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쫓아다니고 나 때문에 괴로워하고 나의 청중이 되기 위해 애쓰느라 시간을 허비한 자네와 달리, 나는 바이올린에만 몰두했기에 자네와 제법 멀어질 수 있었네. - P232

키욜 백작의 말처럼 자네의 음악은 너무나 순수하고, 때때로 깜짝 놀랄 만큼 참신한 문장을 토해 내기도 하지. 그래서 나는 항상 자네를 살폈어. - P233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트리스탄이 늘 말해 오던 나와 트리스탄의 차이, 바옐의 열등감. - P233

그리고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에단에는 밤사이 소리 없이 눈이 내려 온 도시가 눈에 뒤덮여 있었다. - P235

#09
콩쿠르 드 모토베르토 - P237

그날은 눈이 왔다
모든 것을 덮으려는 듯이 - P237

"가서 드 모토베르토가 될 걸세."
그것만이, 유일하게 바옐에게 닿는 길. - P239

또다시 쉽게 나오는 거짓말, 하지만 나 스스로 그 거짓말을 믿지 않으면 이곳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 - P242

사교계에서 제2의 바옐이라고 멋대로 떠드는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크마리스 리베르토의 연주도 있었는데, 내가 듣기엔 열 살 때의 바옐에게도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 P246

바엘, 오직 자네에게만 어울리는 그 이름을 내가 잠시만 맡아 두겠네. 자네가 다시 가져갈 때까지. - P247

J. 카논의 임투르멘타 중 새벽에 버금간다고 불리는, 그가 만든 마지막 피아노였다. - P248

"기권하겠습니다."
속삭이듯 사람들을 향해 그렇게 말하고, 나는 피아노를 떠났다. - P250

다친 팔 때문에 넓은 음역을 연주하거나 화려한 기교를 쓰지는 못했지만, 그 느리고 단순한 연주가 오히려 내게는 진솔하게 들려왔다. - P254

"그리고 아무도 드 모토베르토의 호칭을 받지 못했습니다." - P256

"그럼 두 분은 최고의 연주로 보답해 주십시오. 앞으로의 일주일은 몹시 길겠군요." - P259

"근위대에 갇혀 있던 콜롭스 뮈너가 그의 약혼녀와 똑같은 모습으로 하룻밤 사이 썩은 채 죽었네. 그리고 무슨 악보가 남아 있었다고 하던데, 해석해 보니………."
"모토벤의 고결한 복수" - P260

그리고 그사이 트리스탄이 예상했던 대로 레안느와 휴베리츠는 약혼을 파기했다. 콜롭스 뮈너의 죽음과 바엘에 대한 의심을 휴베리츠는 감당하지 못한 것 같았다. 레안느 또한 무너지는 휴베리츠를 지탱하기엔 너무 어렸다. - P262

여명을 손에 들고 있는 바옐이었다.
"틀림없이 자네는 에단 최고의 피아니스트일세." - P270

아아, 이것인가? 바옐, 그가 진심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한 연주는 이런 것인가? - P272

백작은 알까. 이 엄청난 음악이 이 수많은 청중 중 오직 그 자신만을 위한 연주였다는 것을, 알고서도 저런 표정을 하고 있단 말인가. - P273

"고요 드 모르페 씨에게 두 표, 그리고 나머지 여덟 표는 모두 아나토제 바엘 씨에게..."
키욜 백작의 말은 사람들의 함성에 파묻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 P274

‘좌절한 듯한 모습의‘ 바옐 - P275

"전에도 말했듯이 취향의 차이일 뿐입니다. 당신이 드 모토베르토 호칭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과 최고라는 것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고요 씨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 P279

하지만 나는… 그 떠들썩한 괴리 속에서 누군가의 희미한 울부짖음을 들은 것만 같았다. - P281

#10
비극의 멜로디 - P283

마술사는 마술을 부린다
음악가는 음악을 연주한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두 존재가 만나 빚은
비극의 멜로디가 흐른다 - P283

아무런 대가 없이 퓌세 곤노르 같은 작자가 나를 맡았을 것 같나? 아니지…… 아니야. 그래, 나는 지불해야 했어. 내가 가진 것으로나마 갚아야 했어. - P287

"악마란 게 별거겠습니까.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매혹당한 사람들을 놀리며, 마지막에는 비열한 방식으로 뒤통수를 칩니다. 마술사와 마찬가지죠. 그저 지독한 장난꾸러기들이랄까요." - P290

백작이 바옐의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느낄 줄 모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이해하지만 감동을 느끼지는 못하는 그자가…… 정말로 바옐의 청중일까? - P292

"결혼한 다음 은퇴하겠습니다. 다시는 바이올린을 손에 들지 않을 것입니다."
……내 안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 P295

퓌세 곤노르.
바옐의 말에 따르면 그로부터 순수를 앗아 가고 더러움을 가르친 장본인이었다. - P296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이 살인마의 다음 목표는 나였다. - P297

"악보인 걸 모르는 건 아닐세. 그럼, 레이디 레안느의 말이 사실인가? 정말로 작곡을 하고 있다고?" - P302

환상곡 - P303

「얼음나무 숲」 - P303

"그때의 그것을 악보로 옮겨 보았네. 한 대의 바이올린과 한 대의 피아노를 사용하는 이중주이지. 나는 그때와 같은 연주를 할 거야. 그러니 이번에는 자네가…… 얼음나무 숲이 되어 주게." - P304

그 나무야말로, 저 머나먼 시간으로부터 그 자리에 영원히 얼어붙어 있었던 신화 그 자체였다. - P309

나무가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 P311

나를 대신한 제물이란 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 P313

그리고…… 바옐에게 힘없이 끌려가던 나는 보았다.
그 비참한 역설 속에서, 키세가 눈을 뜨는 것을. - P314

#11
모토벤의 고결한, 복수 - P315

그런 순간 있다
거짓이라고 믿었던 것이 진실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상상이라고 믿었던 것이 현실로 닥쳐오는 순간
내게는 그 순간이 피아노 건반을
한꺼번에 내리치는 것처럼 쾅 하고 들려왔다 - P315

마술사가 그토록 찬미해 마지않았던 순수.
그것은 그날 이후로 더 이상 내 안에 없었다. - P321

"그럼, 해 보지. 우리의 마지막 연주를." - P325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것은 필사가인 듀프레였다. - P327

바옐은 이제 망인이 된 약혼녀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 P331

"결혼하고 나면…… 은퇴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지."
그 지독한, 바옐의 음악을 죽도록 사랑하는 살인마는 그래서 그녀를 죽인 거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이유로. - P332

사람들이 모여들자 케이저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높이 올려 보여주었다. 그것은 시체의 손에 쥐여 있던 악보였다. - P335

그것은 유서였다. 며칠 전에 작성해서 품 안에 넣어 둔 유서. - P337

"내가 레안드를...… 죽였다고?"
그의 말투에서는 여러 가지가 묻어났다. 냉소와 분노, 슬픔과 허무따위의 것들이.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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