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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랑은 -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
황주리 지음 / 예담 / 2012년 6월
평점 :
그리고 사랑은
황주리 그림소설
예담
철이 들면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바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었다. 생각한 바를 느낀 그대로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하얀 종이 위에 작은 그림이라도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그림다운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림을 잘 그려서 화가가 된 이 사람은 한 발 더 나아가서 그림소설을 써냈다. 부럽다는 말로는 많이많이 부족한 경지라고나 할까?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라고 표현한 이 책은 아홉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라는 제목의 기억을 잃어버린 조각가와 회계사의 사랑이야기이다. 두 사람다 몇번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여러 차례의 사랑을 통해서 몇번의 실패 끝에 만나는 사랑 이야기라고나 할까? 우선은 결혼과 이혼이 이렇게 쉬워? 하는 반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이미 다수의 산문집을 펴낸 화가이며 에세이스트이기도 한 황주리의 첫 그림소설집이다. 사랑에 관한 짧은 노래 중에서 두 번째 이야기는 【키위 새가 난다】라는 제목으로 함께 그림을 그리던 첫사랑을 가볍게 배신하고 후배의사와 결혼해 안락한 생활을 빠져들고, 그의 첫 사랑은 불구가 되어 키위 새와 같은 처지로 전락하게 되는데, 자신을 키위 새로 생각하는 외과 의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질랜드 여행 중에 그녀를, 그리고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키위목 키위과에 속하는 조류를 통틀어 이르는 말. 뉴질랜드 특산이다. 마오리족이 지은 이름으로 수컷의 울음소리가 keewee 하고 울어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산문집이 아니라 소설책이라서 더 좋았다.
세 번째 이야기【짜장면에 관한 명상】에서는 거지왕자와, 박제가 된 천재와, 구멍 뚫은 일을 무서워하는 나, 이렇게 한국에서 조기 유학을 와서 미국 사회에 완전하게 동화되지 못한 세대들의 이야기이다. 추억의 만화 영화<요괴인간>속의 '벰 베라 베로' 처럼.
네 번째 이야기【빨간 입술】에서는 국경없는의사회의 의료봉사단원을 모티브로 하여 졸지에 이혼녀가 된 초등학교 미술교사의 혼자 사는 고군분투기 같다. 이상하다는 표현으로 부족한 몰상식하고 몰지각한 이웃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빨간색을 좋아하는(나처럼) 천주교인 이야기라고나 할까?
다섯 번째 이야기【그녀의 마지막 남자】에서는 나또한 너무나 가보고 싶은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이아 마을'이 등장해서 나의 신경을 온통 집중시켰다. 모든 사람들은 계속해서 떠나보내야하는, 혼자 됨의 막막함에 길들여진 여자의 이야기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왜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시도하고, 【빨간 입술】에서도 그랬지만, 자살이 쉬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는 것이 그리 쉬울까? 쉽게 죽기를 결심하는 사회가 되었나? 하는 의문에 사로잡혔다.
여섯 번째 이야기 【스틸라이프】는 <기타>, <첼로>, <골동품점 메리 포핀스>라는 단편 세 편이 묶여진 형태이다. <기타>에서는 언니와 동생을 동시에 사랑하게 된, 그룹 사운드의 기타리스트의 이야기.
<첼로>에서는 매번 우울증 환자를 사랑하고 마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고등학생이던 시절의 첫사랑은 첼로를 연주하는 음악선생님, 대학 시절에는 첼로를 연주하는 도너츠 중독된 뚱뚱한 그녀. 그리고 맞선을 통해 만난 물리선생인 거식증의 아내, 이들은 첼로를 너무 사랑하고, 삼백년 전에 말들어진 명기를 통해 엮어진 묘한 관계의 여성들로 이 남자를 둘러싸고 있다.
<골동품점 메리 포핀스>에서는 <첼로>에서 등장한 남자와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은 골동품점 메리 포핀스의 여주인공 이야기로 전직 수녀였던 그녀는 수녀복을 벗고 나서 첼로의 남자를 만나 결혼하지만, 첼로의 남자는 떠나간 아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골동품점을 찾은 기타리스트와 만나게 된다는......
【네 인생의 청문회】【그대와 함께 춤을...】【나 하나의 사랑】은 아주아주 짧은 단편이다. 단편들이라고는 하지만, 아홉 편의 이야기가 모두 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당연히 등장 인물이 다르고, 어떤 작품에서는 여성의 이야기이고, 또 어떤 작품에서는 남자가 주인공인데 왜 그런 느낌이 드는 걸까? 가끔은 자전적인 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다분히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2012.6.22. 사랑이야기를 그림소설로 만나는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