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도둑
조명숙 지음 / 산지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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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도둑

조명숙 지음

산지니


2012년 소설집 <댄싱 맘> 이후 3년 만에 이번에 선택한 국내 작가의 소설은 소설가 조명숙이 네 번째 소설집이다. 작가에 대한 소개를 읽다가 몇 년 전에 무슨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받은 책인 『농담이 사는 집』의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대표작으로 꼽히는 『댄싱 맘』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농담이 사는 집』은 청소년 대상 도서라서 딸들이 읽어주기를 기다리다가, 몇 달 전, 봄에 내가 읽은 책이다. 서가에서 독특한 느낌이 좋아서 선뜻 집어들었다.

이 책은 단편집인 만큼 「이치로와 한나절」, 「 점심의 종류」, 「러닝 맨」, 「가가의 토요일」, 「거기 없는 당신」, 「사월」, 「나비의 저녁」, 「조금씩 도둑」, 「하하네이션」 이렇게 아홉 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어둠을 식별하는 감각적 문체와 정주하지 않고 유목하는 글쓰기 행보를 보였던 그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상처 입은 여성들의 세심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들로 돌아왔다. 특히 이제 일년을 훌쩍 넘긴 시점에서 벌써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가는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점심의 종류'가 수록되어 있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와 현대인의 상실감을 엿볼 수 있다. 이외에도 몇 편이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을 담고 있는 듯 보인다.
소설에 나타나는 다양한 소품들인 가정과 국가 폭력, 친구와 연인, 그리고 예술 안에서 조명숙 소설 속 인물들의 어두운 삶의 파편이 조각조각 드러난다. 150쪽에 '함께 살던 남자의 참혹한 죽음을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곰곰히, 더 오래 그 남자를 생각하기 위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 모양이라고 조용히 이해했다.'라는 글귀를 보면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생각해 본다.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 속, 우물물 길어올리듯 상처의 흔적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듯한 태도가 엿보이는 작품집이다.

「가가의 토요일」에는 '시르죽다'라는 표현이 눈에 띄는데, 이는 ① 기운을 못차리다. 또는 ② 기를 펴지 못하다.는 뜻을 갖고 있단다. 처음 보는 말이기도 해서 굳이 검색을 해보았다.  또 푸조나무 푸조나무 도 낯선 이름이다. 부산의 수영역은 기억에 없지만, 젊은 시절에 직장 생활을 할 때, 강남역에서 매일 마주치던 토스트 수레가 기억났다.

표제작이기도 한, 「조금씩 도둑」에는 바바, 피융, 띠띠라는 이름의 세 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의 이름이 참으로 붙지를 않고 겉도는 것 같다. 돼지국밥 장사를 하는 바바, 부식가게를 하는 피융, 빵가게의 종업원인 띠띠. 이들은 각각 선경, 용희, 영미라는 이름이 있는데, 굳이 왜 별명을 사용해서 구분도 잘 안되고, 선뜻 떠오르지도 않는 불편함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해설에서 거론한 좋은 소설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만한 그릇은 못되기에 그저 이 소설을 읽고 느낀, 떠올린 생각을 그저 끄적거려볼 뿐이다.

어떤 작품은 심사숙고하고 고민하게 만들기도 하고, 어던 작품은 가볍고 쉽게 읽어서 좋은 경우가 있지 않을까?

2015.7.8.(수)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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