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SF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유머와 위트
이 작품은 정통 우주 SF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서, 이것이 픽션인지 팩션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그만큼 저자가 전문가 못지않은 덕후로 관련 서적 등을 통해 지식을 충분히 쌓아 온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이런 성스러운 덕력이 배우라는 배경이 무색할 만큼의 놀라운 디테일을 갖춘 전문 SF 소설을 만들어낸 원동력이 아닌가 합니다.
저 같은 경우도 나름 전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데 정말 무서운 디테일은 어디에서 볼 수 있느냐? 하면, 관련업계 덕후들에게서 입니다. 어지간히 오랜 시간 일한 전문직 종사자보다 더욱 철저한 과거까지 꿰뚫고 있는 덕후들을 대하면 정말 놀라곤 합니다. '아니, 저런 건 내부 자료나 실물을 자세히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후덜덜합니다. 앞으로 갈수록 잉여력과 덕력의 중요성은 높아질 것 같아 보입니다.
"씁니다. 우주일지"가 폭넓은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작품 전반에 농염하게 배어 있는 특유의 유머와 위트입니다. 제가 취향 저격을 당한 가장 큰 요소이기도 하고, 독자들이 이 작품을 부담 없이 대할 수 있게 만드는 만능 양념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놓치지 않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유머러스한 표현들은 이 작품이 재미있는 소설이라 느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무척 좋았습니다. DC 시리즈와 마블 시리즈의 극적인 흥행성적 차이를 나은 결정적 요소가 바로 "유머와 위트"라고 보는데, 이 작품도 진지한 묘사와 유머러스한 태도가 너무 잘 어우러져서 수준 높은 작품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