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와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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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 박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현대문학

지난 금요일에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만났던 학창시절 써클 친구들에게 김장김치 2,3쪽 씩을 담아 택배로 보내주고는 헉헉거리며 돌아왔다. 김장을 바리바리 싸왔던 지난 주, 김치부자였으나 이제는 다섯 곳에 나눠주고 나니 김치부자를 내놓아야 할 것 같다. ㅎㅎ

이 책, 『백조와 박쥐』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데뷔 35주년 기념작이라고 한다. 추리 작가들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하고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최고라고 불리울 만한 작품을 꾸준하게 발표해왔다. 다채로운 소재와 주제들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발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이과적 상상력을 가미한 SF, 판타지, 의학 미스터리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 그야말로 스펙트럼 넓은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중에서도 그에게 오늘의 명성을 안겨준 것은 단연 우리 시대의 병폐와 복잡다단한 인간 본성 그리고 범죄의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소설’ 계열의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35주년 기념작인 『백조와 박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층 원숙해진 기량으로 써낸 새로운 대표작이라는 찬사를 받게 된 것 같다.

해안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에서 정의로운 국선 변호인으로 명망 높던 변호사 시라이시 겐스케의 사체가 발견된다. 한결같이 시라이시 변호사에게 원한을 품는 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는 증언이 이어져 난항을 겪던 수사가 구라키 다쓰로의 갑작스러운 자백으로 순식간에 종결되는 듯 하더니 구라키 다쓰로는 33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도 자신이라고 밝히면서 경찰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그 살해 사건 당시 체포되었던 용의자 후쿠마 준지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유치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당시 사체 첫 발견자였던 진범 구라키 다쓰로는 어째서 용의 선상에서 제외되었으며, 오랫동안 함구해온 죄를 갑자기 털어놓은 것일까. 경시청 수사 1과의 고다이와 나카마치는 진실을 파헤치며 진상에 다가간다.

소설은 33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 개의 살인 사건과, 이에 얽히는 인물들이 저마다 진실을 좇아가는 장대한 이야기를 탄탄한 틀 안에서 흡인력 있게 풀어낸다. 나아가 공소시효 폐지의 소급 적용 문제, 형사재판 피해자 참여제도, SNS 시대에 더욱 논란이 되는 범죄자와 그 가족에 대한 신상 털기 등 굵직한 사회적 논의들을 아우르면서도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잃지 않으며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나가 놀라운 결말에 다다른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견지해온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가슴 뭉클한 드라마가 녹아 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감탄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 소설!!

대단한 작가이고 또한 대단한 작품인 듯~

2021.11.15.(월) 두뽀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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