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고요한 노을이…
보리스 바실리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여기에 고요한 노을이…

보리스 바실리예프 지음

마마미소

러시아 제171대피역의 소방장비 보관창고를 지키는 무식한 이혼남인 특무상사 바스꼬프의 부대인 후방에 배치된 여자 병사들.

전사한 러시아군 중위의 미망인인 리따 오샤니나, 독일군에게 가족을 잃은 러시아 장군의 딸인 제냐 꼬멜꼬바, 수목 관리원의 딸인 통통한 리자 브리츠끼나, 의사 집안 출신으로 모스크바대학생이고 독일어가 가능한 소냐 구르비치, 고아원 출신인 갈랴 체뜨베르따끄는 갑자기 나타난 독일군을 사로잡기 위해 무장을 하고 찾아 나선다. 보삐 호숫가를 따라 시뉴히나 구릉지에서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침투한 독일국 공수부대원 열여섯 명과 뜻하지 않은 전투를 벌이게 된다. 그러나 전투경험이 전혀 없는 가엾은 이 여군들은 수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에서 하나씩 목숨을 잃고 마는데…….

전쟁이란 참으로 잔혹한 경험이다. 일선에서 적군과 맞닥뜨려 싸워야 만 하는 남성들에게나, 아직 보송보송하기만 한 애송이들인 학도병에게나 그저 치마를 두르고 꿈 만 꾸던 여성들에게나 모두 피비린내나는 살육 현장에 던져지기는 매한가지인 듯하다. 아무도 원치 않는 살육의 현장에서 서로 총부리를 겨눈 채 죽지 않으려면 적을 죽여야만 하는 잔인한 상황에 던져진 것이다. 그저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이 여인들을 전쟁터로 몰아내고, 책이나, 화장솔 대신에 제대로 사용할 줄도 모르는 총을 들게 만들었으니, 특무상사 바스코프는 부하라고 주어진 다섯 명의 대원들을 데리고 치열하기만 한 공수부대원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상홍에 처하게 되었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어, 남편을 잃어, 불가피하게 군복을 입게 된 여인들은 후방에서 그저 형식적인 보초업무만을 감행하다가 생과사를 오고 가는 전투 현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특무상사 바스꼬프는 여자 뿐인 부하들 다섯 병사를 이끌고 잠행에 나섰다가, 이들을 하나씩 모두 잃게 되고, 마지막으로 수류탄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 리따 오샤니나의 유언을 듣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바스꼬프는 리따의 아들 알베르뜨를 찾아 양아버지가 되어 키워낸다.

러시아 소설은 그저 낯설기만 한데, 이들은 왜 이리 이름이 복잡한지 모르겠다. 분명 등장인물이 일곱 명 밖에 되지 않는데, 가뜩이나 러시아 이름이 입에 붙지를 않아서, 누구를 말하는 지 자꾸 등장인물을 펼쳐가며 다시 되뇌이기를 반복해야 하는데, 게다가 이렇게도 불렀다, 저렇게도 불렀다 하니 더 혼란스럽기만하다. 특무상사인 바스꼬프 만 해도 '페도뜨 예브그라피치' 라고 불렀다가, '폐자' 라고 했다가, 이름 '페도뜨' 라고 했다가 '바스꼬프' 라 했다가 '예브그라피치'라 했다가 하니, 적응이 안되서 더 힘들었다. 기본이 두개 (리자 브리츠끼나/리자베따)이고 많게는 호칭이 4개에 이르니 너무 복잡한 듯하다. 번역을 할 때 그저 이름 하나로 통일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왜 이름을 이렇게 다양하게 부르는지 이상하게만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인 보리스 바실리예프는 전쟁문학의 거장이라고 하는데, 서정적이고 비극적인 문학작품이라고 평하기는 좀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그저 이 여군들의 죽음이 제대로 싸움도 못하고 그저 비참하고,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는 자괴감이 드는 까닭일까?

2012.11.8. 러시아 여병사들의 이야기를 만나보는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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