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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 우리가 사랑이라 말하는 모든 것들 ㅣ 날마다 인문학 4
정지우 지음 / 포르체 / 2023년 2월
평점 :
역사 이례로 수많은 학자와 철학자, 시인과 작가와 예술가들이 다양한 접근과 표현 방식으로 사랑을 정의하고 노래해 왔습니다. 이 이상 사랑 타령이 새로울 것이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지긋지긋하기도 합니다. 청년 시기의 풋풋하고 아련한 사랑을 논하기에 저는 이미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탓도 있겠습니다만, 그만큼 사랑은 다루기 까다롭고 힘들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존재입니다.
포르체 출판사의 날마다 인문학 시리즈 네 번째 책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는 이 어려운 "사랑"의 문제를 기어코 다루고 있습니다.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정지우 작가의 글을 통해서입니다. 사랑은 문학과 철학이 주 영역입니다. 결과적으로 사람을 제대로 썼습니다. 정지우 작가가 사랑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나 논리, 감성, 표현이 너무 좋습니다. 반박할 이유도 없지만 의아하거나 불편한 부분이 1도 없이 너무나 공감하며 읽게 되는 글입니다.
"사랑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는 사랑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을 담고 있습니다. 내용이 탄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 너무 유명하고 검증된 철학자나 작가의 개념을 기본으로 가져왔습니다. 그렇기에 기반이 튼튼하고 전반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개인적인 사유와 감성을 덧대어 충분히 자기 것으로 소화된 내용을 버무리고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개념에 트렌디하고 대중적인 감성이 입혀져 훌륭한 글이 완성되었습니다. 작가의 필력과 차분한 감성이 무척 부럽습니다.
이 책에 겹겹이 쌓인 챕터들의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예시가 됩니다. 막연한 이론이나 지나치게 사적인 경험은 불특정 다수인 독자의 공감을 얻기 힘들 수 있습니다. 저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틀 안에서 독자 개개인에게 힌트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각자 삶에서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곡을 작곡할 때, 이 책에 선보인 여러 챕터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내용을 발췌하고 샘플링해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작곡 시간과 노력과 실수를 줄여 나갈 수 있습니다. 바로 이점이 이 책의 가장 유용한 지점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사랑을 테마로 인생을 돌아보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어린 독자들이 읽는다면 사랑하는 미래를 상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부제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모든 것들"처럼 다양한 관점과 상황을 빼먹지 않고 다루고 있어서 완성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빌드업이 잘 되어있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좋았고 즐거웠던 부분은 각 장의 말미에 등장하는 '영화로 보는 사랑과 삶' 파트였습니다. 사랑에 관한 영화를 주제로 저자가 이해하고 해석한 사랑의 관점을 영화 리뷰처럼 풀어내고 있는 글들입니다. 기본적으로 필력이 좋고 표현도 훌륭한 데다가 영화 속 사랑 이야기 자체가 무척 재미있고 해석이 탁월했습니다.
"라라랜드"부터 "내 사랑", "옥자", "블루 발렌타인", "우리도 사랑일까" 등의 영화를 선택해 영화 속 사랑에 대해 풀어주고 있습니다. 라라랜드 속 두 주인공이 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과 입장, 이기적이고 이타적인 행동 결정, 그 속에 표현하고 있는 사랑의 여러 모습과 속성 등에 대한 풀이가 너무 훌륭합니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잘 정리된 리포트를 읽는 느낌으로 짧은 한 꼭지의 글로 영화 전체가 한 번에 정리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사랑 문제로 고민을 거듭하고 계신 분들, 사랑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테마에 대해 편안하게 한 번 정리해 보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마음 아프신 분들 역시 위로받고 공감하기에 너무 좋은 책입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있으시던 한 번쯤 읽고 정리하고 넘어가면 딱 좋을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