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희 - P192

1973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 P192

「블랙홀」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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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은 그 망할 놈의 옆집 할아버지가 넘어졌기 때문이라며 오빠는 술에 취하면 전화를 걸어 말하곤 했다. - P194

나는 부모님이 노후 자금을 모으지는 못했어도 빚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 P194

재개발만 되면 아파트 값이 오를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텼지만 이제 그것도 지쳤다고 어머니가 말했다. - P195

옆집 할머니와 맛있는 음식을 하면 나눠 먹고 볕이 좋은 날엔 평상에 앉아 남편 흉을 볼 정도의 사이가 됐다. - P196

그랬는데 혼자가 된 옆집 할아버지가 부모님 집 감나무에서 떨어진 감을 밟고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다며 소송을 걸었다. - P196

언니는 부모님이 판 아파트가 재개발이 된 게 원인이라고 했다. 그때 생긴 마음의 병이 다른 방식으로 폭발한 거라고. - P197

사람들 흉을 볼 때면 내게 전화를 해놓고 정작 마음속 이야기는 언니에게 하는 눈치였다. - P198

새언니는 이사를 간 집에 귀신이 붙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P199

"혼자 남은 남자는 내내 술만 마시다가 자살을 했대요. 바로 그 사랑방에서요." - P200

"그렇게 따지면 아무 데도 못 산다. 전쟁 통에 이 마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 P200

아버지는 그렇게 일 년 반을 누워있다가 돌아가셨다. - P201

저녁 뉴스에는 어머니가 병을 들고 마을 체육대회가 열리는 운동장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찍힌 CCTV 화면이 나왔다. 그리고 삼십 분 후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도, 음식을 내기 전 부녀회장이 간을 보지 않았다면 동네 사람들이 전부 죽을 뻔했다고 경찰은 오빠에게 말했다. - P201

새언니는 육개장에 매실액을 넣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말했고 오빠가 발끈했다. "우리라도 믿어야 해. 믿어야 한다고." - P201

새언니가 계속 귀신 탓을 하길 바랐다. 어머니를 미워하는 것보다는 그게 더 나았다. - P202

2
오빠가 시골집에 내려간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돌아오지 않는다며 새언니가 전화를 걸어왔다. - P202

둘은 쌍둥이라 그런지 서로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꿈에서 미리 알아차리곤 했다. - P202

자신에게 그런 피가 흐를까 봐 끔찍하고 징그럽다고, 외가 쪽 식구들 얼굴도 보기 싫다고, 미리는 말했다. - P204

내가 지나온 발자국을 보면서 걷는 것. - P204

어머니가 살인미수로 오 년 형을 받은 뒤 언니는 급작스럽게 살이 쪘다. - P206

오빠가 왔다. 어디 갔었느냐고 물었더니 뒷산에 다녀왔다고 했다. 뒷산은 정상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 정상에 너럭바위가 있다는 거였다. - P207

3
오빠가 일주일이나 시골집에 머문 이유는 꼭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 P208

중고가게 사장은 뒤꿈치가 해진 양말이 슬퍼 운다고 했다. 오빠는 사장이 갱년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 P209

중고가게 사장이 떠난 뒤 오빠는 왠지 마음이 아파술을 한잔할 수밖에 없었다. - P210

오빠가 배추김치가 아까워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떠날 수가 없었다고 했다. - P210

‘오늘 하루가 행복했다면 꽃다발을 사세요.‘ - P213

‘오늘 하루가 힘들었다면 꽃다발을 사세요.‘ - P213

"그날 이후…… 뭐랄까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아. 블랙홀 같은 거. 조금만 잘못해도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어." 언니는 말했다. - P213

그 눈빛을 뭐라 해야 할까. 분노가 가득한 눈빛이었다면 나도지지 않으려고 화를 냈을 텐데 그게 아니었어. 연민이 가득한 눈빛이었어. - P214

예전에는 몰랐는데 언니의 얼굴에서 어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나이가 들면 점점 더 똑같아질 것이다. - P215

각했다.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을 때 나는 오빠와 언니에게 말했다. 치매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고, 치매라는 판정만 나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었다. - P216

실형을 받고 감옥에 가게 된 뒤로 나는 밤마다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고 잠을 잤다. - P216

재혼을 해서 들어온 외할머니는 어머니를 몹시도 괴롭혔다. - P216

어머니가 지금 언니보다 더 젊었을 때, 일곱 살인 나를 데리고 어딘가를 간 적이 있었다. - P216

언니가 어느 사진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걸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는 걸 봤지만 못 본 척했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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