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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틀비와 바틀비들
엔리께 빌라―마따스 지음, 조구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바틀비와 바틀비들
엔리께 빌라-마따스 지음
소담출판사
이 책을 읽으면서 연암서가에서 출간한 평론가 최성일님의 유작 <한권의 책>을 떠올렸다. 지난 달,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방대한 104권의 책을 다룬 작가 최성일의 끝없는 책에 대한 열의에 감탄하면서, 참으로 무지하기만 한 나 자신의 초라함을 담뿍 느꼈었는데......
<바틀비와 바틀비들> 또한 엔리께 빌라 마따스라는 에스파냐의 작가가 결코 소설이지만, 소설이라고 할 수 없는 이 글을 통해서, 나를 또한번 초라하게 만들었다.
'아니오'의 문학이란, 다양한 이유로 결코 글을 쓰지 않았거나, 멋진 책 한두 권을 쓴 뒤에 절필해버리거나, 자신의 신분을 집요하게 숨겨버린 '바틀비들의 문학이란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작가'라는 이들은 글쓰기를 너무 좋아해서, 어린 시절부터, 계속해서 글을 쓰고, 밥먹고,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뭔가 쓰고 있는 사람일거라고 여긴다. 속에서부터 뭔가 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계속해서 꿈틀거리고, 매일매일 글을 쓰고, 매일매일 작품 구상을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전세계에(여기에서 동양의 인물은 다루고 있지 않으니, 주로 서양일테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글쓰기를 거부하는 '바틀비들'이 이렇게 많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작가라고 하지만, 예술가라고 하지만, 그들은 한 두 작품, 심지어 단 한 작품도 쓴적이 없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작풍이 없는데, 작가라고 할 수는 있을까? 이는 내가 정의 내릴 수 있는 분야는 아닌 듯하다.
사실, 11번까지는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써야한다는 책임감에 무슨 내용인지 제대로 파악도 못하면서, 그저 글자를 읽은 것 같다. 11번 쯤 읽어가니, 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쪼금(정말로 아주 쪼금) 알 것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 때부터 내가 한 일은 컴퓨터를 켜고 Excel을 가동시켜 이 작가가 번호를 매겨가며 각주의 형식으로 언급한 바틀비 작가를 입력하며 표를 만들었다. 애석한 일은 몇명을 제외하고는 너무나도 내게는 낯선 사람들이라, 다시 언급을 해도, 그이가 이미 나왔던 인물인지 아닌지 조차 구분이 안되니, 검색내지는 구분을 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고백한다.
86번에서 끝나니, '바틀비'들은 80~90여명이 된다고 하겠다. 아래 언급한 작가의 이름이 낯선 것을 이 작가들이 '아니오'문학을 추구한 바틀비들이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며, 우리가 문호라고 칭하는 인물이 포함 된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로버트 발저,후안 룰포 |
| 펠리페 알파우 |
| 랭보, 소크라테스 |
| 호프만스탈 |
| 휠더린 |
| 페핀 베요 |
| 보비 바즐렌 |
| 프리모 레비 |
| 클레망 카두 |
| 그레고리오 마르티네스 시에라 |
| 로베르 드랭 |
| 페드로 가르피아스 |
| 하이메 힐 데 비에드마 |
| 블레즈 상드라르 |
| 마리아 리마 멘데스 |
| 페레르 레린 |
| 사뮈엘 베케트 |
| 조셉 주베르 |
| 베르나르도 아차가 |
| 마르셀 뒤샹 |
| 허먼 멜빌 |
| 미겔 토르가, 에드문두 데 베텐구르 |
| 조르디 료벳 |
| 카프카 |
| 토머스 드퀸시 |
| 자크 바세, 카를로 디아스 토포오 |
| 니콜라스 드 샹포르 |
| 펠리스베르토 에르난데스 |
| 안젤로 론칼리 추기경 |
| 비달 폴치, 안톤 카스트로 |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
| 엔리케 반치스 |
| 페르난도 페소아, 테이베 남작 |
| 호프만스탈 |
| 파울 첼란 |
| 헤르만 브로흐 |
| 폴 발레리 |
| 존 키츠 |
| 랭보 |
| 베르길리우스 |
| 조르주 페렉 |
| 말라르메 |
| 로돌포 엔리케 포그윌 |
| 길버트 체스터턴 |
| 리타 말루 |
| 마르셀 슈보브 |
| 안토니오 타부키 |
| 줄리안 호손 |
| 리처드 엘만 |
| J.V. 포이스 |
| 오스카 와일드 |
| 홀리오 라몬 리베이로 |
| 헨리 로스 |
| 후안 라몬 하메네스 |
| 살바도르 엘리손도 |
| 미켈란젤로 안토니오 |
| 루이스 펠리페 피네다 |
| 세르반테스 |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 파라노이코 페레스 |
| 알바로 폼보 |
| 비톨트 곰브로비치 |
| 비트겐슈타인 |
| 마르셀 마니에르 |
| 비르힐리오 피녜라 |
|
| 구스타프 야누흐 |
| 카프카 |
| 쥘리앵 그라크 |
| 쇼펜하우어 |
| 나사니엘 호손 |
| 카를로 에밀리오 갓다 |
| 조셉 콘래드 |
|
| 에밀리오 아돌포 웨스트팔렌 |
| 후안 |
| 루이 푸아리에 |
| 클라라 브호리제크 |
| 토머스 핀천 |
| 조르주 심농 |
| 조르조 아감벤 |
| 기 드 모파상 |
| 마리안네 융 |
| B. 트라벤=할 크로브즈=트라벤 토르스반=렛 마룻 |
|
| 톨스토이 |
이들이 글쓰기를 거부하는 이유도, 이야기를 해준 셀레리노 참촌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라는 것부터 해서, 본인을 너무 작게 여기거나, 또는 세상을 허망하게 바라보거나...... 이유는 다양하다, 이 중에는 바람직하지 못 한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이도 있고, 삶의 의미를 이미 다 깨달았기 때문에 글을 쓸 필요를 못 느낀다는 이도 있고, 세상과 담을 쌓고 은둔해버린 이도 있으며, 본인의 작품을 다른이에게 빼앗겨서, 글쓰기에 회의를 느낀 이도 있을 것이고, 이미 한 두 작품을 통해서 쓸만한 것을 다 썼다고 결정내려버린 사람도 있는 것이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기존에 갖고 있었던 생각에 반하는 놀라운 자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너무나도 다양해서,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가 어지럽게 섞이며 또 하나의 현재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2011.12.10.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