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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꺼풀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4
안나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10월
평점 :
쌍꺼풀
안나 지음
미래인
위의 글을 쓴 중학생 딸아이는 지금 화장과 성형수술에 급 관심을 보이며, 특히 쌍꺼풀이 없는 본인의 눈에 무한한 신경을 쓰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쌍꺼풀 수술을 해 달란다. 남편은 눈이 크고 쌍꺼풀도 진하게 있어 눈은 이쁜 편이다. 남편 뿐 아니라, 시댁 집안 사람들 모두 짙은 쌍꺼풀에 큰 눈을 소유하고 있어서, 말 그대로 '눈짱' 이다. 나는 외모는 전혀 내세울 것이 없지만, 희미하게라도 쌍꺼풀은 있으니, 아마도 이런 점이 불만이었나 보다. 부모는 다 쌍꺼풀이 있는데, 이 쌍꺼풀을 물려 받지 않았으니... 내가 성인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생긴 쌍꺼풀이니, 너도 아직 모른다고 설명해도 잘 납득이 안되는 것 같다.
안나의 전작인 <천국에서 한 걸음>도 미국에서는 크게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아이는 별다른 감흥을 못 받았나 보다. 단지 이 첫작품이고 가 세 번째 작품이라면 두 번째 작품이 뭐냐고는 물어왔다. 그래서 검색을 해서 찾아보니 두 번째 작품은 이다.
그랬더니, 철자법상 쌍꺼풀이 맞는 건지, 쌍커플이 맞는거냐고 묻는다. 그래서, 아이에게 영문으로 한글로도 쓰다 보니 철자법을 잘 몰라서 그랬다 보다고 틀린 설명을 해주고 났는데, (사실은 내가 자꾸 쌍꺼플로 입력하고 있었다.) 책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천국에서 한 걸음>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하! 역자가 따로 있었네~ <천국에서 한 걸음>은 박윤정이라는 역자가, 그리고 <쌍꺼풀>은 김선희 옮김으로 되어있다. 번역한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글이 된 것 같다. 딱 꼬집어서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천국에서 한 걸음>은 장소가 한국같지도 않고, 미드를 보는 느낌도 아니었다. <쌍꺼풀>은 비교적 우리 식으로 이야기 하는 듯하게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책따세'에서 추천하는 도서 목록을 가지고 중학생 딸아이에게 성장 소설 몇가지를 제시하며 읽기를 권했다. 그러면서 덩달아 나도 읽어보고...<천국에서 한 걸음>, 김혜정의 <독립명랑소녀>, 이경화의 <저스트 어 모멘트>, 손현주의 <불량가족 레시피>를 구해 주었다. 나는 천국에서 <한 걸음>의 내용이 괜찮았는데, 아이는 별로란다... 어쩌면 펼쳐진 상황이 이해 못할 수도 있고... 우리 문화와 미국 사회의 차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까닭인지, 가정폭력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까닭인지... 모르겠다.
이 책도 쌍꺼플 수술을 받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분위기로 결론을 짓고 있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다. 지금 사춘기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성형 부작용' 이나 '성형 중독' 등을 거론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외모는 순간이라는 진실을 깨닫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니까... 그래도 인생을 몇년 더 살아봐야, 진실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흔히 하는 우스개 소리로 서양인들에게 '황신혜'와 '신신애'는 구분이 안간다고... 그 차이를 모른다고... 그만큼 동양인으로서 눈이 크고, 쌍꺼플이 짙게 있어봐야, 서양인들에게는 그저, 작은 동양인의 눈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고 하니, 쌍꺼플 수술을 해 봐야, 별다른 차이를 못 느낄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청소년들이 성인이 되면, 너도나도 쌍꺼풀 수술을 해서 오히려 쌍꺼풀이 없는 눈이 더 매력이라고 할 지도 모르고, 또 역으로 쌍꺼풀을 풀려고 '외꺼풀' 수술이 유행할지도 모른다. 유행은 흘러 가는 것이니까. 그리고 외모에 대한 '열등감' 보다는 역시 '성정체성'의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작가가 책 제목은 <쌍꺼풀>로 정했으나, 성형수술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문제는 헬렌의 동성애 문제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현대 사회의 급부상하는 이 동성애 코드는 '마약'과 더불어 미국 청소년 사회에 너무나도 만연한 사회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4년 전 동생이 살고 있는 미국 미네소타에 갔을 때, 내가 만난 어린 자녀를 둔 한인들은 '마약' 때문에 심각하다고, 다시 한국으로 유학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 까지 생각한다고 우려했었다. 오히려 성형중독은 떠들기도 쉽고, 누구와 수다 떨기도 쉬운 주제이고, 이를 통해서 저 깊숙한 곳에 내제한 감추고 싶은 문제들을 함께 토론하고 싶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1.10.17.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