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서 - P148

「97의 세계」 - P150

수백 번의 헛수고를 반복하고 나서야 성범수는 이른바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으니, 그렇게 따져보면 지난 수백 번도 마냥 헛수고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 P150

무한에서는 아무리 많은 수를 빼봤자 전혀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 P151

먼지구름 사이로 레크리에이션 강사들의 유도에 따라 빠르게 남쪽으로 내달리는 딸의 동선이 눈에 들어왔다. - P152

97초 동안의 한주기가 지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어디 적어둘 수 없었다. - P152

성범수는 많은 궁리 끝에 경로 세 개를 지웠다. - P153

이것들은 성범수에게 주어진 97초 동안 맞닥뜨려야 할 문제 중 일부에 불과했다. 이제 가장 상대하기 힘든 적이 셋이나 남아있었다. - P154

마지막 적은 상식이었다. - P155

경로를 섬세하게 다듬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정보들이 더 많아야 했다. - P156

누군가 있었다.
한동안 차근차근 정보를 모을 때였다. - P157

예측할 수 없게 행동하는 사람이란 뜻이었다. - P158

성범수는 그녀가 볼펜으로 그려나가는 냅킨 위의 복잡한 기호와 수식을 지켜봤다. - P159

성범수가 눈을 뜨는 카페는 Y, 딸이 죽는 장소는 X였다. - P159

이건, 하고 성범수가 주눅 든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방정식이군요." - P160

계속해서 가슴 한구석에 스멀거리는 질문이었다. 성범수는여자가 왜 도와주는지 알 수 없었다. - P162

성범수와 여자는 주기를 셋씩 한 세트로 묶어 각각 사고실험,
실제 시도, 검토 및 전략 수정에 사용했다. - P162

체력의 한계를 인정하기 싫었던 성범수는 더 많은 데이터, 더정교한 통제를 원했다. - P163

견해가 아니라 합리적 추론입니다. 아무리 크게 다쳐도 주기가 새로 열리면 모두 원래대로 돌아가지요. - P163

폭발음과 함께 눈을 뜬 성범수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앞에 있던 탁자를 뒤엎었다. - P164

     그 대답에 적의가 담긴 걸 알아차렸을 법도 하건만 여자는 표정의 변화 없이 성범수의 상처와 끙끙거리는 신음과 그 모든 걸배경처럼 둘러싼 낙담을 빤히 내려다봤다. - P165

바뀌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주기가 열리는 순간 물리적 질서가 초기화된다는 규칙은 그대로입니다." - P166

"당신은 딸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게 점점 익숙해지던가요? 어떤 사람도 고통에 익숙해질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예민해질 뿐입니다." - P167

나는 7초를 줄여야 해요. 그러려면 지금보다 훨씬 제대로 된 방정식이 필요하다는 거,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요. - P168

"당신은 딸에게 제때 도착할 수 없습니다." - P168

그래도 당신이 원한다면, 정말로 원한다면 마지막으로 시도해볼 루트가 하나 남아있습니다. - P168

"이건 당신 문제의 올바른 답이 아닙니다." - P169

무고한 이들까지 해쳐야 하는 경로였으나 성범수에게는 인도주의적 표정을 지을 여유가 없었다. - P170

착지하자마자 튕기듯 일어나 85미터 저편의 딸에게 달려가는 건 두번 만에 성공했다. - P171

그리고 비로소 여자가 올바른 답이 아니라고 했던 이유를 알았다. - P171

딸은 반쯤 뒤집어진 눈으로 엔도르핀에 익사해가는 중이었다. - P171

물리적 질서가 초기화됐다. - P172

당신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번 경로를 통해 증명됐습니다. - P173

당신이 정말 무슨 죄를 저질렀습니까? 그런 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당신이 뭘 잘못했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기도록 만듭니다. - P173

"정말 뭐든 해보겠어요?" - P175

건물 11시 지점에 작은 남자아이가 주저앉아 울고 있을 겁니다. 그 애를 데리고 서방 비상구에 들어가 함께 계단 아래로 몸을 피하세요. - P175

온 힘을 다해 따귀를 날렸다. - P176

내 아들을 구해주지 않는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어쩌면 그게 당신에게는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 P177

여기가 왜 지옥인지 아십니까? 선의가 절망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 P178

남의 목숨을 구하는 것과 자식의 죽음을 방치하는 건 엄연히 다른 일인데, 이곳에는 그 두 가지가 하나의 행동으로 묶여있습니다. - P178

자식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남을 구하는 데 집중하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 P179

가짜 희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절대 여자를 용서하지 않겠지만, 실상 그녀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 P180

성범수가 반응하지 않은 이유는, 지쳤기 때문이었다. - P181

당신 딸이지금 막 손을 잡은 아이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저 작은 아이는, 내 아들입니다. 바로 오늘 다섯 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 P182

저 난리 통에 남을 구하러 뛰어다닌 아이는 하고 여자가 덧붙였다.
"당신 딸밖에 없었습니다." - P184

성범수는 백 살 넘은 노인 얼굴이었다. ... 예상보다 빠르게 늙어가고 있었다. - P184

"세 가지를 해봤습니다." - P185

"할 거예요. 제발 진정해요.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알았으니당신 아들은 내가 구해줄 겁니다. 그 전에 당신에게 부탁할 게 좀있을 뿐이에요." - P187

"여기선 그래도 뭐든 해볼 수 있잖아요." - P190

"이제 우리 뭐라도 좀 해봅시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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