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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스를 디자인하라 - 세계 최정상 디자이너들이 해답을 찾는 창조적 프로세스
낸시 스콜로스.토마스 웨델 지음, 장동련.이연준 옮김 / 시드포스트(SEEDPOST)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1.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라? 디자인을 프로세스하라???
사실 이런 류의 책은 저같은 문외한이 읽기에 좀 힘든 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은 것은 잘은 몰라도 앞으로 그래픽 디자인이나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얼렁뚱땅 아는척 하기에 아주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요런류는 주요한 내용과 몇몇 용어만 잘 외워두면 있어보이기에 딱입니다. 혹시나 더 자세히 따지고 들면 겸손해서 그런 것으로 가장하고 딴소리, 말돌리기를 하면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예상했던 내용은 '미적 디자인을 통해 완성된 작품을 창조해 내는 일련의 과정, 즉 창작 프로세스도 이제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책을 읽어보니 전혀 다른 접근이더군요. 책 제목대로 디자인 프로세스의 각 단계를 잘게 나누고 각 프로세스 단계들을 디자인하는 개별적이고 특징적인 작품과 디자인 팩토리, 그리고 작가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일관된 프로세스를 그래픽 디자인으로 시각화하는 데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 요소별 별개의 디자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죠.
준비단계에 해당하는 [리서치], [영감] 파트부터 [드로잉], [너러티브], [추상], [개발] 프로세스를 거쳐 최종단계인 [콜라보레이션]까지 각 단계별로 해당 단계에 뚜렷하게 눈에 띄는 작품이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이 각 단계별로 소개된 과정과 결과물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2. 프로세스 단계별 디자인? 책을 제작하는 과정과도 유사한 매력...
프로세스의 각 단계를 대표하는 특징적인 요소를 소개하는 일련의 과정이 막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쉽게 예를 들자면, 책을 만드는 과정으로 비유해 볼 수 있겠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략적으로 생각해볼 때 편집자가 초기단계에 책을 구상하는 과정을 디자인 프로세스의 [리서치]나 [영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를 선정하고 초고를 받아 교정을 하고, 출간회의를 거치고, 마케팅 방법을 정하고 출간후 저자와의 만남이나 독자들에게 책을 알릴 방법을 고민하는 등의 여러가지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는데 이 일련의 과정을 그래픽 디자인의 각 단계와 유사하게 매칭할 수 있습니다.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라]의 내용전개방식은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책을 제작하는 이런 각 과정에서 리서치를 특출나게 잘하는 A 출판사의 편집자와 그 방법을 소개한 다음 연이어 출간회의를 독특하게 해서 좋은 책을 만드는 프로세스를 잘 갖춘 B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다음 장에는 독자와의 소통으로 독특한 마케팅 방식을 선보이고 있는 C출판사의 마케팅 방식을 소개하는 방식이죠. 마지막으로 인쇄소와 서점, 그리고 언론과 우호적이고 신뢰 있는 관계를 잘 맺어온 D 출판사의 예와 성공사례를 통해 그 과정과 절차와 마인드를 소개합니다. 어떻게 보면 프로세스의 각 단계들이 유기적이진 않고 각 단계별로 매력있는 예를 들어 전체를 조감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책 제작 과정이 얼마나 효과적이냐, 독창적이냐에 따라 결과물인 책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많이 읽히고 좋은 평가를 받느냐가 결정이 되듯이, 프로세스도 얼마나 다양한 고민을 거친 디자인이 결과물로 나오냐에 따라 성과나 나타나는 것입니다. 출판업계와 비교하자면 이런 일반적인 예상과 낙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현실세계에서는 그 모든 각각의 과정에 개성넘치는 많은 수많은 출판사를 뒤로하고 북페어에 페어하지 못한 돈놓고 돈먹기로 자리차지하고 장사를 하는 몇개 메이저 출판사가 많은 부분 독식을 하게 됩니다. 모르긴 해도 이런 점을 보면 디자인계가 오히려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라]의 각 과정별로 소개하고 있는 작품과 워크 그룹들은 하나같이 세심한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프로페셔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약간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이해하고 이 차이를 메꾸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 태도야말로 이 책에서 비전공 일반독자가 유추해낼 수 있는 큰 교훈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3. 흥미로운 챕터 : 심볼, 북디자인, 타이틀 시퀀스
이 책에서는 다양한 흥미로운 결과물에 대한 설명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저의 관심사와 부합하는 몇가지 챕터에 더 관심이 가게 되었는데 이중 네러티부 쪽에서는 로레인 와일드의 "북디자인", 추상쪽에 국내작가 안상수 선생님의 "심볼",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드라마의 "타이틀 시퀀스"가 있습니다.
먼저 북디자인에 대한 내용이 있어서 무척 기대를 했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결과물이 솔직히 무척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오래 고민한 아이디어는 설명을 들으니 인정하겠지만 어차피 북디자인이라는게 누군가가 딱 봤을 때 '와~~'해야 잘된거 아닐까 싶고, 외국인들의 기준은 또 다른건가 싶기도 했네요.

(북 디자인 소개 결과물 중 일부)
반면에 심볼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예를 든 안상수 선생님의 작품에는 무척이나 감명을 받았습니다. 제작과정도 과정이지만 결과물인 최종심볼에서 느껴지는 창의적 아이디어는 정말 감탄할만 했습니다. 결과물을 바로 보고 '아, 이런 심볼이군..' 하는 것은 별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무에서 아이디어 도출 과정을 거쳐 이런 직관적이면서도 의도하는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는 심볼을 창조해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래 심볼에 대해 책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읽어보면 충분히 공감이 되고도 남습니다.
안상수의 최종 심벌은 모든 생명체를 연결한다. 각각 면과 선으로 이루어진 두 원은 태양과 달을 나타낸다.
아래의 중앙 원형주위로는 물과 산에서는 동물들(오른쪽), 인간(아래쪽), 물에 사는모든 생명체와 하늘을 나는 동물들
(왼쪽) 그리고 지상에서 사는 나무, 풀 등 식물들(위쪽)의 아이콘을 회전하며 배치했다.p119
마지막 부분에 배치한 드라마 타이틀 시퀀스 부분은 단연 눈에 띄었습니다. 영상화 작업이다보니 더욱 익숙했던 것 같습니다. 제작자 톰 행크스도 익숙해서 더 그런 걸지도요. 여튼 유명한 드라마 "더 퍼시픽"의 테마이자 오프닝 부분을 장식했던 이 타이틀 시퀀스는 영상으로 찾아보니 목탄의 느낌과 타이포 그래피, 애니메이션 기법등이 무척이나 멋들어지게 잘 어울린다는 느낌입니다. 거기다 책에서는 몰랐던 테마음향까지 더해지니 한층 멋지군요. 그 유명한 한스짐머가 맡은 사운드는 이 드라마를 무척이나 보고싶어지게 만듭니다. 전쟁관련 드라마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궁금해져서 꼭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래 테마 영상을 링크합니다.
제가 평가하기는 좀 어렵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러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 책은 무지한 디자인 분야에 대한 아는척꺼리를 던져준 좋은 책이었습니다. 공부하듯이 열심히 외울 필요없이 그냥저냥 흥미롭게 읽으니 남는건 없지만 뭔가 뿌듯하고 상식도 생긴 듯 해서 지적 허영심을 조금 채워주었네요. 이 책에 등장하는 디자이너명이나 디자인 팩토리, 작품, 용어등을 좀 외워 두었다가 아는척하기 신공을 시전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