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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밟기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7월
평점 :
그림자 밟기
미미월드 2막 12
미야베 미유키 지음
북스피어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 단편집으로 2003년부터 2010년에 걸쳐 발표된
스님의 항아리
그림자밟기
바쿠치간
토채귀
반바 빙의
노즈치의 무덤
위의 6편의 단편을 함께 모아서 싣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에도 시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이이 다이쇼군에 임명되어 막부를 개설한 1603년부터 15대 쇼군 요시노부가 정권을 조정에 반환한 1867년까지의 봉건시대를 지칭한단다. 작가는 남보다 한참 앞서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욕심, 끔찍한 아동 학대, 자식을 미워하는 부모, 데릴사위로서의 고달픈 삶 등, 현대에서도 볼 수 있는 괴로운 사연들을 일종의 괴담이란 형식을 빌려 풀어 놓는다.
알라딘에서 개최하는 물만두 리뷰대회에서 지정한 도서라서 찾아 읽기는 했는데, 좋아하기 힘든 스타일인 것 같다.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을 흥미롭게 읽었고, 그 외에도 미미월드의 책들이 좋았었기 때문에 당연히 마음에 쏙 들거라고 믿고 두껍지만 선뜻 집어들었는데... 가끔 이렇게 낭패감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 인생인 모양이다. ㅎㅎㅎ
가족을 잃고 전염병 속에서 살아남은 오후미가 항아리가 그려진 이상한 족자를 보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그저 항아리만을 보는데, 그 항아리 안에 들어있는 초라한 노승까지 볼 수 있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님의 항아리」, 마사고로와 짱구가 한 저택에서 일어난 슬픈 사건과 마주치는 「그림자밟기」, 사람을 도박 중독에 빠뜨리는 요괴가 등장하는 「바쿠치간」, 미시마야 시리즈에 나오는 아오노 리이치로와 습자소의 말썽꾸러기 삼인조가 수상한 스님 교넨보를 만나게 된 사연을 그린 「토채귀」, 비 때문에 발이 묶여 여관에 머무르게 된 한 부부가 어떤 노파와 방을 같이 쓰게 되고, 그날 밤 노파의 울음소리에 눈이 뜬 남편이 노파에게서 옛날 이야기를 듣게 되는 「반바 빙의」, 만능 해결사 야나이 겐고로에몬에게 고양이 요괴가 찾아와 다른 요괴를 처치해 달라고 의뢰하는 「노즈치의 무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림 속에서 스님을 보게되면 그 영험을 기운을 받아서 밤에는 하반신이 문어로 탈바꿈한다는 점이나,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자기가 죽인 사람으로 빙의된다는 것도 그렇고, 주인없는 그림자나, 귀신 쒼 사람... 등등의 이야기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이 작품집에서는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준 인간 및 요괴들이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으로 매번 끝나지는 않는다. 타인을 해하거나 미워하거나 탓하거나 혹은 현실에서 눈을 돌리기도 하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속이기도 하며, 치유하는 대신 필사적으로 마음의 결핍을 다른 것으로 메꾸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이 등장한다. 마음이란 게 얼마나 약하고 어두워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어떤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를 그림으로써 무서움과 슬픔을 동시에 자아낸다. 그러나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다가 너무 일본적인 요소가 많아서 거부감이 일고 미신적인 내용도 많고, 거기에 지나치게 빠져 있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 수 없다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차라리, 탐정이 등장하는 미미월드의 2막 중에 다른 작품은 그래도 읽는 재미를 선사해 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물에 가까운 미스터리는 나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덧붙여 작가가 작품 인터뷰에서 '무서움과 웃음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작가가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쉽게 와닿지는 않았다.
2014.1.28. 미미월드를 빠져나가고 싶은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