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와코가 그동안 꼭꼭 숨겨 왔다는 그 증거 사진, 그것도 실제로는 당신이 만든 위장 증거 아닌가. 저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 P252
그리고 당신의 의도대로 경찰이 제게 의혹을 품은 시점에 마치 막 떠올린 것처럼 사와코 범인설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 P253
죄 없는 사람이 스스로 나서서 무고한 피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 상상도 못 할 전개에 당신 역시 동요를 감추지 못했을 것입니다. - P255
당신의 고백은 제 안에 있는 악마를 일깨웠습니다. - P255
범인을 용서할 수 있을 리 없지요. 저는 그 기나긴 시간을 일분 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사건을 돌아보며 진실을 찾는데 바쳤습니다. - P256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리고 당신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가. - P257
2008년 12월, Q현 후쿠미시에서 기묘한 동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 P261
둘 중 먼저 발견된 쪽은 여성으로 이름은 니레 도코, 69세. 한때 후쿠미시에서 명문가로 이름을 날린 니레가문의 생존자였다. - P262
시간에 맞춰 저택에 갔는데 내부 상황이 뭔가 심상치 않아 금세 이변을 눈치챘다고 한다. - P263
저택에서 쓰는 날 길이 약 16센티미터의 회칼이 있었다. 평소 생선 손질을 즐겨하던 도코의 애용품이었다. - P264
인간의 마음을 헤아리기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 P265
니레 도코에 이어 시신으로 발견된 사람이 71세 남성 니레 하루시게였다. 니레 가문의 예전 당주로 도코와는 형부와 처제 사이였다. - P265
니레 하루시게가 도코 앞으로 보낸 장문의 편지 세 통. - P269
비열하기 그지없는 하루시게의 처자식 독살 사건이 실은 오가 요헤이, 도코 부부가 꾸민 교묘한 작전이었다는 것. - P270
그리고 사고라고만 생각한 오가 요헤이의 추락사에 도코가 의도적으로 개입했다는 것. - P270
하루시게 본인이 직접 자수했다고 해도 사법부의 섣부른 판단과 오인 체포가 만든 원죄 사건, 검경의 엄청난 실책으로 기록될 터였다. - P271
사형이라는 최악의 결말을 피하려고 자수라는 길을 선택한 책사도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을 몰락시킨 범인일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 P273
자살을 결행한 당일 두 사람이 하루시게의 집에서 배달한 장어 덮밥과 장국에 맥주를 곁들여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 P275
그렇다면 도코가 하루시게보다 늦게 사망한 것이 거의 틀림없었다. - P276
각오한 자살이어도 본능은 정직한 법이다. - P277
빈틈이라고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완벽한 동반 자살이지만, 그들은 왜 하필 둘이 함께가 아닌 각자 다른 곳에서 목숨을 끊었을까. - P277
‘유서가 없는 이상 자살 동기는 불명‘ - P279
기시가미는 하루시게의 변호인이고 가석방된 그의 신원 인수인을 맡았다. - P280
면담 자리에서 기시가미가 입에 담은 뜻밖의 한마디가 가슴에 박힌 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 - P281
편지 같은 건 어차피 사문서입니다. - P282
애초에 저는 하루시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 P285
"그럼 하루시게 씨가 그때 자수를 선택한 건 사형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이유 외에도 당시 내연 관계였던 도코 씨를 지킬 목적도 있었다는 말인가요?" - P286
설마 하루시게를 사랑하는 도코 씨가 그런 짓을 저지를 리 없다고 단정 지은 게 제 패착이었습니다. - P287
도코를 진정으로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쩌면 그녀를 사랑한 하루시게가 아닌 그와 친구로서 오랜 세월 우정을 쌓아 온 이 남자 아닐까. - P288
만약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하루시게 씨는 왜 지금에 와서 도코 씨를 용서했을까요? - P288
"애초에 이번 사건이 정말 동반 자살이 맞기는 할까요?" - P289
그의 왼쪽 손목에 있는 지나치게 완벽한 절창 - P289
기시가미는 "살인이지요. 하루시게는 도코 씨에게 살해된 겁니다" 하고 딱 잘라말했다. - P290
회칼과 면도칼은 예리함 수준이 다르죠. - P292
하루시게는 키는 커도 병 때문에 몸이 초췌한 상태 - P293
"아무리 그의 집에서 영수증이 나왔어도 칼을 산 사람이 꼭 하루시게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죠." - P294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산 지 얼마 안 된 그 회칼을 하루시게가 케이스에서 꺼낸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이죠." - P295
애당초 칼을 케이스에서 꺼낸 곳은 하루시게 집이 아니라는 뜻 - P297
"하루시게는 그날 그런 식으로 도코 씨와 함께 자살할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을 겁니다." - P298
그렇게 보면 이번 일은 엄연한 살인 사건이고, 범인이 범행을 저지른 후 자살한 사례로 봐야 할 것입니다. - P300
하루시게의 죽음은 평범한 동반 자살이 아니라 동반자살로 위장한 살인 의혹이 있다. - P301
그러나 지문에는 신중을 기해도 칼 케이스와 비닐봉지 처리까지는 떠올리지 못한 듯했다. - P302
친언니를 죽이고, 조카를 죽이고, 남편을 죽인 것으로 모자라 42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남자를 철저하게 농락한 희대의 악녀. - P303
마지막 편지를 보낸 후 적어도 두 번 하루시게가 니레 저택을 찾은 사실이 밝혀졌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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