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
심너울 지음 / 슬로우리드 / 2025년 12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고 쓴 글입니다.

스포츠 소설을 일부러 찾아 읽는 편은 아니다. 야구 역시 좋아한다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그런데도 야구장은 좋아한다. 새파란 잔디가 펼쳐진 공간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응원하는 그 분위기 만큼은 다른 스포츠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준다.
심너울 작가의 장편 소설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는 바로 그런 야구의 얼굴을 담은 작품이었다. 승패나 기록보다, 야구라는 세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흔들림이 마음에 와 닿는다.
SF로 이름을 알린 작가가 이번에는 야구를 무대로 삼아, 불안한 오늘을 버텨내며 각자의 내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야구를 잘 몰라도 읽는 데 어려움이 없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장면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정영우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야구 팀 '펭귄스'에 입단해 14년 동안 백업 선수로 살아온 인물이다. 화려한 기록도 없고, 홈런 한 번 쳐본 적도 없다. 그렇다고 대충 해온 선수도 아니다. 성실했고, 꾸준했고, 팀에 필요한 순간마다 호출됐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노력 만으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운동에는 재능이 필요하다는 말이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정영우라는 인물을 통해 또렷해진다.
그의 동생 정승우는 정반대에 위치해 서있다. 타고난 재능을 지닌 고교 야구 에이스이자, 드래프트 1 순위가 유력한 투수다. 형은 동생을 키웠고, 자랑스러워했고, 동시에 질투했다.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을 태어날 때부터 가진 존재를 어떻게 흔들림 없이 바라볼 수 있을까. 영우는 승우가 미국에 가서 고생하는 길 대신, 한국에서 제대로 커리어를 쌓기를 바란다. 그래서 자신의 양심을 걸어두고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이 결국 형제 사이의 균열을 만들면서, 소설은 '사랑과 희생은 언제나 옳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출신 분석가 서나리가 등장한다. 그녀는 야구를 감정이 아닌 데이터로 바라보고, 팀을 살리기 위해 '탱킹'이라는 전략을 선택한다. 일부러 지고, 유망주를 확보해 체질을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그녀의 판단은 합리적이지만, 읽는 동안 계속 불편함이 남는다. 이 방식은 과연 야구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승리라는 결과 만을 위한 계산일까.
처음에는 혁신처럼 보였던 선택이, 시간이 지날수록 선수들의 의욕을 갉아먹고 팀을 흔들어 놓는 과정은 꽤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던 유진성 감독, 팀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극성 팬덤 허들러스, 그리고 팀의 변화를 바라는 인턴 하유미까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야구를 사랑한다. 다만 그 사랑의 방향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는 승리를, 누군가는 팀을, 누군가는 함께한 시간을 붙잡고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스포츠 소설이면서 동시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읽힌다.
<야구 좀 못해도 내일은 온다>는 완벽한 성공담도, 통쾌한 역전극도 아니다. 원하는 목표를 모두 이루지는 못하지만, 그 과정에서 각자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는 분명하다. 끝없는 패배 속에서 의욕을 잃어가는 선수들의 모습은, 스포츠를 넘어 현실의 노동과 삶을 떠올리게 한다.
야구를 잘 몰라도, 인생에서 한 번쯤 '여기까지인가'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이 소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결국 제목처럼, 야구를 못해도 내일은 온다. 그 사실이 이 소설을 읽고 난 뒤에도 묘하게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