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땀 - 내 몸을 다시 켜는 순환 스위치
박민수 지음 / 유노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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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일주일 동안 땀이 날 정도로 몸을 움직였는가'라는 문항이다. 걷기는 생활처럼 하고 있지만, 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운동한 날을 떠올리면 선뜻 체크하기가 망설여진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도, 하루하루를 버티듯 지내다 보면 내 몸을 돌보는 일은 늘 뒤로 밀린다. 피로는 빨리 쌓이고 회복은 더뎌졌는데, 그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박민수 저자의 <1일 1땀 - 내 몸을 다시 켜는 순환스위치>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땀을 단순한 운동의 결과가 아니라, 멈춰 있던 몸의 흐름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신호로 바라본다. '하루 한 번의 땀'이 건강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마음에 와 닿았다.





저자 박민수 박사는 25년 경력의 가정의학 전문의로, 검사 수치보다 몸의 반응과 흐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의사다. 약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회복하는 몸'이라는 그의 철학이 이 책 전반에 담겨 있다.

저자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 자체가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말한다. 에어컨, 배달 음식,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은 몸을 편하게 만들었지만, 그만큼 땀을 흘릴 기회를 빼앗았다. 땀이 멈추면 자유신경의 균형이 무너지고, 피로와 회복력 저하가 일상이 된다. 특히 건강은 유전보다 생활습관에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는다는 연구 결과는 인상 깊었다. 결국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몸을 쓰느냐가 노화와 질병을 좌우한다는 이야기다.

<1일 1땀>은 총 8장으로 되어 있다.

땀이 끊긴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부터 시작해, 땀을 '내 몸의 성적표'로 바라보는 관점, 잠과 수면, 마음 상태와 땀의 관계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무리한 운동이나 억지로 땀을 내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질 좋은 땀을 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근육과 땀, 비만의 관계였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분비되는 마이오카인은 염증을 줄이고 비만과 당뇨, 고혈압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한다. 반대로 땀이 흐르지 않은 생활이 지속되면 지방세포에서 염증 물질이 늘어나 몸의 균형이 쉽게 무너진다. 저자는 하루에 한 번 흐르는 땀이 지방이 분해되고 근육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한다.

또 하나 공감 됐던 부분은 에어컨 사용과 자율신경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나라 에어컨 보급률은 거의 98%에 달하는데, 지나친 냉방 환경은 땀을 차단하고 자율신경계의 과부하를 준다고 한다. 더운 곳과 차가운 곳을 반복해서 오가는 생활이 몸의 리듬을 깨트린다는 설명은 요즘 생활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 책은 다이어트를 강요하지도, 운동 계획표를 들이밀지도 않는다. 대신 매일 한 번, 몸이 자연스럽게 땀을 흘릴 수 있는 상태를 회복하자고 말한다. 땀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하루 한 번이 땀이 쌓여 몸이 컨디션과

회복력을 바꿀 수 있다면, 더 이상 미룰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지는 않지만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 건강 검진 수치는 괜찮은데 몸이 무겁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1일 1땀>은 생활 습관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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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부른 아이 2 : 검은 생명체의 비밀 용이 부른 아이 2
가시와바 사치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빛에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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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체크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동화책과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언제나 선한 이야기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복잡한 생각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아이들을 위한 책 속에서 편안함을 찾게 된다. 일본 아동 문학의 거장 가시와바 사치코가 쓴 <용이 부른 아이>는 그런 감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에 읽은 <용이 부른 아이 2 :검은 생명체의 비밀> 은 전작의 흐름을 잇는 두 번째 이야기로, 주인공 미아가 신비로운 생명체 고키바와 함께 성장과 책임, 그리고 진정한 용기의 의미를 발견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용이 부른 아이 2 : 검은 생명체의 비밀>의 작가 가시와바 사치코는 일본 아동 문학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작가로, 환상적인 설정 속에서도 인물의 감정과 선택을 섬세하게 다루는 데 강점이 있다. 이 작품에서도 거대한 세계관이나 화려한 사건보다, 한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행동하는지가 이야기 중심에 놓인다.

미아는 골짜기 마을 출신으로, 용의 부름을 받아 왕궁으로 오게 된 아이이다. 1편에서는 저주로 인해 수백 년 동안 주머니 같은 모습으로 살아야 했던 용의 기사 우스즈를 구하는 이야기가 펼쳐졌고, 2편에서는 그 이후 이 시간이 이어진다. 미아는 우스즈의 하녀로 일하며 역시 저주로 돌이 되었다가 풀려난 '별의 소리 마녀'와 함께 지내고 있다.




이야기는 왕족 마카도의 부름으로 미아가 보물전의 지하 암흑 창고를 찾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 미아는 다이아몬드 같은 돌에서 깨어난 검은 생명체를 만나게 되고 이 존재는 '고키바'라는 이름을 얻는다. 고키바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어떤 모습을 바라는지에 따라 형태가 변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용의 왕을 떠올리지만 고키바는 그 기대에 곧바로 응답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고키바는 곁에 있는 사람의 힘과 존재를 흡수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왕궁에서는 위험한 존재로 판단된다. 제거하라는 명령이 내려오지만, 미아는 그를 버리지 못하고 정체를 밝히기 위해 먹구름 도시의 도둑 시장으로 향한다. 이 여정에서 만나는 짐승 장수와 그의 딸, 음울한 시장의 풍경은 이야기 긴장감을 더하면서도 세계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고키바가 스스로 의지를 갖게 되는 순간이다. 처음에는 주변의 기대에 맞춰 용이되려 하지만, 미아는 고키바에게 "네가 되고 싶은 것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그 이후 고키바는 타인의 바람이 아닌 자신의 생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을 읽으며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어른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 사타케 미호의 그림은 이야기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든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느꼈던 것처럼 과하게 감정을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인물이 표정과 공기를 정확히 짚어낸다. 글과 그림이 서로 앞서지 않고 함께 흐르기 때문에, 어린 독자뿐 아니라 동화책을 좋아하는 어른에게도 편안하게 읽힌다.

2편부터 읽었지만 충분히 재미있었고, 그래서 더더욱 1편과 이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선한 이야기, 스스로 선택하며 성장하는 인물, 그리고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의 조합. <용이 부른 아이 2>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잠시 마음을 쉬게 해 주는 책으로 오래 남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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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엽산 편지 - 원임덕 스님의 다정함이 묻어나는 산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원임덕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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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체크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원임덕스님의 <연엽산 편지>는 문경 연엽산 연지암에서의 수행 생활을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기록한 산문 에세이다. 봄,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된 이 책은, 자연의 변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수행자의 일상을 차분하게 담아낸다.

저자는 화려한 깨달음이나 교훈을 앞세우기보다, 산중에서의 하루를 살아내는 과정 자체를 기록하며 삶의 기본 조건에 대해 묻는다. 물과 불, 먹을거리처럼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는 요소들이 이 책에서는 생존과 수행의 핵심으로 등장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연엽산 편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산중 에세이다. 자연의 변화와 수행자의 하루가 함께 놓이지만,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자연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 태도에 있다. 연엽산 깊은 암자에서의 삶은 고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끊임없는 노동과 불편함의 연속이다. 특히 반복해서 등장하는 '물'에 대한 이야기는 수행 이전에 삶의 기본 조건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 동안 모든 것이 얼어 물을 아끼며 살아야 했던 시간, 결국 우물을 파게 된 과정은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사는 현실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사계절의 기록은 각각 다른 감정을 품고 있다. 봄에는 냉이와 달래, 쑥을 캐며 생명의 기운을 체감하는 시간이 담겨 있다. 산속의 봄은 늦게 오지만,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기쁨도 깊다. 냉이를 넣은 된장국, 쑥을 넣은 수제비를 끓이는 장면에서는 글자 사이로 냄새와 온기가 전해진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겹쳐지고, 이제는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시간들이 떠오른다.

여름에는 폭우로 인한 피해와 복구의 과정이 등장하며, 혼자 감당하기 벅찬 현실이 드러난다. 가을은 자연의 질서가 어김없이 돌아오는 계절로, 인간 세상의 혼란과 대비되듯 담담하게 그려진다. 겨울의 연엽산은 유난히 빨리 찾아오고, 김장을 마치며 한 해를 정리하는 모습 속에는 긴 시간을 견뎌온 수행자의 리듬이 느껴진다.





시인이자 수행자인 저자의 글은 일상의 감각에서 출발해 사회의 범위를 점차 넓혀간다. 한 가지 이야기를 따라 읽다 보면 자연과 삶에 대한 큰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독자는 흐름이 빠르게 전환된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이러한 확장은 독자에 따라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알기는 칠월 귀뚜리다'와 같은 표현에서는 저자의 언어 감각과 수행자의 태도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안다고 말하지만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라는 뜻. 섣불리 앞서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는 이 책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또한 이 책에서는 공동체의 온기가 스며있다. 우물을 파는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이웃들, 김치와 먹을거리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모습은 수행이 결코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타인의 믿음이 저자의 믿음을 지탱하고, 그 믿음이 다시 삶을 이어가게 한다.

<연엽산 편지>는 강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자연의 속도에 맞춰 조용히 말을 건네는 책이다. 빠르게 읽기보다는 천천히 머물며 읽을 때,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생활의 조건과 마음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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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심너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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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스포츠 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야구 역시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그런데도 야구장은 좋아한다. 새파란 잔디가 펼쳐진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응원하는 그 분위기 만큼은 다른 스포츠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준다.

심너울 작가의 장편 소설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는 바로 그런 야구의 얼굴을 담은 작품이었다. 승패나 기록보다, 야구라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흔들림이 마음에 와 닿는다.

SF로 이름을 알린 작가가 이번에는 야구를 무대로 삼아, 불안한 오늘을 버텨내며 각자의 내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야구를 잘 몰라도 읽는 데 어려움이 없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장면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정영우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야구 팀 '펭귄스'에 입단해 14년 동안 백업 선수로 살아온 인물이다. 화려한 기록도 없고, 홈런 한 번 쳐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대충 해온 선수도 아니다. 성실했고, 꾸준했고, 팀에 필요한 순간마다 호출됐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노력 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운동에는 재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정영우라는 인물을 통해 또렷해진다.

그의 동생 정승우는 정반대에 위치해 서있다. 타고난 재능을 지닌 고교 야구 에이스이자, 드래프트 1 순위가 유력한 투수다. 형은 동생을 키웠고, 자랑스러워했고, 동시에 질투했다.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가진 존재를 어떻게 흔들림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영우는 승우가 미국에 가서 고생하는 길 대신, 한국에서 제대로 커리어를 쌓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신의 양심을 걸어두고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 결국 형제 사이의 균열을 만들면서, 소설은 '사랑과 희생은 언제나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출신 분석가 서나리가 등장한다. 그녀는 야구를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바라보고, 팀을 살리기 위해 '탱킹'이라는 전략을 선택한다. 일부러 지고, 유망주를 확보해 체질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그녀의 판단은 합리적이지만, 읽는 동안 계속 불편함이 남는다. 이 방식은 과연 야구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승리라는 결과 만을 위한 계산일까.

처음에는 혁신처럼 보였던 선택이,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의 의욕을 갉아먹고 팀을 흔들어 놓는 과정은 꽤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던 유진성 감독, 팀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극성 팬덤 허들러스, 그리고 팀의 변화를 바라는 인턴 하유미까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야구를 사랑한다. 다만 그 사랑의 방향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승리를, 누군가는 팀을, 누군가는 함께한 시간을 붙잡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스포츠 소설이면서 동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는 완벽한 성공담도, 통쾌한 역전극도 아니다. 원하는 목표를 모두 이루지는 못하지만, 그 과정에서 각자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는 분명하다. 끝없는 패배 속에서 의욕을 잃어가는 선수들의 모습은, 스포츠를 넘어 현실의 노동과 삶을 떠올리게 한다.

야구를 잘 몰라도, 인생에서 한 번쯤 '여기까지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결국 제목처럼, 야구를 못해도 내일은 온다. 그 사실이 이 소설을 읽고 난 뒤에도 묘하게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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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 ANGST
김인숙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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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실 처음에는 "일상을 잠식하는 유채색의 공포"라는 홍보 문구 때문에 공포, 추리 소설로 오해하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끝내 붙잡는 것은 공포의 자극이 아니라, 쓰레기 더미 속에 남겨진 가족의 기억과 외면된 감정들이다. 시신이 발견된 집과 폐허 같은 공간은 무대를 제공할 뿐, 이야기가 향하는 곳은 언제나 사람에게로 되돌아온다. 도입부의 자작나무 숲은 사건을 예고한 듯 빛나지만, 결국 이 소설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집'이라는 공간에 묶인 삶과 그 안에서 침묵해온 인물들이다.




이야기 출발점은 곡교산1번지. 악취가 진동하는 쓰레기집이다.

유명한 '쓰레기집'을 취재하던 유튜버가 드론을 띄우다 폐지 더미에 깔려 숨진 노인을 발견하고, 경찰과 공무원, 청소 업체가 현장에 투입된다.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먼저 집안을 정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믿기 힘든 장면이 드러난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발견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설은 여러 인물의 삶으로 뻗어나간다.

과거 이 집을 담당했던 공무원 정보하, 쓰레기를 모으며 집을 지켜온 할머니, 그리고 그 집을 둘러싼 가족들. 겉으로 보면 미스터리 구조를 띠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중심은 '누가 무엇을 했는가' 보다 '왜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는가'로 이동한다.

쓰레기집은 단순한 공포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공허와 상실, 포기와 집착이 쌓인 결과다. 호더로 불리는 할머니 역시 괴물처럼 묘사되기보다, 가족이 떠난 뒤에도 그 공간에 묶여 살아온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에게 집은 생을 버티게 한 유일한 세계였고,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감옥이었다.

소설 속 인물들을 하나같이 무너진 상태다. 경제적 실패 이후 삶을 포기한 아버지, 돌봄을 감당하지 못한 부모, 방치 속에서 어른이 된 아이들. 이 작품이 읽기 힘든 이유는 극단적인 폭력 때문이 아니라, 너무 익숙한 현실의 결핍을 정확히 짚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임신 거부증'에 대한 서술은 강렬하다. 아이가 자신을 거부하는 엄마의 몸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대한 작게 숨어 있었다는 표현은,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가족의 상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 소설에서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말해지지 않은 채 숨겨질 뿐이다.



도입부에 등장하는 자작나무 숲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한밤중 달빛에 비친 하얀 자작나무 숲은 아름답기보다 불안하다. 이 '환함'은 안심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의 정적처럼 느껴진다. 김인숙은 공포를 소리나 충격으로 만들지 않고, 풍경과 분위기로 먼저 예고한다.

이 장면은 소설의 끝에서 다시 호출된다.

처음에는 죽은 할머니에게 말을 걸며, 죽은 사람은 대답할 수 없다는 자각에서 장면이 멈춘다. 그러나 마지막에 같은 장면이 반복되며 단 한 문장이 덧붙는다. 죽은 사람은 대답할 수 없지만, 물어볼 사람은 하나 더 있다는 문장이다. 그제야 독자는 처음 그 숲에 함께 있었던 죽은 이가 할머니만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장면은 소설 전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소름이 끼칠 만큼 인상적이다.

<자작나무 숲>은 결말에서 사건의 답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답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이 소설이 끝까지 붙잡고 있는 질문은 하나다. 이 첩첩이 갇힌 삶에서 과연 누가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단편에서 장편으로 확장되며 서사는 분명해졌지만, 여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공포로 시작해 가족의 얼굴을 드러내는 이 소설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인식 자체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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