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를 쓰는 방법
미국추리작가협회 지음, 로렌스 트리트 엮음, 정찬형.오연희 옮김 / 모비딕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1. 방법이 있기는 있는거냣?

 

그 유명한 미국추리작가협회의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을 읽었다.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아주, 매우, 굉장히 도움이 되고 유익한 책이었다. 여러 리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책에는 여타 책들처럼 제목과 같이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을 정석으로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몇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이런저런 방법을 나열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결론은 무엇이냐? 획일적인 방법이 없으니 여러 등단작가들의 사례를 알아서 읽어보고 너한테 맞는걸 선택해서 잘 써보라는 것이 다. 2~~C~~~ "이런 말은 나도 하겠다"라고 하고 싶지만, 나는 할 수 없는 이야기들만 가득하다. 모두 추리소설을 많이 써보고 어느정도 독자들의 호평도 받은 성공한 작가들의 피와 땀이 녹아있는 자기고백이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작가가 거의 없다는 것이 최대 함정!!!

 

 

2. 도움이냐 좌절이냐?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몰랐던 실제적인 부분들을 알게되었다. 아마도 내가이미 무작정 글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단계마다 나의 무지함을 통감하게 되었다. 솔직한 심정은 "리셋"도 도입부를 전부 드러내고... (끄으응... 이책에 따르면 그렇게 해야한다) 대화는 물론 인물 설명 등도 다 뜯어 고쳐야 된다는 생각인데, 지금와서 그럴수는 없고 만약 마지막까지 다 쓰게 되면 이 책에서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러했듯이 한동안 뒀다가 수정을 해볼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작가 한사람의 글쓰기 과정을 다룬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통용할 수 있는 글쓰기의 절차를 토대로 많은 작가들의 사례를 정리한 책이다보니 읽으면서 마치 내가 한 작품을 쓰는 과정을 거치는 듯한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어느 한 단계에 대해서 서로 상반된 의견을 제시할 때는 그중 나에게 맞을 법한 방향을 두둔하기도 하고 '그건 아니지~~'라고 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그만큼 내가 전문작가들이 미스터리 뿐만 아니라 각종 창작을 하는 실제적인 과정을 얼마나(전혀) 모르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아마도 오히려 한 작가가 자신의 방법을 주욱 소개해준 내용의 책이었다면 도움이 안되었을 수도 있다. 속으로 난 아닌 것 같은데?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조화롭게 실려있었기에 '음.. 이건 좋은 얘기군. 나랑 잘 맞는 얘기군. 난 죽어도 이렇게는 못하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가며 정리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속에서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작가들의 노력만으로도 좌절하기에 충분했다. 용기와 희망을 주기보다 주눅이 적잖이 드는 그런... 끄응...

 

 

3. 독자는 똑똑하다. 대충은 턱도 없다.

 

약간 질렸다고나 할까? 전문 작가들이 얼마나 죽을 노력을 다해 책 한권을 짜내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나도 글쓰기를 대충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전문작가가 아닌 이상 당장 글쓰기로 밥벌이가 안되니 할 수 없이 생업을 이어가야하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생업을 하는데 있어 다른 것에 힘을 낼 만큼 여력을 허락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나라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조금조금 흉내내는 수준 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일단은 취미로 즐겁게 조금씩 써보기로 한다. 그리고 많이 배우면 독창성이 없어진다는 시시껄렁한 변명은 치우고 조금씩 배워보기로 한다. 독자들은 매우 매우 똑똑하다. 솔직히 좀 간사하다. 나도 그러니까. 대충대충 쓴 글정도는 누구나 골라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독자들의 취향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작가 역시 특성이나 강점들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궁합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먼 훗날 누군가가 내가 쓴 창작물에 궁합이 잘 맞아서 즐겁게 읽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그런 상상이 머리 위쪽에 둥둥 떠올라 있었다.

 

 

이 책은 글쓰기에 관심있는 사람뿐 아니라 미스터리, 추리소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읽어두는 것이 좋다. 책읽기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건강보조제 역할을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된 주방에서 조리과정을 보여주는 식당의 음식을 신뢰하고 안심하고 먹게 되듯이, 작가들이 어떤 과정에 의해 책을 써내는지 알게 되면 더욱 맛있게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미스터리를 쓰는 방법"은 그런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