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1. 허지웅의 글에 관하여...

 

   허지웅씨는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이었던가요? 재미있는 내용의 소설이 한창 홍보될 때 알게 되었는데, 글도 쓰고 방송도 하는 사람이라는 게 일단 흥미도 있었지만 뭔가 글 자체에는 미덥지 않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먹을 건 별로 없는데 호들갑스럽게 방송으로 맛집으로 홍보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아내가 사놓은 이 책을 읽는 데까지는 지난한 시간이 걸렸던 것입니다.

 

   첫인상도 그리 호감이 아니고 주로 무언가를 비판하는 어감으로 말을 하는 모습을 많이 접해서 비호감이었는데 고() 신해철사마와 친분이 있고 꽤나 친하게 지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급호감으로 바뀌었습니다. 해철님은 진리니까요.

 

   이후에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가끔씩 접하면서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다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방송에 자주 나오면서(형편이 나아졌는지) 처음 접했던 날카로움 같은 것이 많이 무뎌진 것 같은 모습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그의 글을 한번쯤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집에 있는 책 한권 찾아 읽는데까지 참으로 길고 긴 과정이 구구절절 있었습니다만 여튼 그래서 읽었습니다.

 

   이 양반 글이 신기한게 롤러코스터처럼 좋은 글, 나쁜글이 뒤섞여 있더군요. 그게 몇가지 이유가 있는거 같은데 이 책에 관한 이야기는 그 몇가지 이유에 관해 내맘대로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2. 장점을 먼저 적어주는 미덕...

 

   사실 단점이 먼저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려고 하지만 그래도 훈훈함을 유지하기 위해 장점을 먼저 언급해볼까 합니다. 일단 글을 쉽고 편안하게 쓰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습니다.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나 자신이 가진 생각을 조리있게 순서에 맞게 차근차근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라 글을 읽고 따라가기가 편합니다. 분명 자기생각이 뚜렷하기 때문에 자칫 읽는 사람이 마아아아아~~~~~~~~이 마이 불편해질 만한 구석이 있는 내용들인데도 불구하고 뉘앙스에 비해서는 쉽게 읽혔습니다.

 

   또 한가지는 상당히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가 균형잡힌 시각이냐라고 따지신다면 "내가 볼때 그렇다니깐!" 이라고 역정을 낼 수 밖에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세계관이나 인생관, 가치관이 저랑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좋은 사람', '우리편' 뭐 이런 거라고나 할까? 사람이 사람 평가하고 따지는거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그렇쥬? 정치적인 입장을 밝히는 내용이 은연중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이런 주장속에 형평을 나름 유지하려는 노력이 많이 엿보입니다.

 

   내용중에 여러차례 상당히 강한 어조로 밝히는 미디어의 해악에 관한 내용은 전적으로 동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미디어가 만든 악마 '최민수'씨에 대한 에피소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참,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책에서 가장 큰 강점은 사실은 후반부에 나오는 영화이야기에 있습니다. 영화 자체보다 한 인물의 인생사 전체를 조망하는 인물리뷰가 정말 좋았습니다. 저도 추억이 돋아서 그런지 엄청 재미있고, 흥미롭고, 감동도 있었습니다. 특히 너무 좋아서 이 책 전체의 평가가 상중하로 따지면 "하"였는데 "중"을 넘어 "중상"으로 바뀐 계기가 바로 "록키, 실버스타 스텔론"의 일대기를 정리하고 평가한 부분과 "미키 루크"에 대한 에피소드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두개의 글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기왕 산거니 정신승리하는 것도 없지 않습니다만...)

  

 

#3. 아낌없이 적어주는 단점이야...

 

  이 책은 이래저래 단점이 많습니다. 저자의 한계인지 편집자의 부족함인지 알길이 없지만 조금 더 내용을 정리했어야 하는데 무척 산만한 것이 아쉽습니다. 책 자체가 2007년에 쓴 글부터 2013년에 쓴 글까지 6년 내지 7년에 걸쳐 쓰여진 글을 그냥 엮은.. 아니 그냥 모아둔 기고문 모음집 같은 것이다보니 주제도 글의 퀄리티도 제각각입니다. 저자가 어디에 어떤 입장으로 쓴 글이냐에 따라 어감이나 주제가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냥 막 모아놓으니 이거 뭐 내용적으로 편집상태가 안습입니다. 그래도 몇개 재밌는 글을 건졌으니 다행입니다만은... 이렇게 날로 먹는 에세이는 좀 지양합시다. 쫌...

 

   동일한 이유로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는데 바로 여기저기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중언부언입니다. 그러니까 했던 말 또하고 했던 말 또하는 술자리 취기 신공같은게 아낌없이 들어가 있습니다. 초반부터 똑같은 에피소드를 여기저기 가져다 쓰고, 정말 좋았던 로키 스토리도 그 뒤 다른 글에서 그대로 가져다가 쓰면서 자신의 논리를 전개해 나가기 위한 소재가 몇개 없어서 저자의 경험이나 사고의 폭이 엄청 좁아보이는 엄청난 실수(아니 뭐 실제로 그런걸 수도 있고...)를 여기저기서 보여줍니다. 이 중언부언의 문제는 전체적인 책의 질과 저자에 대한 신뢰도를 대폭 떨어뜨리는 주범입니다. 우리가 실생활에서도 자기 주관이 또렷하고 주장이 강한 사람을 여럿 만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여러가지 주장을 하면서 맨날 똑같은걸 예로 들어. 아 그럼 우리는 그 사람이 아는 것도 없고 편협한 시각으로 주장만 강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겠습니까? 딱 이 책이 그런 모양새란 말입니다. 편집자가 이 부분을 충분히 고민을 했어야 한단 말입니다. 아니면 저자라도 말이죠...

 

   또 한가지는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인데, 상당히 균형잡힌 시각을 가진 듯 하다고 했는데 이게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문제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뭐랄까? 어떤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무척 불편해질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이죠. 한가지 사안에 찬성하는 무리와 반대하는 무리가 있는데 갑자기 저자가 홀연히 나타나서 '이런 멍청한 것들, 너희는 둘다 틀렸어. 인생은 그런게 아니야. 내가 알려주지...' 뭐 이런 느낌? 그러니까 이쪽도 까고 저쪽도 까고 모두까기 신공을 펼치는 느낌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딱 "그래 무척 균형잡힌 시각이군.."하고 생각하기 보다는 통상 "그래 너 잘났다"라고 반응하기 쉽기 때문에 비교적 조심스럽고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허지웅씨의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사실 제목과 관련있는 내용도 있고, 걍 자기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놓은 것도 있고 좀 산만하고 단점이 많지만 훅 오는 이야기가 끼어 있어서 그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괜찮았던 책이었습니다. 근데... 기왕이면 좀 신경써서 만듭시다. 책  한번 만들어놓으면 평생가는 건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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