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처를 찾는 일본인들도 받아주지 않았던 다마구치는, 도시에서 온 조선인들을 고용하거나 농장에 묵게 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 P315
. 두 사람은 한 쌍의 황소처럼 일했다. - P316
다마구치는 편견이 심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가 개인적으로 아는 조선인은 고한수뿐이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전쟁 때 맺어진 터라 평범하지 않았다. - P317
다마구치의 아내 교코와 두 여동생은 특별히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하나같이 다 잘 차려입고 있어서 농장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 P318
양진은 세 여자에게 깊숙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초대받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에 문 옆에 머물렀다. - P319
한수는 짜증을 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순자가 일을 하리라고는 예상했지만 바깥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 P320
다마구치는 설사 일본이 이기지 못하더라도 전쟁이 아직은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 P321
순자는 엄마를 끌어안았다. 저고리 천 아래로 엄마의 앙상한 쇄골이 느껴졌다. 엄마는 무척 수척해져 있었다. - P322
식사하는 동안 한수는 내내 순자와 노아 생각만 했다. - P323
순자의 인생에서 한시도 떠난 적이 없었던 저 남자를 순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 P324
어린 모자수는 노아처럼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아주 자유분방한 아이 같았다. - P325
순자는 전쟁이 끝난 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었다. - P326
"너희들은 조선어 읽는 법을 알아야 해. 언젠가는 돌아갈지도 모르니까." 한수가 말했다. - P327
"가지 마." 한수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깐만 여기 있어.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어." - P328
아이들은 소똥을 치울 게 아니라 학교에 가야 해. - P329
자기 나이가 많지는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의 자신을 원하는 남자가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 P330
영원한 고통의 빛으로 가득한 황소들의 커다랗고 짙은 눈을 바라보며 순자는 생각했다. - P331
"전쟁은 끝났어." 노아가 모자수에게 단호하게 상기시켰다. - P334
요셉은 가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던 사람이었고 가족을 위해 돈을 벌러 나갔기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한 것이었다. - P335
누구도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다마구치는 머지않아 그들이 떠나기 위해서 돈을 달라고 할 것임을 감지했다. - P336
"당신이 노아 아버지죠?" 요셉이 물었다. - P337
"하지만 그 아이 곁에 있을 권리는 없어요. 내 동생이 그 아이에게 이름을 줬어요. 그 아이는 이 사실을 몰라야 합니다." - P338
그에게는 동생의 아이를 빼앗아갈 권리가 없었다. 한수는 요셉의 분노를 읽을 수 있었다. - P339
"우리는 고향으로 돌아갈 거야." 요셉이 이렇게 말하며 눈을 감았다. - P340
당신에게 돈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절대로 돈을 받아낼 수 없어. - P341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수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라고 밝힐 생각이 없었다. - P342
"다마구치가 네 아이들을 입양하고 싶다고 했어." 한수가 조용히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 P343
"그건 당신이 결정할 일이 아닙니더. 여기서는 내 아들들한테 미래가 없심니더. 지금 돌아갈 수 없다 카면 좀 더 안전해졌을 때 돌아갈 깁니다." - P344
고맙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수치스럽고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 P345
생각해봐. 네 남편이라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어할 거야. 나도 아이들과 너에게 뭐가 제일 좋은지 알고 있어. - P346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내가 학교에 보내주마. - P347
"아버지는 우리가 대학에 가서 교육받기를 바랄 거야." - P348
"나는 한수 아저씨처럼 트럭을 가질 거야." "난 아버지처럼 교육받은 사람이 될 거야." - P349
「사랑의 고통」 오사카, 1949년 - P351
"넌 결혼한 여자를 좋아하지. 나도 알아." 한수가 말했다. - P352
게다가 너는 북한에 가면 살해당할 거야. 남한에서는 굶어죽을 거고, 다들 일본에서 살았던 조선인들을 미워하거든. - P353
다마구치는 일본인으로서는 끔찍한 인간이지만 사업가로서는 영리한 사람이야. 나는 좋은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니야. 돈을 잘 버는 사람이지. - P355
"경희 씨는 남편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 - P356
그러나 경희는 법적 서류를 코트 안감에 꿰매 넣어 놓았고, 한수의 변호사가 요셉의 재산권을 인정받도록 도와주었다. - P357
양진과 순자, 아이들, 요셉과 경희, 김창호까지 일곱 명이 이카이노에서 한집에 살았다. - P358
그리고 항상 그랬듯이 경희와 사랑을 나누는 몽상에 젖어 들었다. - P360
예쁜 창녀를 만나면 경희를 지워버릴 수 있을 거라는 한수의생각은 틀렸다. - P361
요셉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게 생기면 화를 냈고 예전처럼 그 화를 참지도 않았다. - P362
노아는 일본인 학교에 가고 싶어 해요. 와세다대학에 가고 싶대요. - P363
조선인들은 서로 싸우고 있죠. 모두들 자기가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해요. - P364
제가 공산주의자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전 일본이 조선을 다시 점령하는 걸 반대하고 있어요. - P365
김창호는 경희를 사랑하는 고통을 끝낼 수 없을 것 같았다. - P3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