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 뺨을 사랑하지 않아. 입술을, 얼룩진 인중을 사랑하지 않아. - P53
허락된다면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 P56
어떤 저녁은 피투성이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가끔은 우리 눈이 흑백 렌즈였으면
흑과 백 그 사이 수없는 음영을 따라
어둠이 주섬주섬 얇은 남루들을 껴입고
외등을 피해 걸어오는 사람의 평화도, 오랜 지옥도 비슷하게 희끗한 표정으로 읽히도록
외등은 희고
외등 갓의 바깥은 침묵하며 잿빛이도록 - P60
그의 눈을 적신 것은 조용히, 검게 흘러내리도록 - P61
검은 옷의 친구를 일별하고 발인 전에 돌아오는 아침 차창 밖으로 늦여름의 나무들 햇빛 속에 서 있었다 나무들은 내가 지나간 것을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그중 단 한 그루의 생김새도 떠올릴 수 없는 것처럼 그 잎사귀 한 장 몸 뒤집는 것 보지 못한 것처럼그랬지 우린 너무 짧게 만났지 우우우 몸을 떨어 울었다 해도 틈이 없었지 새어들 숨구멍 없었지 소리죽여 두 손 내밀었다 해도 그 손 향해 문득 놀라 돌아봤다 해도 - P69
다른 빛으로 몸 뒤집는다 캄캄히 잠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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