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이 사는 집 문지 푸른 문학
조명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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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 사는 집

문지 푸른 문학

조명숙 지음

문학과지성사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진 탓인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히려, 내가 참 많이 늙었구나... 하는 자조감을 느끼게 된다. 이제 너무 차이가 벌어진 사춘기의 이야기인데다가, 이 이야기와 또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는 또 많이 다른 것 같아서 종잡을 수가 없다. 처음에, 책 제목을 읽으면서, 우스개 소리를 뜻하는 '농담'이 아니라, 농도의 담백한 정도를 뜻하는 거려니 지레짐작하고 한참을 그렇게 착각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서로 아빠가 다르고 한 엄마에게서 태어났다고 알도록 사뭇 생김새가 서로다른 동생을 위해 지어낸 작은 농담 하나가 쑥쑥 자라서 마침내 코끼리만큼 커다란 서사로 자리 잡은 집 이야기이다. 이미 기존의 다른 소설집을 통해서 굵직한 서사와 탄탄한 구성의 힘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 작가 조명숙의 첫 성장소설인 『농담이 사는 집』은 ‘우리 시대에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두고 경쾌하게 쌓아올린 ‘농담이 사는 집’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의 시작은 결혼 후에도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밖으로만 돌던 바람끼 많은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갈색 머리에 파란 눈을 지닌 혼혈아 아기를 데리고 돌아왔다가 얼마 후 돌아가셨다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자그마한 엄마와 나 그리고 어린 동생을 서로 가족으로 묶어두기 위해서 역으로 ‘엄마'를 화려하게 변화시키고, 엄마에게 또 다른 남자인 외국인 연인인 '코끼리'를 만들어낸 거라면 어떨까? 그리고 기나긴 시간이 지난 후에 이 천방지축 같은 동생이 핀란드인 산타클로스 같은 친아버지를 찾겠다며 코끼리가 살고 있는 핀란드로 떠나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그렇게 작은 딸이 훌쩍 떠나버렸다는 충격으로 엄마가 쓰러지신다면 이는 또 어떻게 수습을 해야하는 걸까? 이 소설『농담이 사는 집』은 그런 농담 속 엄마와 이모, 그리고 외할머니를 가족으로 둔 아직 초경도 하지않았지만, 너무 작은 키로 '꼬맹이'라고 불리우는 고등학교 2학년의 여고생 송영은의 재잘재잘거리는 듯 한 이야기다.

숙자이모가 코끼리를 찾으러 가겠다고하는 피스카스는 핀란드의 역사, 자연, 산업을 함께 볼 수 있는 핀란드의 도시 이름이다.  또한, 곳곳에서 툭 하면 등장하는 또다른 특이한 명칭인 이에바의 폴카는 핀란드어로는 이에반 폴카(Ievan Polkka) 또는 이에반 폴로카(Ievan Polokka)라고도 하며 1930년 Eino Kettunen가 작사한 핀란드 노랫말에 1995년 핀란드의 4인조 그룹 "Loituma"가 노래한 곡이 세계적으로 알려져있다.
바람둥이였던 외할아버지, 교통사고로 너무 일찍 가버린 아빠, 남편을 잃은 슬픔에 지쳐 수학 문제집 속으로 도망쳐버린 수학 교사 엄마 이혜자 씨, 자그마한 키로 쓸쓸하게 또는 외롭게 방긋방긋 웃기만 하던 외할머니의 쓰러져 깨어나지 못하고, 지나치게 씩씩해서 늘 위태로운 영문학사 출신의 사진작가 숙자이모, 그리고 소심하고 겁 많은 '나'인 송영은가지. 어쩌면 암울하고 비관적일 것 같은 이러한 캐릭터들은, 반어적으로 폴카의 리듬처럼 경쾌하고 봄꽃처럼 따듯한 스토리를 꾸려간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코끼리 농담’이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면서 반전에 반전의 묘미를 끝없이 풀어내기 때문. 애초에 이모의 친아빠를 가정하고 생겨난 ‘코끼리’는 어느 순간 가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끈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 가족 구성원은 서로서로의 ‘코끼리’임을 자임한다.

2015.3.11.(수)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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