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요코야마 히데오의 미스터리가 시작되는 지점..

 

   잘 알려진 데로 요코야마 히데오의 [루팡의 소식]은 작가의 데뷔작입니다. [64]와 [사라진 이틀]을 통해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고, 제 취향에 잘 맞는 작품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데뷔작을 읽어보면 그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세계의 원형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루팡의 소식]은 이 시점에서 읽어보기에 딱 적당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전작... 아니 그러니까 전부 읽어본다...기 보다는 전부 사 모은다는 의미지만 말입니다. 사다놓으면 언젠가는 다 읽게되겠지요.

 

   [루팡의 소식]까지 읽고 보니 이 작가의 색깔을 어느정도 알게 된 느낌입니다. 경찰 조직과 생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풍부한 경험이 배어나는 서술들이 돋보입니다. 등장하는 캐릭터 한 명도 소홀히 다루지 않는 치밀하고 세심함, 인물들간의 팽팽한 신경전과 긴장감 역시 데뷔작부터 잘 살아있었습니다. 단순히 누가 범인인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나에 그치지 않고 왜 범죄가 일어났는지, 살해당한자를 둘러싼 인간들의 면면은 어떠한가를 상세히 잘 묘사하고 있는 부분도 놓쳐서는 안되는 부분입니다.

 

 

 

#2.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미스터리의 미덕...

 

   공소시효는 많은 미스터리에 등장하지만 유독 요코야마 히데오가 좋아하는 설정으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은 공소시효 만료를 기본적인 설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듯 합니다. 다른 작품들을 더 읽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공소시효를 활용하는 장점은 명확합니다. 미스터리적 긴장감과 동시에 사회파 미스터리에 반드시 필요한 휴머니즘적 스토리를 비교적 자유롭게 포함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루팡의 소식]에서도 오래된 15년전 자살로 마무리된 사건을 공소시효를 하루 앞둔 시점에 새삼 타살이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기점으로 재수사하게 되는 설정을 사용했는데, 이렇게 되면 읽는 이에게 극적 긴장감을 제공하기 용이해집니다. 시간에 쫒기다보니 복잡한 수사절차를 하나하나 밟지 않고 생략해가며 빠른 전개가 가능합니다. 또한, 다소 무리한 진행도 용인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사건자체가 오래전 과거에 일어났다는 점은 용의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환경적 변화를 통해 휴머니즘적인 요소를 충분히 자유도 높게 설정해줄 수 있습니다. 비록 그 당시에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이후에 얼마나 반성했는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악행을 저질렀는지 등을 작가의 의도에 맞게 정해줄 수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가해자를 동정하기도 하고, 어느정도 입장을 이해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설정은 사회파 미스터리적 요소를 충분히 강화해주는 도구로 활용되기에 좋습니다.

 

 

 

#3. 아직은 치밀하지 못한 완성도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이 작품은 전형적인 본격 미스터리도, 그렇다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원형을 갖추었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지점에 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뭔가 정체성이 모호하면서 실험적인 느낌도 조금 듭니다. 게다가 배경도 주로 고등학교다보니 약간 성장소설같은 느낌도 나고 말이죠..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가있어요. 이것저것 좋은 재료를 너무 많이 섞었습니다. 그리고 말미에 대단원의 막이 깔끔하게 내려져야 하는데, 내려가는 막에 사회자가 머리를 내밀고 '사실 이이야기는 말입니다~~~'하고 한참을 다시 설명하는 형국입니다.

   이 상황을 대하면서 일전에 보았던 인디밴드의 공연이 떠올랐습니다. 밴드 이름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말이죠. 왜 잊지 못하냐면 노래가 좋았는데 무척이나 무거웠고, 사회비판에 가까웠는데 노래자체에는 분위기는 알겠지만 뭘 말하려고 하는지 무척이나 모호하더란 말입니다. 노래가 끝나고 나니 가수가 노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이 노래는 왜 만들었고 어떤 의미이고 어떤 의도로 이러저러하게 만들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좀 안타까웠습니다. 좋은 노래라면 설명없이도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시디나 라디오에 나온다면 누군가 이런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여주어야 청취자들이 이해를 한다는 말이 되니까 말이죠...

 

   이런 연유로 사족과도 같이 길고긴 대화를 통한 저자의 의도설명이 아쉬웠습니다. 이미 사건은 종결되었으니 가볍고 즐겁게 마무리해주던가, 임팩트 있게 딱 끝내야 기분좋게 책을 덮는건데 말이죠. 어찌나 이러쿵 저러쿵 길게 설명을 하는지 좋은 내용이 좋게 들리지가 않고 작품성을 해친다는 생각만 자꾸 드는 겁니다. 서사 중에 끝냈어야할 설명들이니까요.  

   전체적으로 굳이 평가를 해보자면 이 작품은 읽는 재미면에서 중반과 중후반이 가장 재미있는 사다리꼴 형태의 그래프를 보여줍니다. 초반에 설정이나 전개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진행이 더디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만 어느새 흠뻑 빠져들게 되더군요. 역시나 히데오야!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등장인물들 제각각의 속사정이 드러나면서 무난하게 잘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마무리는 임팩트 넘치기보다는 조금 흐지부지한 느낌이어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히데오옹 작품세계의 원형과 욕심이 넘치게 반영된 작품으로, 전반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장르소설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양반 책은 다 사모아보는 것으로다가...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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