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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 확실한 취향저격에 당하다..
일단 이 책은 첫 문장 때문에 읽지 않을 수 없을 수 없을 책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p14"
저는 이런 시작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렸던 것입니다. 요런 표현을 쓰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면 재미있을 수 밖에 없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죠. 결과적으로 정확한 판단이었네요.
이런 문장이 첫 문장일 수 있는 것은 이 책이 주인공의 일지기록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이사이 지구 나사(NASA)와 동료 비행사들(지들만 탈출해서 지구로 돌아가다가 다시 화성으로 주인공을 맞으러 가는)의 시선에서 동시에 이야기가 전개되기는 하지만 핵심은 주인공의 독백에 가까운 기록입니다. 이런 형식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만 다행히 취향에 잘 맞는 경우는 흡입력을 한껏 땡겨 올려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절망적인 상황이고, 아무도 도울 수 없는 절대 고독의 상태에 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유쾌함을 잃지 않습니다. 만약에 이 이야기가 삶과 죽음에 관한 주인공의 철학적 사색으로 이어졌다면 하품과 함께 저멀리 던져버렸을 확률이 높습니다. 제가 그다지 진지한 사람도 아니고 사실 화성에 홀로 낙오해야만 철학적인 고찰을 할 수 있는 상황인 것도 아니죠.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좌충우돌 어드밴처로 진행되어야 읽는 재미 가득한 소설이 되는 것이죠. 작가가 적절한 판단으로 흥미 유발하도록 치밀하게 잘 짠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졸 잼, 꿀 잼 이었습니다.
#2. 정해진 플롯, 누구나 예상가능한 기승전결.. 그러나 재밌다.
서살 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 못할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스테레오 타입 생존기입니다. 한치의 오차와 어긋남이 없는 구성이죠. 부제부터 "어드밴처 생존기"라고 되어 있잖아요. 그러니까 화성에 혼자 남겨졌는데 생존한단 말입니다. 결국 지구에 돌아간다고 제목부터 스포를 마구 던진단 말입니다. 단순합니다. 이런거죠.
(기) 화성에 홀로 남겨진다
(승) 자, 내가 얼마나 좆됐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한번 살아보겠다고 별짓 별짓 다한다. 원플러스 원으로 동료와 지구인들이 나를 살리기 위해 별짓 별짓 다한다.
(전)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지가 결정되었다. 필사의 모험을 감행한다. 하다가 별 고비를 다 겪는다.
(결) 짜잔~~~ 나 살았다~~~~
여기서 벗어날 수 없는 구성이죠. 그래서 이 책은 (승)과 (전) 부분이 중요합니다. 본인은 어떻게 이 험한 난국을 악착같이 헤쳐나가는지, 또한 지구와 동료들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 판국에 화성에 살아남은 한사람을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목숨이 간당거리는 위기는 얼마나 겪고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포인트입니다.
다행히도 주인공의 살기위한 노력과 위기극복의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위기 자체에 대한 설정과 설명도 마찬가지고, 살기위한 계산과 노력의 과정에 서술되는 과학적, 공학적 설명들이 구미를 당겼습니다. 어떤 분들에게는 하품유발이 될 내용들이지만 말입니다.
참, 주인공이 식물학자이자 공학자인것도 웃깁니다. 작가가 이런저런 위기와 극복과정을 다 짜놓고 보니 주인공이 식물학자이기도 하면서 공학도 알아야만 해요. 그래야 화성에서 겪는 위기를 홀로 극복할 수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해보건데, 식물학을 전공하면서 공학도 함께 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이거 상당히 어색한 대목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읽게되죠. 왜냐면, 우주비행사라는 직업 때문입니다. 전 우주적 특수직 초전문직종이니까 그럴수도 있겠다 하고 넘어가는거죠.
#3.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한계...
이런 작품은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당장 물리학이니 식물학이니, 화학적 원리 같은거에 전혀 관심이 없는 독자가 읽으면 너무나 지루한 부분이 많고 이해불가,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힘들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입니다. 주인공의 성격을 이용해서 적당히 결론만 알고 넘어가자며 최대한 일반독자들이 힘들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지만 그 내용 자체가 관심이 없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 많아요.
우주에 나가서 돌아댕기는 자체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많죠. 경이롭지도 않고 그 묘사들이 와 닿지도 않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이런 경우는 배경만 우주지 사실은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대한 이야기로 가야 더 많은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렇게 되면 저에게는 또 드럽게 재미없는 작품이 되는거죠.
읽는 사람 입장에서 공감이 안되는 부분이 몇가지 더 있을 수 있습니다. 이작품의 즐비한 위험요소일텐데, 일단 주인공이 뭐 때문에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렇게까지 악착같이 살려고 하는지에 대한 당위가 없어요. 그냥 사람 목숨 중요하니까, 자기 목숨을 부지하려는 노력은 본능이니까... 뭐 이정도? 하지만 참 많은 경우에 쉽게 생을 포기하는 것이 또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완전히 동의가 안될 수 있어요. 저야 그냥 주인공 성격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기 때문이라고 하고 넘어갑니다. 기왕이면 재미있게 읽는게 득이니깐...
먹고 살기 더럽게 힘들고, 우환도 재난도 많은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화성에 있는 "이미 죽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말도 안되는 전 지구적 노력도 의아하긴 마찬가지 입니다. 물론 주인공을 살려내느냐 여부는 이미 미국의 자존심, 지구의 우주여행 기술의 발전상의 지표가 되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한층 성장하는 기회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자 인권을 중시하는 이미지를 지켜야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음에도 당장 내 주변에 오늘도 수십 수백명이 죽어나가고 제 3세계에 수많은 인간들이 굶어 죽는 이마당에 상황자체가 불편함을 불러일으키는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아, 또 이야기가 명절에 오랜만에 만난 홀러 지내시는 할머니가 온 동네 소식 다 전해주느라 밤새도록 안자고 떠드는 모양새가 되어가니 요정도로 정리하자면, 여러가지 요소가 호불호의 덫에 빠지기 너무 쉬운 작품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정말 최고로 만족하며 읽었던 작품이란 겁니다. 껄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