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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소담출판사
평소에 '히로짱'으로 부르는 번듯한 남편에, 넓고 깨끗한 집, 부족할 것 없는 사와이 미야코 씨의 삶에 어느 날 키가 크고 오랜 시간을 부인과 별거중인 오십대의 미국인 존스 씨가 등장한다. 영문학을 전공한 탓에 외국인과의 대화가 낯설지 않았던 탓인지 미야코는 존스 씨와 만남과 대화가 새롭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색이 넘치고 소리가 넘치고 냄새가 넘쳐난다고 할까? 둘이 만나 딱히 특별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존스 씨가 필드 워크라고 표현하는 일종의 산책 같은 것을 하고 차를 마시고, 대중목욕탕도 가보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정말 대체 뭐가 잘못되었던 걸까. 미야코 씨가 생각하는 건 오로지 그거였습니다. 히로짱 이외의 남자와 걸어 다닌 것? 손을 맞잡은 것? 인사 대신 가벼운 포옹을 한 것? 줄줄이 나열하는 그 옆에서, 그런 건 아닐 거라고 마음의 목소리가 부정합니다. 존스 씨와 함께 있으면 즐겁다고 느낀 것. 기쁘다고 느낀 것.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느낀 것. 아아, 그럴지도 몰라."
그런 미야코에게 불을 부쳐 버리 것은, 평소에는 참으로 무심하고, 미야코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던 남편 히로시가 외국인 데릭의 아내인 리에코에게 이야기를 듣고 불같이 화를내며 미야코를 의심하고 미야코를 불륜녀로 취급하며 상처를 주는 말을 터뜨린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정작 미야코의 불륜은 시작된다. 아니, 이미 히로시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가출한 상태이기에 불륜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미야코같은 젊은 시절을 이미 훌쩍 지나온 사람이기에 새로운 사랑을 꿈꾸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것은 아닐까?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 이후에 새로운 사랑을 경험하기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어쩌면 젊은 시절에 겪은 사랑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만나 결혼에 이른 행복한 경우일 수도 있다.
에쿠니 가오리의 전작 <반짝반짝 빛나는>과 특히 <하느님의 보트>가 좋았다는 기억을 더듬으면서, 이 책을 들고 표지를 보면서, 두 남녀의 키스가 달콤하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얼굴에 가득 담긴 주근깨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불온한 독자를 어찌할꺼나? ㅠㅠㅠ
더구나 이 소설에서처럼 결혼을 파기하면서까지 찾은 새로운 사랑인 존스 씨가 정작 자유로워진 미야코에게서는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작은 새' 같다는 느낌이 사라져버렸다는 고백을 하고 있으니... 아아~ 이제 미야코는 어찌될까? 히로시와는 법정 싸움까지 가면서 헤어지고, 유부남인 존스 씨와는 더이상 뜨거운 사랑을 나누지도 못할 가엾은 처지로 전락되는 것은 아닐까? 쓸쓸한 마음을 다잡고 <나의 작은 새>를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13.6.28. 미야코가 되어보는 불온한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