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 1 - 사도세자 이선, 교룡으로 지다
최성현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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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력은 누구에게나 달콤하지만 더러운 흔적을 남긴다.

 

   권력(權力)은 권세와 힘을 합친 단어로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권리와 힘을 의미합니다. 인간이 타인을 복종시키고 지배하여 좌지우지 하며 달콤해 하는 것은 역사 이래로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이런 권력의 사용은 자기존재의 확인과도 직접 연결되다보니 이 땅에 태어나 뜻을 펼치는 것을 삶의 목적으로 여겨온 것이 인간이고 그 결과로 빚어진 역사가 우리의 권력 투쟁의 역사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승자들의 역사속에 조차 권력을 위한 암투는 끝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그 권력이라는 것의 위력은 크고 한없이 강력해서 단 한번도 제대로 나누어 가졌던 역사가 없습니다. 흔히 "The Winner Takes it all"1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필연적으로 반대세력에 대한 피나는 숙청과 처단으로 이어집니다.

   이를 반대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억울한 희생의 역사입니다. 최성현 작가의 [역린1 교룡에 지다]에서는 사도세자로 잘 알려진 이선의 억울한 희생에 초점을 맞춥니다. 역사적으로 사도세자 이선이 문제가 있는 인물이라는 평, 즉 '죽을만 했다'는 의견과 영조와 노론세력의 견제에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평, 다시 말하면 아버지 영조의 권력에 대한 병적 집착, 정치적 정적으로써 아들을 대하는 과도한 불안감과 이를 교묘히 이용한 정치세력 노론의 합작의 결과로 빚어진 슬픈 역사라는 시각이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는 역사를 잘 모르고 그저 예전에 사극을 통해서나 접했던 내용이다보니 사극에서 묘사된 내용을 그냥 사실로 받아들인 꼴이 되었는데 제가 보았던 내용은 그저 사도세자가 어리버리하여 결국은 죽임을 당하는 정도의 스탠스였고 그저 그 '뒤주 속에서의 죽음까지가 처절하고 슬프고 아타까웠다' 정도의 기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쪽이건 이선은 억울한 희생의 역사에 최대 희생양입니다. 뒤주속에서 일주일을 넘게 굶어가며 처절하게 죽어갔으니 참으로 인간적으로 있어서는 안될 역사입니다.

   ​이렇듯 권력은 늘 더러운 흔적을 남깁니다. 감추려 하면 할수록 결국엔 흔적이 남기 마련입니다. 최성현 작가님은 작품속에서 권력을 쫒는 각 세력들의 형편과 입장을 놀랍게도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각자의 입장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그려집니다. 그 더러운 흔적이 [역린]이라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2. ​이기는 자가 선이요, 패배는 악이다.

   권력을 위해 잔인한 학살을 자행하는 인간들의 행보는 참으로 잔혹하고 비인간적이기 그저없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미시적인 관점에서 각 세력들, 아니 한사람, 한사람을 잔잔히 들여다보면 단순하게 단정짓기 어려워집니다. 각 사람들마다 생존을 위해, 성공을 위해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사정들을 알게되면 그 나름대로 명분이 있고,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각자의 행동에 정당성을 얻기 시작하면 문제는 복잡해집니다. 명확히 선과 악을 구별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형국에는 결국 결과로 말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결과는 승자에 의해 덧칠되고 기록되어 집니다. 역사는 사실이라기 보다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된 승전보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꿈을 꾸던 무리가 역도가 되고 악한이 되는 것이 승자의 역사입니다. 이들의 논리대로 따라가다보면 역사적 패자는 무조껀 악의 무리가 되어집니다.

   이쯤되면 역사속에 드러난 사건의 선과 악을 바라보는 우리의 입장에 혼란이 생깁니다. 세자를 살해하려는 살수는 누가봐도 절대 악이겠지만 살수가 어떻게 살수가 되어 그자리에 서 있는지 한 사람의 역사를 돌아보면 또 그럴수 밖에 없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게다가 워낙 정교하고 힘있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상황이 되면 저도 모르게 '음.. 그래, 그럴수도 있겠군..'하고 생각하고 마는 것입니다.

#3. 데자뷰와 같은 희생자들의 진혼곡...

   도데체 최성현 작가님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역사이야기가 원래 재미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완전히 몰입하도록 빼어난 구성력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각각 등장하는 캐릭터가 특색있고, 명확해 이해가 쉽고 제각각의 매력이 넘칩니다. 각각의 문장에는 힘이 있고 전통적인 느낌인데도 세련됩니다. '문장이 좋다'니 '문장력이 뛰어나다'라는 식의 평가를 좋아하지 않는 저이지만 문장이 좋습니다. 문장력이 뛰어납니다. 자연스럽게 끝까지 잘 읽었습니다.

   작가가 어느정도 의도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제각각의 입장과 환경과 필연을 바라보며 인간의 근본적인 한계를 느낍니다. 악한 욕망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한없이 잔인해지는 속성을 돌아보게 됩니다.

   작가의 표현대로 영조와 거대일당 노론 사이에서 짓이겨지는 이선의 잔인하도록 슬프고 억울한 죽음의 진혼곡이 왠지 그 당시에 국한된 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저만의 착각은 아닐 것입니다. 역사속에 끝없이 억울한 희생자가 생겨났고, 지금도 권력 앞에 힘없이 죽음을 당한 사람들의 진혼곡이 끊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받는 것은 그런 희생이 우리에게도, 우리주변에도 언제든 닥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쩌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직, 간접적으로 겪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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