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과 창조의 시간 밀리언셀러 클럽 135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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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만난 매튜 스커더의 매력

   저는 영미나 유럽 소설은 많이 읽지 않은 편입니다. 뭔가 심심해서인지 확 끌어당기는 매력을 아직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만난 미국 작가 로랜스 블록의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매튜 스커더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일단 제목이 상당히 끌렸습니다. 뭔가 있어보인달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에도 '으응? 그래서 왜 살인과 창조의 시간인데?'하는 생각이 계속 들기는 했지만 아무렴 어떻습니까? 제목은 멋지고 내용은 재밌으니 말입니다. 에또.. 복잡하고 어려울 것 없는 장르소설이니 그냥 읽고 즐기면 그만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같은 입문자를 위해서 약간의 해설이나 역자의 말, 편집자의 글 같은 것들이 책 말미에 조금 포함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장르소설의 핵심 과제는 역시나 '저변확대', '대중화'이니 만큼 말이죠)

   초반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자꾸 김중혁 작가의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에 등장하는 '구동치'가 떠올랐습니다. 구동치라는 인물을 대하면서 느꼈던 이미지가 뭔가 어두운 일을 하면서도 강직하고 가슴 따뜻한 인간의 본성을 놓지 않는 휴머니스트 같은 느낌이 있어서 무척 매력적었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매튜 스커더 역시 비슷한 장점을 가지고 있더군요. 의뢰인의 비밀을 지켜준다는 설정에서도 이번 작품속 매튜 스커더의 행동과도 유사점이 있구요. 캐릭터 자체만 봐도 상당히 여린 면도 있고, 이혼한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틈만 나면 생활비를 붙여 주는 모습이나 이익만 취해도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우직한 면도 전반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았습니다. 뜬금없이 교회나 성당에 들어가서 10의 1조를 헌금한다거나 하는 모습도 직접적으로 닮지는 않았지만 인간적으로 따뜻한 면이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런 요소들은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에게 호감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요인이 아닐까 합니다.

  

 

 




#2. 담백하고 깔끔한 전개의 매력.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전개인 것 같습니다. 사건의 큰 틀이 초반에 툭 던져지고 그 틀에 따라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크게 벗어나는 것도 없고 작가가 독자를 농락하는 희한한 반전도 없습니다. 아, 물론 마지막에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없으면 너무 심심한 정도의 일반적인, 극적인 요소에 반드시 필요한 정도의 반전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에 와서 이 정도의 마무리를 반전이라고 할 수나 있을지 궁금할 정도의 정석적인 정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시 미국 장르소설이 대체로 그러한지 저로써는 알 수가 없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길지 않아 읽는 부담도 없습니다. 바쁜 일상 중에 맛있는 음식을 딱 배부를 만큼 먹고 금방 일어나는 장면이 떠오르는 느낌적인 느낌 말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오랜 경찰 생활을 하다가 접고 '탐정 비슷한 것'으로 연명하는 스타일이라 등장 인물의 행동에 제약이 따릅니다.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이 범위가 훨씬 넓지요. 조직이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조사에 이용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주인공이 '탐정 비슷한 것'인 경우는 경찰과 대립도 생기고, 이용하기도 하면서 유도리있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작품의 분위기는 에드 맥베인의 "97분서 시리즈"와 많이 닮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미국 작가이고 시기도 비슷하기도 하다보니 아무래도 비슷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드 맥베인이 1926년 생이니까 로랜스 블록보다 12살 형이네요. 자연히 87분서 시리즈가 떠오르면서 아직 못 읽어본 시리즈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작품들은 하나같이 이야기가 지나치게 길지 않고 딱 필요한 이야기만 정제한 듯한 깔끔함과 담백함이 일품입니다. 막 엄청나게 극적이고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 장르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약간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3. 살인과 복수가 난무하지만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의 매력

 

   로랜스 블록의 특징일지 어떨지는 앞으로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살인과 창조의 시간]을 통해 나타는 바로는 이야기 자체는 이중적인 매력이 있어 아주 좋았습니다. 만약 제가 이런 이야기 골격을 가지고 글을 써보라고 한다면 사건의 전개와 해결을 중심으로 막 이어나가겠지요. 하지만 명작들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이 작품속에는 주인공의 감상, 고뇌, 독백 등을 통해 이런저런 인간사의 다양한 단면을 끄집어 내 줍니다. 그 뿐 아니라 경찰조직이나 탐정 생활 등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 나름 통용되는 속성이나 원칙 등에 대해서도 촘촘히 설명해주고 있어 '음~~ 그렇군' 하고 음미할 꺼리들을 제공해주는 것입니다.

 

   처음 만난 로랜스 블록의 [살인과 창조의 시간]은 제가 좋아할 만한 요소가 여러가지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이 양반 작품의 세계가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사모아 봐....... 아니 읽어봐야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리암 니슨 형님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툼스톤]이 로랜스 블록의 [무덤으로 향하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라고 하니 원작도 찾아보고 영화도 봐야겠습니다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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