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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하버쿡 젭슨의 진술 ㅣ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7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1. 흥미로운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
<출처 : 네이버 학생백과>
세계의 많은 미스터리 중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버뮤다 삼각지대의 미스터리입니다. "바다 가운데 특정 해역에서 배는 물론 비행기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미드 로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이 버뮤다 삼각지대 미스터리는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데다가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꺼리를 양산해 내는 미스터리의 단골 소재라 할 수 있습니다. [미궁에 빠진 세계사의 100대 음모론]에서는 이 버뮤다 삼각지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해역은 15세기부터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는 곳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 당시의 탐험가 콜럼버스는 항해일지에 이렇게 썼다. '거대한 불기둥이 바다에 추락하면서 우리 배의 나침반이 갑자기 방향감각을 상실했고 선원들은 하늘에 떠 있는 이상한 빛을 보았다.' 그 후 이 해역에서 갖가지 이상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버뮤다 삼각해역은 악명이 높아졌다. 가장 특기할 만한 사건은 1872년 매리 셀레스트 호 선원 전원이 실종된 사건이다."
이 책에 따르면 지난 20세기 동안 50척의 배와 20대의 비행기가 실종되었고, 이 해역은 자기 나침반이 정북을 가리키지 않는 지구상의 단 두 지역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지역에서 이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던 이유를 외계인의 소행이라고도 하고, 북미방공사령부가 위치해 선박이나 항공기의 신호체계를 교란시킨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먼 미래에서 현재로 시간 여행을 온 크로노노트가 시공간 혼란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도 추측하고 고대유적 아틀란티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광선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J. 하버쿡 젭슨의 진술]은 1872년 메리 셀레스트 호 선원 실종사건을 소재로 그럴듯하게 쓰여진 소설입니다. 당시 배만 남은 메리 셀레스트 호에 승선했던, 그리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지는 "J. 하버쿡 젭슨"의 진술을 기록한 항해일기와 유사한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입니다. 이런 형식은 실제로 일어난 일을 생생히 기록한 느낌이 강하게 나서 더욱 있을 법하게 보여진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묘하게도 설정이 다소 황당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설득력이 있기도 합니다.
#2. 셜록홈즈를 언급하지 않아도 흥미로운 소재가 가득한 코난 도일의 또 다른 작품세계를 엿보는 재미
셜로키언과는 거리가 먼 저같은 사람은 셜록 홈즈에 대해서 그다지 할 말이 없습니다. 코난 도일이 유명해지는데 셜록 홈즈의 역할은 말하나 마나 지대한 것이지만 그 이전에 코난 도일을 주목받게 만든 소설은 이 작품이라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일지 무척이나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이 책을 살 때만해도 하버쿡 젭슨의 진술이 담긴 중편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 작품 말고도 흥미로운 단편이 3편 실려있었습니다.
"J. 하버쿡 젭슨의 진술"과 마지막에 실린 "북극성호의 선장"은 바다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이자 약간 SF 환타지적인 요소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극성호의 선장"은 뭔가 몽환적인 느낌이 강한 흥미로운 단편이었습니다. 또한, 전설의 독살범을 소재로 한 "가죽 깔대기"와 미라가 살아 움직이는 황당한 소재를 전혀 황당하지 않게 그린 "경매품 249호"까지 상당히 다채롭고도 재미가 가득한 작품들로 엄선된 느낌입니다.
표제작 하버쿡 젭슨의 진술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좀 심심하고 평이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경매품 249호 같은 단편이 훨씬 실감나고 섬득하면서 흥미로웠습니다. 다만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던 소설이 갑자기 한번에 훅 해결되면서 반전도 없고 이건뭐 이렇게 끝나는건가? 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딱 정직하게 끝나버려 당황스러웠습니다. 탐정소설도 아닌데 갑자기 홈즈가 다들 불러모아 범인과 사건의 진상을 줄줄 알려주는 것이 떠오르게 하는 결착이었습니다.
#3.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의 가치란...
이 책은 북스피어의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 중 7편입니다. 000호 집행인의 귀향까지 따지면 총 8권이 출간된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읽기에 부담없는 길이인데다가 들고 다니며 읽기 좋게 판형도 작고 가볍습니다. 무엇보다 통상의 단행본 책으로는 찾아볼 수 없는 내용과 형식의 글들로 만들어진다는 점이 가장 좋습니다. 소장가치가 있는 특별한 글들입니다. 이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출간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책의 끝에 적혀 있는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에 대한 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많이 팔릴 만한 종류의 시리즈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고 싶어서 냈어요. 팔리면 팔리는 대로 안 팔리면 안 팔리는 데로 이 시리즈는 계속 낼 생각입니다. 좋아하거든요. 이런 내용의 글을. 다만 시리즈 가운데 몇몇 권은 재쇄를 찍을 여력이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말인데, 절판되기 전에 사두시면 좋겠습니다."
아, 저는 이 책 내용보다 이 짧은 몇 문장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도 사장님이 쓰셨겠지만 이런 정신 아주 좋아합니다. 비주류라도 좋아하면 기꺼이 되어주는 정신말이죠. 물론 주류 뿐 아니라 메인스트림이 되시기를 기대하시기도 하시겠지만... '팔리든 안 팔리든 좋아하니까 책을 만든다.' 이거 참 멋진 생각이자 행동아닙니까? 저는 앞으로도 내주시기만 하신다면 계속 살 생각입니다. 심지어 가격도 싸니까요. 책장을 많이 차지하지도 않고, 저에게는 최상의 조건을 갖춘 시리즈입니다. (다만 색상은 좀... 거시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