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가 없는 문 뒤에 갇힌 것 같아. - P37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장모와 처형의 설득은 아내의 식습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 P37
다가오는 유월 둘째 일요일의 모임은 몇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처가의 큰 행사가 되는 셈 - P39
그때마다 나를 사로잡는 것은 기이하고도 불길한 예감이었다. - P40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 P43
처형이 팔을 걷어붙였으니 동서는 이제 평생 예술이나 하며 마음 편히 살수 있을 것이다. - P44
아내의 얼굴은 긴 불면으로 숫제 검게 타 있었다. - P44
얘기는 들었지만, 그렇게 몸 상해가면서 채식하는 줄은 몰랐지 - P46
들고 있던 젓가락을 상에 내려놓는 것으로, 그 모든 얼굴들이 쏘아보내는 무언의 하나의 메시지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 P47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죄송하지 않은듯한 말투로 담담히 말했다. - P48
아내의 손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다. - P51
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 - P53
동서와 내가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아내를 날랐다. - P53
어떻게 사위ㅇ보는 앞에서 딸을 때려요? - P54
검은 액체가 터져나온 것을 알 수있는 종이가방을 든 채 - P59
그러나 아내는 마치 낯선 여자의 울음을 바라보듯이, 그래서 그것을 지나쳐가듯이 침대 위로 올라갔다. - P60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 P61
환자복 상의를 벗어 무릎에 올려놓은 채, 앙상한 쇄골과 여윈 젖가슴, 연갈색 유두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 P63
『채식주의자』는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작가는 상처와 치유의 지식체계를 오랜 시간 동안 기록해온 신비로운 사관(史官)이다.
그녀의 많은 소설은 일상의 트랙을 벗어나 증발해버린 타인을 찾아나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그린다.
이런 여러 탐색담은 대상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정상성을 벗어난 인물들을 찾아나선 ‘정상적‘인 인물들은 스스로 감추었거나 잊었던 트라우마와 조우한다.
마치, 애초에 그들이 그토록 닿으려 했던 목적지가 그 깊은 상처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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