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고 훌쩍 서랍 속의 약을 털어넣고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기분이었다. - P37
어느 때 보면 아버지는 형이 빚을 지고 집을 나간 때의 일이나 엄마가 난소암으로 수술 중 돌아가신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 P39
‘대리기사분들의 출입을 금합니다.‘ - P41
젊은 대리기사가 온 것이 불만스러웠는지 - P42
깡통이나 다름없는 집에 살면서 그 이자까지 감당하고 있는데 자식복 운운하는 아버지라니. - P43
그런데도 자신은 결혼생활 내내 까다로운 시모와 남편의 입맛을 맞추느라 다섯 종류의 김치(배추김치, 총각김치, 갓김치, 동치미, 깍두기)를 김치 냉장고 세대에 꽉꽉 채우도록 - P50
명주는 마트에 오면 언제나 사고 싶은 것과 살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 - P50
하지만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사람과는 이제 가능한 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 P51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돈이 손에 쥐여진다는 얘기였다. - P52
1년 전 재혼한 남편은 은진에게 남동생을 낳아주었다고 했다. - P53
수년 전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른 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상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P53
명주는 거짓말로라도 보고 싶었다는 말을 먼저 듣고 싶었던 터라 조금 섭섭했다. - P54
그 후 얼마나 많은 직장을 전전했는지 - P54
반지하 방에서 나와 고시원을 전전하며 살았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 P55
보고 싶지 않던 은진의 숨겨진 본성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 P55
은진의 가볍고 성긴 말투가 계속해서 거슬렸다. - P57
언제 어디서든 누가 제 편인지 어느 쪽에 붙어야 이로운지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아이였다. - P57
-이래도 남편이 먼저 접근했다고 말하진 못하겠지. - P58
-내가 못 할 거 같아? 난 더 잃을 게 없어. 넌 앞으로 살날이 많겠지만. - P59
-할머니도 아빠도 눈만 뜨면 어서 독립해야지, 독립해야지. 잔소린데. - P61
날 책임지겠다고 데리고 나왔으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냐? - P63
아들은 아버지를 운동시키려 매일 그렇게 열심인데 노인은 그런 아들의 마음 따윈 헤아리지 않는 듯했다. - P66
모두 그렇게 제 위의 하늘만 보고 사는 것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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