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7
안치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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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대로된 한국형 탐정소설을 만나다.

 

   안치우 작가의 작품은 처음입니다. 이 작가의 근작 [재림]의 초반부를 읽으면서 첫인상처럼 느낀것은 글이 섬세하고 탄탄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표현도 깔끔하고 한편으로는 기교가 있지만 억지스럽지 않아 상당한 베테랑의 글처럼 여겨집니다. 가독성도 좋고 부자연스러움 없이 편안하게 읽히는 점도 장점입니다. 물론 지나치게 문학적인 용어나 단어를 사용하려 애를 쓴 듯한 모습이 조금은 거슬리기도 했지만(저 같은 사람은 평생 듣도보도 못한 단어들을 꽤나 사용하고 계십니다. '워낙에 일반인이 안쓰는 단어들'을 일부러 연구하시기라도 한 듯 특히 초반에 많은 단어들을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는 상당히 훌륭합니다.

 

   주요 등장인물들도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사실상 원 톱 주인공이라고도 볼 수 있는 '권민'이라는 인물은 왠지 '셜록홈즈'스러운 지나친 능력자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력이 넘칩니다. 남성적인 여성 '권민'과 대조적으로 여성적인 남성인 '승주'의 등장도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변호사의 신분으로 탐정까지 하는 독고잉걸의 존재는 절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 들이 펼치는 한국형 탐정 보고서와 같은 이 작품들은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맞춰 한국인의 일반적인 정서에 최적화된 스토리 전개로 편안하게 공감을 이끌어 냅니다. 이 작품을 대하면서 문학적으로 훌륭하니, 완성도가 어떠니 하는 문제를 떠나서 해외에 나가서 뭔가 속이 느글거리고 있을 때, 김치에 라면을 끓여서 밥을 말아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 무척 좋았습니다. 역시, 우리것이 좋은 것인가 봅니다.

 

 

 #2. 민감한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룬 용기있는 태도

 

   [재림]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심상치 않았습니다. 매우 기독교적인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가 종교, 교육, 정치적 견해 등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중 종교문제는 입장차이가 있을 때는 심각하게 대립하기 십상인 주제입니다. 그런면에서 저자가 종교 중 특히 한국 기독교의 폐단과 잘못된 종교적 신념을 매우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태도는 훌륭하다고 할 만 합니다.

 

   이 책에는 [재림]과 [만남, 그리고 시작]이라는 두개의 작품을 실려 있는데, 표제작인 [재림]에서 종교의 맹목성과 일방적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있다면 재림의 프리퀄 겪인 [만남, 그리고 시작]에서는 해외 실종 유학생 문제와 더불어 이민사회의 문제, 대사관의 사대적 태도 등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런 날선 비판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잘못하면 균형을 잃기 십상입니다. 이 작품은 아예 대놓고 까고 있는 실정이라 균형이 어떠니 할 것도 없이 속 시원하기는 합니다. 다만 표현방식에 문제라고 한다면, 비판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란 점입니다. 그리고 이 직설적 비판이 또 너무 길어서 작품에 잘 녹아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소설의 중간중간에 '한국 기독교의 폐단'이라는 논문이나 기고문을 여기저기 끼워넣어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한번 잘 들어봐라'하고 '내 생각엔 한국 기독교는 말이야~~~'하고 몇 페이지에 걸쳐 계속 잘못된 점을 늘어놓는 택시기사 아저씨 같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중간에 내리지도 못하고 무척 난감해지는 것입니다.

 

   좋은 작품이란 순문학이던 장르문학이던 상관없이 그 목적에 맞는 중심의 이야기가 물흐르듯 흘러가고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내 주는 작품입니다. 그 은유가 가지는 힘으로 인해 독자는 작품을 읽고나면 자연스레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판정신을 장착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작품 [재림]은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던 저자가 갑자기 작품속에 개입해서 작가의 생각을 쏟아내는 느낌입니다. 적어도 비판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세련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작품 자체로 보았을 때 상당히 아쉬운 문제점이 있었는데, 작품속의 연쇄살인범의 진정한 범행동기가 사실은 종교적 맹신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자가 계속 밝히고 있듯이 애초에 종교적 보복이나 응징이 아닌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전력이 있고, 종교적 응징은 이 범인의 살인마적 충동을 더욱 부채질한 정도의 역할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품속에 노골적으로 묘사된 기독교적 혹은 종교적 맹신의 문제점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그런 잘못된 종교적 신념 때문에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어야 합니다. 그래야, 종교의 탈을 쓴 살인마는 역시나 종교적으로 왜곡된 맹목적인 신앙으로 인해 이성적인 판단은 애초에 잃었고 인간의 목숨마져 경시하게 되었다는 결론이 나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저자가 비판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종교가 문제라고 엄청 강하게 비판했는데 막상 결말을 보니 역시나 예상했던 방법으로 종교적 응징을 한 것으로 보여지기는 하지만 모양새야 어찌되었건 꼭 기독교적 응징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살인은 계속했을 사이코패스 같은 범인이었단 말입니다. 이게 비판하는 지점과 결론이 서로 사맛디 아니한 듯한 어색함이 남았다는 것입니다.

 

 

 #3. 프리퀄이 더 작가의 역량을 잘 드러내주는 작품?

 

   [재림]은 좋은 작품이고 재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저자가 너무 힘을 준 소설입니다. 초반에 불필요하게 과한 문학적 단어의 남발(물론 그렇다고 문장이 이상하거나 하지는 않았음. 무척 좋았으나 나는 거슬렸다는 점!!)이 보였습니다. 공모전 당선 이후에 나온 작품이라 그런지 의욕이 넘쳐서 인지 작가의 목소리가 스토리를 뚫고 나와버려서 조금은 어색하고 불편한 작품이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프리퀄격인 [만남, 그리고 시작]에서는 지극히 적절한 용어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문장표현이 빛나고, 이 소설의 주인공 들의 배경과 사연, 캐릭터를 잘 잡아주는 스토리가 인상깊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세명의 주인공에게 집중하게 되고 흥미를 충분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조금 밋밋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재림]이 너무 과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재림]을 전진배치해서 자극적이고 이슈가 될만한 이야기임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 주인공들의 사연과 인연을 자연스레 설명하는 방식을 노린 것 같습니다. 좀 전형적일 수도 있지만 차라리 순서를 바꾸는 것이 맞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랬다면 재림을 좀더 편안하게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두번째 작품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약간 힘을 뺀 느낌이 너무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저는 [재림]에서는 사실 갸우뚱? 했다가 [만남, 그리고 시작]에서 작가의 작가적 역량이 충분히 뛰어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다음 작품부터는 이 사랑스런 세 탐정들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풀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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