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대가 - 안전이 빼앗아 간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하여
체이스 자비스 지음, 최지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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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어릴 때는 이상할 만큼 겁이 없었다. 잘 될지 아닐지를 오래 계산하기보다 일단 해보는 쪽에 가까웠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서툰 점도 많았지만 이상하게 주저함은 적었다. 그런데 사회에 나오면서 그 감각은 조금씩 달라졌다. 정해진 방식대로 하지 않으면 틀렸다는 말을 들었고, 실수는 배우는 과정이라기보다 곧바로 평가의 대상이 됐다.

몇 번의 실패를 지나면서부터는 새로운 시도보다 안전한 선택을 먼저 하게 됐다. 체이스 자비스의 <안전이 대가>는 바로 그런 마음 앞에서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조심하며 살아온 결과, 정말로 안전해졌는가.





책의 첫 장에서 저자는 안전은 실체라기보다 우리가 붙잡고 싶어 하는 환상에 가깝다고 말한다. 자연에는 완전히 고정된 안전이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 역시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살아가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직장도 관계도 익숙하다고 해서 영원히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안전해 보이는 선택이 반드시 삶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그 익숙함이 가능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안전한 길을 반복해서 선택하는 삶의 바탕에는 두려움이 자리할 수 있다는 시선이었다. 실패를 피하려고 익숙한 기준 안에 머물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은 점점 흐려질 수 있다.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기준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하고 싶은 일보다 무난한 선택을 먼저 계산하게 되고, 결국 자기 목소리를 점점 작게 만들게 된다.

책은 삶을 바꾸는 일곱 가지 지렛대로 관심, 시간, 직관, 제약, 놀이, 실패, 실천을 제시한다. 그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관심은 무엇에 주의를 두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저자는 관심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에 시선을 빼앗기고, 다른 사람의 속도와 기준을 보느라 정작 내 앞의 중요한 일을 놓치기 쉽다. 그래서 관심을 분산시키는 습관을 줄이고,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일에 집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시간에 대한 부분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늘 바쁘다고 느끼지만 저자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시간의 방향을 놓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는 짧은 시간도 깊게 남고,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은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가졌는가보다 어디에 두었는가에 가깝다.

실패를 바라보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실패는 잘못된 결과가 아니라,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일 수 있다. 체이스 자비스는 넘어지지 않는 삶보다, 넘어졌을 때 다시 중심을 찾는 힘이 결국 사람을 밖으로 나아가게 만든다고 말한다.

실패를 피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실패 이후에도 자신을 잃지 않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직관과 제약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직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그동안 쌓인 경험이 빠르게 판단하는 방식이고, 제약은 불편함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방법을 찾게 만드는 조건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완벽한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가진 조건 안에서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든다는 이야기다.

읽고 나면 이 책이 말하는 안전은 그저 위험을 피하는 상태가 아니라, 불확실함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를 제한하는 심리와도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안전의 대가>는 무조건 모험을 권하는 책이라기보다, 익숙함 속에서 멈춰 있는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질문에 가깝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보다,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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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개의 포춘쿠키 - 사람은 스스로를 찾기 위해 길을 잃어봐야 한다
오봉환 지음 / 아티서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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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열두개의 포춘쿠키>는 제목보다 먼저 책 자체의 구성에서 눈길을 끌었다. 직접 받아본 책은 금박이 물 흐르듯 이어진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장식이라기보다, 예측할 수 없이 흘러가는 삶의 방향과 감정의 결을 암시하는 듯했다.

책을 펼친 뒤에는 각 장마다 연결된 QR코드가 또 한 번 시선을 붙잡았다. 음악만 재생되는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에피그래프, 분석보고서, 발자취, 팟캐스트처럼 장면을 확장하는 여러 콘텐츠가 함께 들어 있어 소설을 읽는 경험 자체가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종이책 안에 디지털 요소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결합한 방식은 꽤 신선했고, 이야기만 읽는 것이 아니라 장면마다 다른 감각을 덧붙여 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처럼 다가왔다.





소설의 시작은 안정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중요하게 여기던 주인공이 친구의 SNS를 바라보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고 정해진 순서 안에서 살아가려는 인물에게 자유롭게 움직이며 즉흥적으로 삶을 선택하는 친구는 한때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그 자유가 부럽게 느껴진다. 이 대비만으로도 이미 주인공 안에 균열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후 이어지는 사건들은 다소 강하게 몰아친다. 오랜 연인에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별을 통고받고, 가족의 병까지 겹치면서 주인공은 익숙한 일상에서 밀려난다. 처음에는 솔직히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주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실적인 고통을 설득하기 위해 사건이 조금 압축되어 있다는 인상이 있었고, 그래서 초반에는 감정보다 구조가 먼저 보이기도 했다. 특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 여행을 선택하는 과정은 쉽게 따라하기보다 여러 번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하지만 여행이 시작되면서 책의 결은 조금씩 달라진다. 네팔에서 시작되는 산행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태도를 드러내는 장면처럼 읽혔다. "천천히, 산은 어디로 가지 않아요" 라는 가이드 말 앞에서도 계속 서두르는 모습은 삶 전체를 급하게 지나온 사람의 습관과 닮아 있다. 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기다려 주는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도 인상 깊었다.

이후 바라나시, 방콕, 호이안, 교토, 몽골 그리고 유럽의 도시들까지 이어지는 긴 여정 속에서 장소는 계속 바뀌지만 마음속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풍경은 달라져도 감정은 그대로 따라오고, 결국 사람은 자기 안에 쌓인 것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흐름이 반복된다. 아름다운 곳을 걷고 있어도 마음이 가벼워지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을 만나게 되는데, 준현 역시 그런 인물 가운데 하나다. 자신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흔들리는 모습은 주인공과 또 다른 방식으로 닮아 있어, 각자 안고 있는 상처를 잠시 나란히 바라보게 만드는 방식이라 오히려 담담하게 남는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포춘쿠키 문장은 처음에는 다소 의도적인 장치처럼 느껴졌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왜 이 설정이 끝까지 유지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답을 주기보다 흔들리는 순간마다 잠시 멈춰서게 만드는 역할에 가깝다.

QR코드 안에 분석과 음악 역시 친절하게 장면을 보조하지만, 때로는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붙잡을 여백을 조금 줄이는 느낌도 있었다. 다만 그만큼 작가는 독자가 장면마다 잠시 머무르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

결말까지 완전히 같은 마음으로 따라간 것은 아니었다. 현실의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가운데 의미를 정리하는 방식은 독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왜 모든 문제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끌고 갔는지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해결되지 않은 삶 속에서 무엇을 붙잡고 살아갈 것인가를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거리감이 있었지만 읽고 나니 꽤 정교하게 설계된 이야기라는 인상이 남았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으면 지금과는 다른 문장이 더 크게 들어올 것 같은 소설이다.


#열두개의포춘쿠키 #오봉환 #아티서원 #북리뷰 #포춘쿠키 #도서추천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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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만 미쳐라
리치파카(강연주) 지음 / 모티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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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리치파카의 <딱 1년만 미쳐라>는 제목부터 시선을 붙드는 자기계발서다. 대부분 자기계발은 오랜 시간 꾸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기한을 정한 집중이 사람을 바꾼다고 강조한다.

평생 조금씩 애쓰는 방식보다, 딱 1년만 방향을 정해 몰입해 보라는 제안이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평생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1년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 볼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황금빛 표지 아래 깨져 나가는 형상 역시 과거의 자신을 깨고 나오는 이미지처럼 보인다.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이미 이 책이 말하려는 방향이 분명하다.



리치파카는 육군 장교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지만,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미래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불안을 느꼈다고 한다. 열심히 살고 있었지만 통장 잔고는 늘지 않았고, 같은 방식으로는 인생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변화가 시작됐다.

그렇게 새벽 기상, 독서, 기록, 루틴을 1년 동안 반복했고, 결국 지금의 자기계발크리에이터가 되었다. 현재는 YouTube 채널 리치파카와 자기계발 브랜드 리치해빗을 운영하며 자신의 경험을 전하고 있다.

책은 각성, 결단, 몰입, 탈피 네 단계로 구성된다.

가장 먼저 강조되는 것은 각성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깨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하루를 반복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각성은 단순히 의욕을 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보는 일이다. 감정에 끌리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는 것, 비교를 멈추고 내 방향을 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결국 무엇을 바꿀지 모른다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공감됐던 부분은 '열심히 산다고 반드시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대목이었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도 시간이 쌓인 결과가 제자리일 때가 있다.





저자는 여기서 방향 없는 노력보다 뾰족한 목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가지를 조금씩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봐도 분명할 정도로 한 가지를 깊게 미루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인 결단은 더 강하다.

저자는 결단을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기존의 습관과 관계를 끊어내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불필요한 소비, 느슨한 인간관계, 익숙한 태도를 그대로 두고는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선택지가 많으면 절실함이 약해진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무언가 잘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늘 다른 길을 남겨 두면 결국 몰입의 강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몰입이다.

많은 사람들이 몰입을 강한 열정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는 오히려 반복의 기술에 가깝게 설명한다. 하루 크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의 선택을 계속 이어가는 상태다.

새벽 기상, 기록, 독서처럼 사소해 보여도 같은 행동이 누적될 때 힘이 생긴다고 말한다. 결국 몰입은 특별한 재능보다 흔들리지 않은 반복에 가깝다.




마지막 탈피는 이전과 다른 존재가 되는 단계다.

저자는 단순히 돈을 쫓는 사람이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를 끝까지 파고든 사람이 결국 판을 바꾼다는 메시지다. 그래서 이 책은 성공담이라기보다 생활 태도를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매뉴얼처럼 읽힌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평생이 아니라 1년이라는 시간 설정이다. 평생 치열하게 살라는 말은, 막연하고 지치기 쉽지만 1년은 구체적이다. 끝이 보이는 기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보자는 제안은 생각보다 강한 동기를 만든다. 자기 계발이 흐트러졌거나, 지금의 반복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 읽으면 특히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딱1년만미쳐라 #리치파카 #강연주 #모티브 #자기계발서 #동기부여책 #체크카페 #체크카페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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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 the novel
스즈키 아야코 지음, 민경욱 옮김, 신카이 마코토 원작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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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초속 5센티미터>는 오래전부터 제목만 익숙하게 알고 있던 작품이었다. 신카이 마코토라는 이름이 워낙 널리 알려져 있어서 언젠가는 읽게 되겠지 싶었는데, 막상 책으로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몇 번 본 적 있지만, 활자로 만나는 이야기든 예상보다 훨씬 조용하고 무거웠다. 첫 장부터 벚꽃의 이미지보다 먼저 닿은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공기의 가라앉음이었다.

원작은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지만, 실사 영화의 각본을 맡았던 스즈키 아야코가 다시 풀어낸 문장은 조금 다른 결로 읽히게 한다. 풍경보다 마음의 깊이를 더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그래서 이 책은 첫사랑 이야기면서도, 지나간 시간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줄거리보다 인물의 감정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인공 타카키는 겉으로는 차분하게 일상을 살아가지만,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순간 다시 멀어질 것을 먼저 걱정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관계 앞에서 조심스러운지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읽다보면 어린 시절 반복되는 이사와 전학, 그리고 가까워진 뒤 반드시 헤어져야 했던 경험들이 그의 성격 안에 깊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아카리를 만난 뒤에도 그는 기쁨보다 불안을 함께 품는다. 서로 비슷한 외로움을 알아보면서도, 같은 마음을 말해버리면 더 가까워지고 결국 더 아프게 멀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앞선다.

책 속에서 "가까워진 만큼 언젠가 멀어질 날이 올 것 같았다."는 감정은 이후 그의 삶 전체를 설명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어른이 된 뒤의 타카키는 누군가와 가볍게 웃고 지내면서도 자신의 중심까지 쉽게 내주지 않는다. 관계는 유지하지만 깊어지지 않게 두고, 익숙해질 즈음 스스로 한걸음 물러선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인데, 읽다 보면 그 태도가 차갑다기보다 안쓰럽다.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지만 감당할 자신이 없어 안전한 거리만 남겨 두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반대로 아카리는 다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과거를 지우지 않지만 거기에 머물지도 않는다. 같은 시간을 공유했어도 한 사람은 기억 속에서 오래 맴돌고, 다른 한 사람은 현실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대비가 이 작품을 단순한 첫사랑 이야기로 끝나지 않게 만든다.

<초속 5센티미터>를 떠올리면 벚꽃과 철길 같은 장면이 먼저 기억나는데, 소설은 그보다 인물 안쪽의 감정을 문장으로 차분히 짚는다. 그래서 마지막에 남는 감정도 애틋함보다,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을 받아들이는 쪽에 더 가깝다.

첫사랑이 꼭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오래 남는 이유는 아마 그 시절의 감정이 한 사람 안에서 쉽게 닫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순수했고, 아직 많은 것이 가능하다고 믿던 시간. 쉽게 닿을 수 없어서 더 절실했던 마음까지 함께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오래 아릿하게 남는 책이었다.



#초속5센티미터 #스즈키아야코 #신카이마코토원작 #대원씨아이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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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특별한 내일을 꿈꾸는 당신에게
최철 지음 / 황금부엉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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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최철의 <노력의 배신>은 제목만큼이나 표지도 인상적이다. 세 개의 문이 나란히 놓여 있는데 양옆은 흰색이고 가운데 문만 빨간색이다.


비슷해 보이는 선택지 사이에서 유독 하나만 다르게 강조된 구성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책의 핵심 메시지와도 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속도로 걸어가더라도 어떤 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튜브 채널 '미국 주식으로 은퇴하기 - 미주은' 운영자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는 글로벌 호텔 업계에서 20년 이상 일한 호텔리어였다.


여러 나라에서 호텔 총 지배인으로 일하며 쌓은 경험, 그리고 이후 전혀 다른 분야로 방향을 바꾼 과정은 흔히 떠올리는 자기 계발서의 성공 공식과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보다, 지금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자가 노력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노력만으로는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점이다.

저자는 1973년생으로, 1970년대에 태어난 세대는 꿈보다 정해진 순서를 먼저 배웠다고 설명한다. 좋은 대학에 가고 안전된 직장을 얻어 오래 버티는 것이 자연스러운 목표였던 시절이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참고 견디는 시간이 결국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믿어왔고, 성실함 자체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 저자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살아왔지만 해외연수를 계기로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외국에서 토론 중 우연히 들은 질문 하나가 그의 시야를 바꿨다는 대목은 오래 남는다. "왜 힘들면 다른 나라에서 살 생각을 하지 않느냐"는 말은 당시에는 단순하게 들렸을지 모르지만, 한국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 당연했던 세대들에게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선택지였을 것이다.




숙한 방식 안에서 더 버티는 것보다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인 순간이었고, 이후 그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면으로 버티기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지 먼저 살피게 되었다고 한다.

2007 -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영국에서 갑자기 실직했을 때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에서 하루 아침에 자리를 잃었지만, 과거 콘퍼런스에서 맺은 인연이 한국의 새로운 자리를 연결해 주었다.

결국 눈앞의 사람에게 최선을 다했던 태도가 시간이 지나 다른 형태로 돌아온 셈이다.

저자가 늘 마음에 두고 산다는 문장, "가장 중요할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도 이 장면에서도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도네시아의 경험도 흥미롭다. 문화도 종교도 다른 환경이었지만 결국 통하는 것은 친절, 예의, 정직, 성실 같은 기본적인 태도였다고 한다.

직원 수백 명의 이름을 기억하려 애쓰고 먼저 다가가 악수하고 안보를 묻는 일들이 그를 신뢰받는 총 지배인으로 만들었다. 영어보다 더 강한 언어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란 말도 자연스럽게 설득력을 얻는다.

저자의 동생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기억에 남는다. 무역 학과를 중퇴하고 음악을 선택한 뒤, 오랜 시간 한 길을 버틴 끝에 결국 교수의 길에 올랐다고 한다. 쉽게 조건부터 따지기보다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태도가 결국 변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책의 메시지가 다시 선명해진다.





후반부에서는 자신에게 불필요한 관계를 과감히 정리하는 태도도 눈에 들어왔다. 악성 댓글은 바로 삭제하고 차단한다는 부분은 처음엔 다소 단호하게 느껴졌지만, 곱씹어 보면 왜 굳이 에너지를 소모하며 불필요한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참고 견디는 것이 언제나 미덕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보여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결정 이후의 태도였다. 저자는 선택한 뒤에는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미래는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 이후에는 자신의 결정을 믿는 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방향 없는 성실함으로는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더 오래 버티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노력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스스로 자주 확인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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