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2 - 얼음과 불의 노래 1부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1. 역시나 공평하신 조지 R.R. 마틴느님...

 

   얼음과 불의 노래 1부의 2편에 해당하는 [왕좌의 게임2]편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이북이 있는데도 굳이 책을 사놓고선 내내 이북으로만 읽은 것 같습니다. 이북으로 책을 읽다보면 종이책 특유의 질감이 질감이 없다보니 얼마나 읽었는지 감도 없고 가독성도 떨어지는 느낌인데도 불구하고(심지어 계속 끊어 끊어 읽었는데도) 전혀 흐름이 끊기지 않고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이 작품의 최대특징은 파트별로, 부분으로 끊어보면 두드러지는 인물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를 아우르는 주인공이 따로 없는 것인데,  그 이유는 역시나 작가가 등장인물을 대하는 철저하게 공평한 태도 때문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공평함이랄까... 서로서로 적이면서도 엮여있고, 동지이면서도 각자의 이해득실과 상황에 따라 돌변하기도 하는 상황을 창조하면서 결코 등장인물이나 세력중 어느 한쪽이 절대악이고 다른쪽은 선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절대 편들지도 않고요. 어느 세력에 특별한 정당성을 부여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권력을 휘두르는 쪽이 부당한 피의자가 되는 경우가 생기는데 결국 그것은 권력의 속성인지라 그 또한 잔인하지만 자연스럽게 납득할 만 합니다.

 

 "왕좌의 게임에 참가하는 자에게는 승리가 아니면 죽음이 있을 뿐이니까요. 중간이란 없어요."p124

 

   로버트 왕의 왕비이자 대권을 이어받은 조프리왕의 어머니인 세르세이가 권력의 대척점에 서서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끌어내리려는 에다드에게 밝히는 권력에 대한 이러한 속성은 역사가 반복적으로 증명해온 바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우리 현실 속에서도 이런 속성이 그대로 적용이 되어왔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파괴적인 권력의 속성을 중성화해보려는 노력이 가시화 되었을 때, 권력의 주변인들이 보이는 반응은 놀라우리 만큼 적대적입니다. 권력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는 시각에서는 국민을 힘들게만 만드는 권력다툼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해득실 관계에 놓인 사람들은 이런 권력의 속성을 유지하고자 한다는 말입니다. 거기에서 자신들의 유익이 나오기 때문이겠지요.

 

   왕좌의 게임을 읽다보면 이런 거시적인 권력의 속성과 비장함에 대해 긴 호흡으로 풀어주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권력의 소용돌이에 자의든 타의든 휘말린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과 태도가 뒤엉켜 복잡다난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버무려지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등장인물 개개인의 시각으로 풀어주니 더욱 입체적입니다. 전반적인 설정과 등장인물을 대하는 저자의 태도는 물론 스토리의 서술 방식까지도 참으로 공편하신 저자 조지 R.R.마틴느님이십니다. 만세수를 하옵소서~~~(Live for ever Martin~~)

 

 

 

#2. 얼음과 세븐킹덤과 불의 노래...

 

   이 작품을 읽다보면 아무리 봐도 책의 제목은 "얼음과 세븐킹덤과 불의 노래"라고 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왜냐하면 종국에는 얼음으로 상징되는 북쪽 세력과 불로 상징되는 해협너머 제3세력(드래곤의 후예, 불의 대너리스)의 대결이 될 것을 암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시작부터 많은 부분을 중간나라 세븐킹덤의 세력간 권력다툼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르긴 해도 이 엄청난 서사의 후반까지도 세븐킹덤 대력간 다툼이 계속 주요 내용으로 등장할텐데 중간대륙은 쏙 빼놓고 제목으로 스포를 뿌리시면 곤란하지 말입니다. 얼음 대 불이 중요하지만 중간대륙을 물로 보면 역시 곤란하지 않습니까?  

 

   묘하게도 가운데 땅 세븐킹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참혹하기까지한 권력암투의 과정을 거의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시간대에 북쪽 월 너머에는 전혀 현실감 없는 존재들이 넘실대고 있습니다.  해협 건너 먼땅에는 심지어 드래곤이 등장합니다.  묘하게도 중간대륙은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그 외 지역은 대놓고 판타지를 추구하는 양면적인 모습이 보입니다. 이 리얼리티와 환상의 적절한 조합은 비율부터 배합순서까지 절묘합니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어딘가 저먼 환상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역시 얼불노는 환타지가 맞습니다. 환타지의 세계에서 또 다른 존재의 등장으로 극적 긴장감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 분위기 때문에 주구장창 시작부터 "Winter is comming~~~"을 외친거 아니겠습니까? 재밌게도 이 와중에 그러거나 말거나 세븐킹덤의 세력들은 이런저럼 다툼을 계속하고 왕의 죽음을 명분으로 너도나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왕권을 주장하기도 하고 북쪽의 왕 추대되기도 하고 정국은 혼란 일변도로 퍼져나갑니다.


   세븐킹덤이 이래저래 다투고 전쟁을 치르는 사이 심상치 않은 전조를 보이는 북쪽 세력과의 스토리에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그 이름도 너무 북쪽스러운 "존 스노우"입니다. 시절이 시절이니 만큼 "Let it snow~~ Let it snow~~~" 노래가 절로 나오는 이 친구는 북쪽 윈터펠의 스타크 가문의 서자입니다. 왕좌의 게임 전반에 뿌리깊게 드러나는 '서자'에 대한 차별은 흡사 우리나라의 '홍길동'을 떠올리게 할 정도입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아들인것도 아니고 아닌것도 아닌 묘한 상황인데다가 주변 사람들이 무시하는 정도는 더 심하다보니 성장하면서 정상적으로 자존감을 갖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이 존 스노우의 전투력을 향상시키고 갈등을 유발하면서 이야기꺼리를 이어가게 됩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드라마로 다 봤는데.. 뭘...)

 

 

#3. 드래곤의 마지막 혈통 "대너리스"...

 

   세븐킹덤에서 바다건너 다른 대륙에서는 또 다른 여러세력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세븐킹덤을 호령하다가 쫒겨난 자칭 드래곤의 후예 타르가르옌 가문의 마지막 혈통 "대너리스"가 버티고 있습니다. 야만족이라 할 수 있는 도트락인과 연을 맺은 대너리스는 마냥 어린아이에서 서서히 왕족의 후예다운 모습을 갖추며 성장해갑니다. 이 대너리스는 그야말로 얼불노 전체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만한 다크호스와 같은 존재로 보여집니다.


   [왕좌의 게임2] 말미에 결국 가지고 다니던 드래곤 알 3개를 부화시키고야 맙니다. 그래서 드래곤의 어머니가 됩니다. 심약하고 울보에 지나지 않던 철없는 여자아이가 혈혈단신에 가진 것 하나 없는 상태로 낯선 땅 생소한 문화에서 좌충우돌하며 결국 리더의 강인함을 보이는 그 모습이야 말로 독자로 하여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가게 만듭니다. 정작 저자는 크게 도움을 안주는 것 같지만 결정적인 한방, 드래곤을 삼세마리나 붙여줍니다. 왕좌의 게임 시작이래 최상급 레어 아이템을 세개나 증정했으니 향후 대적불가능의 존재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사진 출처 : http://quartermaester.info>


   이 얼음과 불의 노래 지도를 만든 분은 누군지 모르지만 대단하군요. 실제로 저 웹사이트에 들어가니 확대축소도 마음대로 되고 정말 자세하게 나와있습니다. 여튼 지도의 오른쪽에 있는 땅이 세븐킹덤이고 그 위쪽이 월 너머 북쪽입니다. 세븐킹덤의 오른쪽에 큰 대륙이 대너리스가 있는 곳입니다. 빨리 세력을 키워서 드래곤과 함께 호로록 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대너리스쪽에 감정적으로 더 지지가 되더라구요. 이러다가 마틴느님이 또 한순간에 훅 날려버릴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여튼 계속 생각하는 거지만 이 대단한 이야기가 제발 저자의 의도대로 잘 끝맺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엄청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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