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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2 : 설명하다 ㅣ 나는 오늘도 2
미쉘 퓌에슈 지음, 캉탱 뒤킷 그림, 심영아 옮김 / 이봄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1. 생각해 본적이 없는 [설명하다]의 철학적 풀이들...
최근에 아내와 저는 삶의 환경이 바뀌는 중요한 결정을 연속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따라 아이들의 환경 역시 바뀌는 상황을 맞아 당사자인 첫째 아이에게 설명해 주게 되었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정서적 문제나 환경적인 문제들로 인해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부분을 차근 차근 설명해주는데 있어 7살 하은이의 반응은 당돌했지만 핵심적인 의도는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단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자 그 예에 대한 단편적인 이해에만 집중하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7살 아이에게는 그 나이에 맞는 수준의 이야기를 해야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더 자랄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느정도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의 요지는 받아들이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듣는 사람의 수준에 맞추어 무언가를 설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행위입니다. 그저 설명을 하는 행위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설명의 결과로 상대방의 이해와 행동이나 생각의 변화까지 이끌어 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인 것 같습니다.
나는 오늘도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 [설명하다]는 이런 설명에 대한 간략화된 철학적 의미를 풀어내는 책입니다. 첫번째 책인 [사랑하다]와 마찬가지로 여백이 많고 짧은 글을 통해 쉽게 이해하고 고민해보게 만들어주는 것이 매력입니다. [사랑하다]가 누구나 고민해보고 겪어보고 피부로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주제였다고 한다면, [설명하다]는 상대적으로 생경한 느낌이었습니다. 누구나 설명을 듣고, 설명을 하지만 '설명을 한다'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의미를 얼마나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는지를 생각하면 어색할 따름입니다.
#2.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인간의 기본권
이 책에서는 누구나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설명을 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사건과 사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자기 나름의 설명을 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종종 간과되는 인간의 기본권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과 삶의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에 대해 잘 알 권리가 있다. 최소한의 의무교육을 하는 것도 각 개인이 세계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기본지식을 습득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p022~023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일상 가운데 변함없이 우리의 설명에 대한 권리가 존중되고 있는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우리는 언제나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 말입니다. 저자는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압력이 있거나 권력관계, 심지어는 부당한 관계에 놓인 경우, 우리는 어떤 질물들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느낀다. 불편한 질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간혹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p040~041
딱히 살면서 제 스스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 기억은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제 입장을 설명할 수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설명하다]를 읽으면서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 어떤 교육을 통해서도 전해지지 않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설명을 받을 권리와 설명한 수단을 소유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고, 이것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3. 진정한 상호 의사소통 행위 "설명하다", 하지만 설명없이 전진해야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저자는 설명한다는 것은 진정한 상호 의사소통 행위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설명에 대해서 설명 해주는 것이네요. 아이와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하려면 윽박지르고 시키고 명령하는 방식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것을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저로서는 상당히 공감할 내용입니다. 아이의 필요와 생각을 알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끈기있게 존중하며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아이의 생각을 하나하나 들어볼 수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 생각보다는 지난합니다. 조금만 여유를 잃으면 상당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일방적 소통이 되어버립니다. 물론 상호 소통을 위해서는 설명을 듣는 사람도 '수신'이 아니라 '참여'가 되어야 하는 부분도 놓쳐서는 안됩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삶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저자는 설명할 수 없는 것도 있고, 그런 것은 그것 그대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을 설명하고 설명을 듣고 싶어하는 이유는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그 문제를 이해하고 싶어하고 그 이해를 위한 수단이 설명이기 때문입니다. 설명에 둘러쌓여 있으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때로는 설명 없이도 지낼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는 그저 삶을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살아가다 보면, 설명 없이, 설명을 요구하거나 설명하지 않고 전진해야 하는 때를 알아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때란 바로 강렬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p099~100
제가 개인적으로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설명하다]에 대해서 가장 비유적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 것은 다음 문장입니다.
"설명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그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일이다."p058~059
미셸 퓌에슈의 [나는, 오늘도] 시리즈를 두권 읽었는데 상당히 유용하고 생각해볼 좋은 소재들을 제공하는 유익한 책입니다. 얇고 삽화가 많다는 점은 저같은 사람에게 상당한 장점이었습니다. 심오한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좀 싱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코 내용의 무게가 가볍지 만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