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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 하 - 완결
류향(오렌지향기) 지음 / 신영미디어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지인과 차를 나눠마시며 이런저런 소소한 말을 나누다가 "가을에 어울릴거야"라는 말에 그녀의 책을 몇장 들춰보고 소장을 위해 오랜만에 구매.
막상 책을 옆에 놓고도 또 다른 이가 평하길 무겁고 힘들었다기에 선뜻 읽지 못했는데, 괜한 기우였다.
가볍고 달달한 연애물은 아니지만, 탄탄하게 중심 잡힌 서사극 같은 글이라 최근 잔잔물만 내리 읽던 내게는 좋더라. 결코 무겁게 가라앉는 분위기의 글이 아닌 진중한 글이고만~
한동안 작가의 글을 골라 읽었지만 이번 [바람소리]는 다시금 기대치를 높여줬다.
모티브가 과거 역사의 어느 부분을 차용은 했지만, 나는 이를 상관 않기로 했다.
엄연히 다른 가상의 나라 가상의 인물들을 다룬 '픽션' 이기에 나는 '역사 책'으로 읽지 않았다.
딸의 차별을 묵인하는 아비와 후계자가 아니란 이유로 핏줄을 짐승처럼 다루는 쓰.레.기.들 악인들을 욕하면서, 가슴아픈 사연에서는 잠시 멈칫거리도 하고, 무헌과 원영이 반격할때는 통쾌함도 느끼며 단지 '소설' 로 읽었다. 로맨스라는 장르에 몰입해서.
태자라는 위치때문에 마지못해 눈을 감고 있다는 식의 무창의 자기 변명도 결국은 위선이고, '고이국'이라는 나라만 생각한다는 명분도 최고 꼭대기를 향한 욕심일뿐. 권력에의 욕망이란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놈인가 보다.
어디선가 불쑥 솟아나서는 부모형제도 상관없이 칼을 휘두르니, 그에 상처받은 외로운 소녀 원영
과 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좁은 곳에 갇혀 본능에 의지해 살 수 밖에 없던 무헌이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평온한 마음으로 스스로 과녘이 되어 목숨을 맡길수 있게.
그들의 짧은 평온함 뒤에 세상은 온통 가시밭 길 임을 알려주는 작가님...
생각처럼 모두가 순수하지 않다는 것을 늦게라도 알아차렸을때 자신만의 길을 걷는 무헌의 용기가 좋고, 그의 온전한 마음을 그대로 느끼기에 믿고 기다리는 것을 택한 원영이 대단해 보였던 글이다. 이들의 발자취는 되돌아갈 곳 없는 이들이 선택한 가장 최선이 아닐런지.
다만, 바람 소리를 민감하게 알아채는 무헌의 활약에 비해 재주가 뛰어나 외교를 비롯해 모든것을 배웠던 원영이초반 율영에게 당하는 듯 하면서도 은근슬쩍 약올리던 모습이나 머릿속에 지도를 그려 동굴을 찾는 장면 등은 밝고 당당해서 좋았는데, 이후로 분명 활약은 많았는데도 그 부분이 짤막하게 설명으로 지나가니 존재감이 약해진 느낌이라 한대 맞으면 두대 받아치는 여주 취향인 내게는 좀 아쉽더라. 뭐 그래도 전체적으로 좋아서 만족.
시대물을 좋아한다면, 수동적이지 않고 행동하는 주인공을 좋아한다면, 내용이 꽉차고 중심 잡힌 글을 좋아하는 이라면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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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들은 행복하고 평온하게 잘 살고 있노라고 바람소리로 전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