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고학년 때, 핵폭발 이후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처음으로 ‘피폭’의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빗질을 하면 한 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 사랑하는 형제를 떠나보내야 하는 장면들…. 어린 마음에도 그 장면들이 너무 생생해 오래 기억에 남았다.어른이 된 후에도 도서관에서 관련 소재의 책을 보면 혹시 그 책일까 싶어 집어 들곤 했지만, 비슷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우울하고 무거워 더 두렵게 느껴졌다.그러다 한국 소설 중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있다는 말을 듣고 읽게 된 책.이야기는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이재민들의 삶을 그린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는 쓰레기 처리장 ‘13홈’. 이곳에는 피폭 검사 결과에 따라 배정된 아이들이 모여 산다. 먹을 것도 부족하고, 편히 잠잘 공간도 없는 곳.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병들어 화장터로 실려 가는 모습을 일상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그러던 어느 날, 그리운 가족과 고향을 찾아 높은 벽 너머로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한다.아이들은 과연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재난 이후의 삶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야기라 더 마음이 무거웠다. 동시에 지금 우리가 보내는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작품.
미술관을 찾아다니며 힐링하는 우리 모녀.딸아이가 ‘엄마표 도슨트’를 무척 기대하는 덕분에 틈틈이 미술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있다.이 책은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의 유명 미술관을 중심으로 대표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단순한 작품 설명에 그치지 않고, 바쁜 여행자를 위한 관람 동선까지 제안해 주는 점이 특히 유용하다. 해당 국가로 여행을 떠나기 전 가볍게 예습하기에 딱 좋은 미술관 안내서다.요즘은 서울에서도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을 종종 만날 수 있지만, 현지 미술관에서 느끼는 경험은 또 다를 것이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그곳을 걷게 될 날을 상상하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가이드 퀴즈가 수록된 점도 인상적이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티모시 발언’과는 달리,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어렵지 않게 즐기고 자신과 연결해 볼 수 있는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꽤 기발한 시도처럼 느껴졌다.아이와 함께 미술관 나들이를 꿈꾸는 부모,미술관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즐기고 싶은 사람,그리고 학창 시절 미처 가까이하지 못했던 미술사와 작가들에게 한 걸음 다가가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정해진 공간만을 오가며 지역 교과서 속 단편적 정보로만 접해온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이 책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행지 10위에 오르며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이 찾는 도시 서울을 지리·문화·문학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조망한다.배산임수의 터 위에 자리 잡아 2,000년의 역사를 품은 서울은 옛 조상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적지부터 88올림픽과 경제 성장의 현장, 민주주의의 무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간직하고 있다. 책은 이러한 역사적 장면들을 친절하게 짚어 주며 도시의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다.오랜 시간 서울에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서울의 모습을 생생히 전해 줄 어른의 부재 속에서 여전히 이 도시를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익숙했던 공간이 새롭게 보이고, 서울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을 마주했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0.6%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약 18%가 모여 사는 도시 서울. 이 책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
뻔뻔한 과학책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어느덧 세번째 책을 마주한 아이가 반갑게 1,2권을 다시 찾아 온다. 안다고 생각할 뻔한 그래서 그냥 지나칠뻔한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 본 책은 지구와 우주에 집중하여 별자리, 밀물과 썰물, 성단과 성윤에 일식 월식까지 독자들이 궁금해할법한 이야기를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제시한다. 만화와 직관적 그림은 어린이들의 이해를 도와주며 딱딱하고 지루하리라 오해할법한 과학책에 대한 틀마저 깨주는 점이 특징이다. 부모님도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만한 유익한 과학 도서.
개성 넘치는 햇빛초 6학년 아이들의 마지막 이야기.세반째 책의 등장은 전작을 본 독자들이라면 무척 반가울 소식이다. 황지영작가님이 풀어내는 이야기 자체의 매력은 물론이요 건희, 유나, 동우 등 이미 친숙한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와중 독자들 또한 깊이 공감하는 인물이 하나쯤 생기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고학년 아이들 관계가 얼마나 역동적일 수 있을지 부모 세대 또한 그려봄직할터- 내 주변의 유나, 혜라를 떠올리며 저마다의 상처와 묵은 감정을 풀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될수도 있으리라. 익명에 기대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햇빛초 아이들의 대나무숲. 전권보다 더 깊이 아이들은 서로를 찌른다. 스마트폰이 아이들 문화에 단단히 자리한 요즘, 나를 돌아보고 건전하고 건강한 우리를 위해 나아갈 길을 생각하게 하는 교훈적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