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신혼여행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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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적당한 거리의 필요성에 대해...

   사실 제가 장강명 작가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이 분의 책도 가능하면 꼬박꼬박 읽는 편이고, 거의 다 샀으니 우수고객이기도 합니다. 늘 기본 이상은 해주는 작가기도 하고요. 최근작 "우리의 소원은 전쟁"도 재미지게 읽었습니다. 그래서 차기작도 기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장강명 작가의 첫 에세이인 이 작품은 엄청나게 적나라한 내용들이 담겨있어요. 아내와의 연애 스토리와 가족 이야기, 그리고 뒤늦게 신혼여행 형식으로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기억을 남기기 위해 책을 쓰신 건가 싶기는 합니다.  

   그런데 에세이는 읽으면서 의문이 좀 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 에세이를 읽어야 하지?' 이런 의문이 계속 남는 글이었어요. 그냥 편안하게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받아들일 만 했으면 그런 생각이 안 들었겠죠. 그냥 편히 재미있게 읽기에는 너무 일방적으로 깊은 일상이었어요. 좋게 말하면 솔직한 것인데,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불편했어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보자마자 자기 속 이야기를 막 하면 이게 뭔가 싶고 꺼려지고 그런 감정이 들게 마련이죠. 이 책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독자들의 관음증을 만족시켜줄 생각이었다면 성공적이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첫 에세이고, 강연이나 사인회 등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독자와 어쩌면 첫 만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일 텐데, 너무 훅 들어온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면대 면의 만남은 아닐지라도, 책으로 만나는 독자의 입장을 배려한다면 조금은 격식을 두는 태도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그건 이분 스타일이 아니니 싫으면 중이 떠나라 식이 되겠지만 말입니다. 저는 그랬다는 겁니다.


#2. 나의 가치관을 전달하는 태도에 대해...

   이 책이 정말 희한한 게, 너무 구차하다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 실생활이 묘사되고 있어요. 그리고, 장면 장면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거든요. 그런데 특정 장면에서 뜬금없이 폭발적으로 작가의 생각을 쏟아냅니다. 그것도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정도가 아니라 '보통 이 문제를 이렇게 접근하는 인간들이 있는데, 나는 싫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생각한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인 방식으로 담고 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여행기로 생각하고 읽던 저는 당황스럽죠. '응? 왜 갑자기 발끈하는 거지? 어느 대목에서 이렇게 감정이 격앙되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자주 밝히지만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 특히 상대방의 태도에 대한 비판과 수정을 요구할 때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정서적으로 충분히 공감하고, 상대방이 나에 대해 신뢰하는 사이가 아닌 경우에는 나의 주장이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 일단 거부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어, 니가 뭔데 그러는데?'라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작가가 특정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쏟아내는 비판적 시각에 입각한 본인 주장은 그런 관점에서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실 작가가 일반적인 범주에서 약간 벗어난 태도로 세상을 살아간다고 분류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면 어떻습니까? 그건 작가의 선택이고 가치관이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작가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불필요한 공격적 감정이 고스란히 저에게까지 전해지니 읽는 제 입장은 곤란한 겁니다. '응? 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이런 느낌이 좀 들었거든요.

   에세이에 사실 묘사를 할 때나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때도 약간의 배려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단 말이야! 받아들이든가 말든가 나는 그래!"라는 태도가 마치 무척 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세심한 배려가 동반될 때, 호감도 상승하고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이 더 밝게 빛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러거나 말거나 지지하는 독자가 넘쳐나니 받아들이든가 말든가 마음대로 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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