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여행 - 네가 원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박선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일곱살 여행

글·사진 박선아

테라

 

 큰 딸 만을 데리고 중국 5박6일 여행을 떠난 것이 큰 아이 일곱 살 때의 일이다. 네 살이던 작은 딸을 친정엄마에게 맡겨 놓고 여행길에 올랐는데, 작은 아이는 두고두고 자기만 중국에 안 데려갔다고 서운함을 표시했다. 다른 일들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혼자 중국을 못 갔다는 것이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혼자만 가지 못한 중국에 대한 느낌도 남다른 듯 하다.

그리고 삼 년 후에, 이번에는 남편만을 집에 두고 딸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 여행길에 올랐다. 그 때 작은 아이가 일곱살이었다. 아무래도 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이래저래 장기 여행을 떠나는 것이 여의치 않아서, 해외여행을 가는 데는 일곱살이 제일 좋은 나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남편은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용감하게 애들만 데리고 미국을 갈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ㅎㅎㅎ 그러나 남편보다는 내가 오히려 여행에 적합한 사람일껄? 초행길을 그닥 두려워하지 않는 타입이다. 찾으면 되고,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영어가 잘 안되서 답답하기는 나보다 그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이다. 그럭저럭 의사소통에는 언어와 바디랭귀지가 있으니까~

이 책을 손양의 엄마는 아마도 나처럼 결혼과 출산이 좀 늦은 것 같다. 7년 전, 중국을 갔을 때, 내가 40대 초반이었고, 미국을 갔을 때가 40대 중반이니, 일곱 살 엄마로서는 좀 늦은 나이이기는 하다.

중국을 갔을 때는 여행사 패키지 상품으로 다녀온 것이라,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지만, 미국(미네소타)에 갈 때는 동생 집으로 가는 거라, 비행편도 불편하고, 미네소타까지는 직행도 없어서,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가야하는 데다, 두 번째는 시카고에 내려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다시 미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야 하는데, 아무래도 나리타 공항과는 달리 시카고 공항은 크기도 거대하려니와,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입국 절차도 까다로워서, 조금 애를 먹었다. 김이랑 미역을 사들고 가는 터라, 출산을 앞 둔 동생을 위한 음식이라는 것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아이들을 대동하고 가는 길은 비교적 절차가 수월하다는 걸 느꼈다. 아마도 그 사람들은 애들 둘을 데리고 어디로 도망이야 가겠나? 생각하는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두달반의 미국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곧 다시 오마 했는데... 이제는 너무나도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 큰 딸이 중학생이 되었으니, 연수를 가면 모를까? 해외여행을 같이 떠나는 것이 거의 힘들다고 하겠다. 기회가 되면 가까운 일본에 한 번 가보고 싶다. 그럴려면, 작은 딸을 일본어 공부를 시키고, 나도 곁다리로 같이 공부해서, 일본을 함 가볼까?

이 책은 일곱 살 손양과 함께 유럽의 5개국을 80여일동안 여행한 기록이다. 20년 동안 약사로 직장 생활을 하고 여행자금을 모았다지만, 부자의 여행기가 아니고, 나름 쪼개고 아껴서, 80일을 세상을 즐기고 온 것 같다.

영국에서 16박 17일, 터키에서 24박 25일, 이집트에서 20박 21일, 그리스에서 12박 13일, 독일에서 7박 8일.

물론 터키나 이집트처럼 가난한 나라에서의 여행을 통하여 얻는 것도 많겠지만, 나는 일단 가난한 나라로는 여행을 가고 싶지 않다. 너무 고생스럽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들처럼 그 부당함에 눈물흘리고 싶지 않아서... 이 글을 읽으면서, 한 때 문명을 자랑하던 최고의 나라들이라도 결국 그 강대함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때 최고였을 지라도, 지금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나라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처럼 한 번도 최고였던 적은 없으나, 지금 현재까지 길~게 남아 있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울 딸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면 근사하고, 깨끗한 곳에서 묵고 싶어한다. 그저 하루 잠만 자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의 하룻밤을 평생 기억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처럼.

이 책을 읽고 정말 가보고 싶은 나라는 바로 그리스이다.

251쪽의 사진처럼 피라마을은 정말 이토록 깨끗하고 아름다울까? 꼭 보고싶어졌다. TV CF에도 자주 나오고 달력에도 자주 실리는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백옥처럼 하얀 집들을 보러 그리스로 꼭 떠나고 싶어졌다.

아마 이제 손양은 알겠지? 얼마나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인지를... 80일간의 여행은 아마도 80년의 삶을 윤택하게 가득 채워주기에 충분하리라는 것을~

그녀가 너무나도 부럽고, 울 딸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든다. 80일간의 황금같은 여행을 안겨 주지 못해서......

대신 8천권의 책으로 채워줄까?

2011.12.17.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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