정도로 인연으로 엮여 있습니다. 이런 우연 같은 설정이 소설적입니다. 또한 인간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범죄적 현실이 빠짐없이 너무나 고르게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극적이고 소설적입니다. 이런 소설적 특징 때문에 큰 틀에서는 결국 돈이라는 문제에 수렴하게 되는 인간의 욕망과 회피 본능을 끊임없이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3. 소설에 담긴 철학적 고찰, 기술은 인간을 행복으로 이끄는가?

   이 소설이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소설은 이야기 전체를 통해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견인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냉동기술 자체만 생각하면 인간을 냉동하는 목적에 대해 지금의 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의 질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제를 미래로 유보하는 것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냉동과 해동, 보관 등에는 비용이 수반되고 돈을 가진 사람만 냉동이라는 설루션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 기술이 필요한 사람에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아픈 사람의 죽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로 보내는 것뿐 아니라, 의외의 다양한 이유로 냉동기술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소설 속에 여실히 드러나는 문제입니다만, 단순히 현실을 피하고 싶은 사람이 미래를 막연하게 낙관하고 냉동을 선택하기도 하고, 감출 것이 많은 범죄자가 처벌을 면하기 위해 냉동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냉동 기술이 건강 문제보다는 현실 회피 수단으로 더 많이 활용된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합의를 통해 냉동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90% 이상이 환자들이라고 공표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등장인물 '규선'의 목소리를 통해 대다수는 질병과 상관없는 이유로 기술을 활용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한, 다양한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통해 현실을 피해 냉동이 된다고 해서 그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회피한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더 심각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기가 바뀌고 지구가 멸망한대도 냉동시설만 파괴되지 않는다면 냉동된 채로 계속 머물 수 있다. (중략) 오늘 냉동되고 해동되고 사망한 열한 명의 인간 중 질병과 연계된 이는 알츠하이머 환자 한 명뿐이다. 나머지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인생을 잠시 유보하기 위함이었다. 세상이 바뀌길 바라며, 어찌해도 나 자신은 바꿀 수 없으니까. 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다음 생의 나에게 희망을 건다. 뭐 이런 이유들."



   저자는 소설 전반을 통해 냉동 기술을 선택하건 안 하건 인간 내면의 문제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조금도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시간적 회피만으로 나아지는 경우는 보기 힘들며,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사회적 편견을 견뎌내야 하는 등의 문제까지 가중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누구도 냉동 기술의 덕에 행복을 찾은 인물은 없습니다. 단지 그런 희망을 품는 사람들만 등장할 뿐입니다. 분명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냉동 기술을 활용해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있을 터인데, 소설 속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저자는 소설 속 냉동인간 기술로 대변되는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행복을 증진한다는 그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희망과는 달리, 이 소설 어디에도 따뜻하고 희망적인 느낌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읽고 나면 가슴이 서늘해지고 등장인물들의 선택과 인생을 애도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해지는 것입니다.


   냉동인간 기술이 상용화되는 근미래 사회에서 미래의 내가 당면할지도 모를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는 좋은 소설입니다. SF 소설이 어렵게 느껴지시거나 지나친 기술적인 묘사는 싫지만 SF적 설정에서 펼쳐지는 디스토피아적 세계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상당히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등장인물로 얽히고설킨 관계 때문에 읽는 과정에 혼란스러울 소지가 다분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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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 뉴스
셰릴 앳키슨 지음, 서경의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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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러티브 뉴스가 무엇인가?


   이 책 <내러티브 뉴스>를 처음 접할 때, '응? 네거티브 뉴스 아니고?'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내러티브"라는 단어는 주로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던 용어였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내러티브는 소설 속에 인물 간의 사건이 어떻게 이어지고 조직되었고, 주제 등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가를 따질 때 쓰던 용어였지요.


   뜬금없이 "내러티브"라는 단어가 "뉴스"의 영역에서 사용되다 보니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그렇기에 저의 흥미를 끌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탐사보도 기자이자 앵커인 저자는 책 <내러티브 뉴스>를 통해 뉴스 분야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저널리즘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거의 피를 토하는 느낌으로 토로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내러티브란 용어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내러티브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내러티브(narrative)란 힘 있는 자들이 여러분의 견해를 규정하고 제한하기 위해 들려주고자 하는 스토리 라인을 가리킨다. 내러티브의 목적은 특정 아이디어를 사회 속에 깊숙이 심음으로써 더 이상 그에 대해서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아니 아예 질문을 할 생각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뉴스는 원래 세상에 일어난 일이나 사건 등을 있는 그대로 다수의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여기에 부적절한 의도가 파고들면서 누군가의 특정 목적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뉴스를 "내러티브 뉴스"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이 책은 바람직하지 못한 뉴스의 현장에 대한 다양한 양상에 대해 밝히고, 다수의 사례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이 책의 원제는 "Slanted: How the News Media Taught to Love Censorship and Hate Journalism"입니다. 그러니까 대충 해석하면 "(미디어 환경의) 편파적인: 뉴스 미디어가 어떻게 검열을 사랑하고 저널리즘을 싫어하게 가르치는가?"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일단 뉴스 환경이 편파적이라는 것이죠. 검열에 익숙하게 만들고 저널리즘을 싫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널리즘이란 다양하게 활용되는 용어기는 하지만 뉴스를 공정한 관점에서 전달하고 논평하는 활동을 의미한다고 보면, 원론적으로 중요한 기자의 뉴스 보도 태도가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은 <내러티브 뉴스>가 미국 사회의 언론 환경을 얼마나 바꾸고 파괴해 왔는지, 이를 통해 미국 국민들이 얼마나 왜곡된 뉴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지 고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바람직한 뉴스 환경은 어때야 하며, 기자들은 어떤 자세로 취재하고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2. 내러티브 뉴스가 왜 문제인가?


   이 책은 언론 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누가 변화를 의도했는지, 왜 언론이 동조했고 전통 언론 이외에 어떤 환경이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 거시적인 조망은 물론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총망라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사례이기 때문에 미국 내에 국한된 이야기이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언론의 태도에 대해 매우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의 특징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내러티브 뉴스는 특히 정치분야에서 파급력이 크게 드러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가들 역시 광고 수주를 원하는 방송 매체들의 특성을 활용해 내러티브를 적극 이용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뉴스의 주체들이 스스로 내러티브를 만들고 유지하는 상활까지 이르게 됩니다. 저자는 이미 내러티브로 점철되어 내러티브끼리 대결하는 상황까지 와 있다고 진단하면서 다양한 매체의 자충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러티브는 일종의 선동에 가깝습니다.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뉴스의 형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노골적인 내러티브는 '에이, 저걸 누가 믿어?'라고 자연히 걸러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수의 힘은 무섭습니다. 다수의 언론이 같은 주장을 하면 그 주장이 진실이 되는 것이죠. 일종의 동조 효과가 작동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내러티브의 주체가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죄책감이나 자의식이 없는 경우입니다. 저자는 심지어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특정 주장을 실더라도 정확한 팩트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자세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합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기자들이 특정한 이념이나 사상을 덧대어 대중을 교육, 교도하는 것이 언론인의 의무라고까지 생각하고 가르치고 있다고 밝힙니다. "내러티브 뉴스"가 마치 기자의 의무이자 책무인 것처럼 변질된 것입니다.


   이쯤 되면 내러티브 없는 뉴스나 기자는 자체적으로 공격받고 배제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하여 대중들은 공정한 정보로 상황을 파악할 기회조차 잃게 되는 것입니다. 특정 세력의 의도에서 시작된 내러티브는 점점 사회를 극단적인 시각으로 이끌고 자정작용을 잃게 만듭니다. 이런 환경에서 내러티브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고 점점 그 자체로 누가 더 자극적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끄는가의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이미 진실, 사실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아무도 관심이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책에서는 다양한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 이런 일이 현실 세계에서 너무도 많이 실제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생력을 갖춘 것 같은 내러티브 뉴스의 작용은 사회를 점점 더 분열하고 극단화하게 합니다. 안타깝게도 특정 정치세력이나 기업 등에서는 이런 현상을 또 다른 내러티브의 재료로 활용합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1장의 CBS의 사례만으로도 매우 실제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투 이야기, 총기 사고, 트럼프 죽이기, 러시아 활용, 엉터리 여론조사 등의 구체적인 사례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3. 뉴스를 소비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이 책에 소개되는 모든 현상은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특히 책의 전체를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뉴스의 사례는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디테일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책 속 내용이 마치 대한민국의 언론환경을 고발한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언론 환경의 문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고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도 특정 세력과 미디어의 결합이 심각한 수준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정치면에서 보수는 보수 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언론 환경이 정말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고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보수는 언론이 완전히 친정부적이라 주장하고 진보는 다수의 언론이 보수와 자본과 결탁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이나 사법부 등도 하나의 권력으로 뉴스 미디어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책 <내러티브 뉴스>의 다양한 사례는 대한민국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 미디어의 변화를 인지하고 뉴스에 실리는 "의도"를 충분히 감안하고 뉴스를 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정 뉴스 미디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반드시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내 성향과 임장을 강화하는 뉴스만 취사선택할 때 잘못된 판단을 할 위험성은 점점 커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 채널을 다양화하는 노력은 무척 중요합니다. 사건은 하나인데 해석과 주장은 전혀 다른 사건처럼 늘어놓는 언론의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내러티브의 대 향연"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내러티브를 강화하는 자들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보 독재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발적으로 정보가 통제되는 환경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생각과 행동을 검열하고,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은 허용되지 않는지를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략) 오웰이 제시한 암울한 미래의 모습이 점점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대중들은 미디어가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가공하기도 하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뉴스로 둔갑시키기도 하는 현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뉴스를 받아들이는 행위 자체에도 상당한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현실과 단절된 세계를 선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가 결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희망을 잃을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나는 다양한 형태로 접근 가능한 정보가 보장된 미래, 옳은 것과 다른 것을 자유로운 사고로 구별할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은 마음껏 자신의 두뇌를 사용하여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도출하며,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입장을 타진하며, 논쟁하고 토의도 하는 그런 사회. 대중의 정보와 사고를 제한하려는 정치, 기업 이익집단 또는 사회적 운동가들의 억압이 없는 세상.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지속되는 그런 미래 말이다."


   저자가 꿈꾸는 이런 미래는 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럼에도 좀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자세만 견지한다면 더 나아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중은 대중대로 뉴스에 휩쓸리지 않고, 언론은 언론대로 답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언론 환경이 어떤 식으로 변해 왔는지 체계적으로 알고 싶으신 분, 뉴스 미디어가 견지하는 내러티브 뉴스의 특징과 목적, 드러나는 양상은 물론 무엇을 주의하고 어떤 견해와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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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엄마를 속여라 누군가의 첫 책 4
정유건 지음, 김보윤 그림 / KONG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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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이, 아이들을 위해 쓴 책


   [11살, 엄마를 속여라]는 상당히 의미 있는 책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어른이 쓴 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글과 그림까지 모두 담당한 어린이 작가들의 책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어린이의 시각으로 쓴 책은 많지만 이 책은 그냥 아이들이 쓴 책이기 때문에 "어른의 눈으로 본 아이들이 시각으로" 쓴 정제된 책이 아니라, 그냥 아이들의 시각으로 쓴 책입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정말 아이가 썼다는 느낌이 구구절절 느껴집니다. 그래서인가 어떤 부분에서는 아슬아슬한 느낌도 있고, 정말 개구쟁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다양한 감정이 솟구치게 만드는 책입니다. 아빠의 마음으로 읽다 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건 우리 애가 보면 안 되겠는데 싶은 부분도 살짝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은 오히려 더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 입장에서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양서나 추천도서라고 하는 아이들 책은 아무래도 교훈적이고 정제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들었으면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교훈이라는 명목으로 실린 책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출판사 입장에서는 결국 책을 고르고 사는 주체는 부모들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으면 책을 팔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조금은 더 고민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고사하고 아예 책 자체를 안 보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 속에도 어떻게 하면 엄마를 속이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까 고민하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본 투비 스마트폰 세대인 요즘 어린이에게는 책이라는 매체는 너무나 멀고도 낯선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학습에 보조 수단으로는 적합할지 모르나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은 차분히 사고하고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은 아직도 책이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니 독서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는 형국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책을 읽는 행위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숙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 익숙해지는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행위가 즐겁고 재미있다는 경험을 하는 것이겠지요. 이 간단한 결론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책이 너무 많다 보니 아이들은 책에서 더 멀어지게 됩니다.


   KONG 출판사의 [11살, 엄마를 속여라]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책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책과 친해지고 독서를 즐겁게 경험하도록 해주고 싶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2. 책으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성을 최대한 반영한 어린이 책

   그렇다면 이 책이 도대체 뭐가 그리 특별해서 아이들이 책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일까요? 내용적인 측면과 형식적인 측면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내용적인 측면은 어린이 책의 교훈적인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 진짜 어린이가 쓴 책이라는 점, 어린이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어린이들이 공감하기 좋은 내용이라는 점 등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어린이 책이고 글씨도 큼직하고 글자 수도 많지 않지만 판형이 큰 그림책과 달리 성인용 문고판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 짧은 이야기를 마치 카카오톡을 나누듯이 채팅창처럼 구성했다는 점, 중간중간 일기 형식의 글이 추가되어 있다는 점 등이 특징적입니다.


   제목부터 "엄마를 속여라"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데, 책을 골라서 구매하는 엄마들 입장에서 과연 관심을 끄는 제목이 된지, 회피하는 제목이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용적으로 엄마를 속이는 방법이 쓰여있는 것은 맞지만 그 속에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는 마음이나 생각이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내용적으로 개구쟁이 같은 아이들이지만 사실 착한 아이들이라는 것도 읽으면서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 책의 목적이 교훈보다 아이들이 책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 책은 형식적으로 특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익숙한 카카오톡 채팅 형식으로 글이 이루어져 있고, 문장도 짧고 챕터당 내용도 짧아서 짧은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이 책이라는 개체를 쉽게 받아들이기 딱 좋은 구성입니다. 중간에 삽입된 일기도 아이들의 공감을 얻기 딱 좋은 내용입니다. 책의 말미에 엄마와 책을 읽을 어린이들, 책을 사주는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솔직하고 감동적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 책이 너무 지루해서 공감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 [11살, 엄마를 속여라]를 읽도록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책이 생각보다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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