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손안의 죽음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 손안의 죽음

Death in Her Hands

오테사 모시페그 장편소설

문학동네

아니, 어느새 3주가 훌쩍 지나서 벌써 반납할 기한이 닥쳐왔다. 부지런히 읽어서 겨우 다 읽어냈지만, 후기를 쓰려니 마음이 급하다. 이 책 『그녀 손안의 죽음』은 일단 작가의 이름부터 오테사 모시페그라는 다소 낯설고 『아일린』 『내 휴식과 이완의 해』에 이은 세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72세 여성 베스타가 살인과 시신 유기를 암시하는 듯한 쪽지를 발견하고 그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사흘간의 행적을 담은 내용이다. 그러나 읽는 내내 너무 갑갑했다. 유일한 단서인 쪽지에 적힌 ‘마그다’라는 여성의 이름에서 출발해 베스타는 직감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탐정이 되어 자신만의 추리 지도를 그려나가고자 한다. 마그다, 즉 마그달레나 타나스코비치라는 인물은 아무런 단서도 보이지 않고 베스타의 추리도 아무런 진전이 없이 그저 그녀의 생각 속에서 터무니없이 진행이 된다.

베스타가 주변을 살피고, 이웃을 염탐하고, 도서관 컴퓨터로 검색해서 얻은 추리소설 작법 요령을 따라 마그다의 삶과 죽음을 추리하는 행위는 탐정보다 소설가를 닮은 듯 논리적이라기 보다는 감정적인 면이 더 많이 드러나는 듯 하다. 베스타는 이런 과정에서 마그다의 주변인물일 법한 사람들을 마주치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가 크고 작은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현실과 추정의 혼란한 경계로 스스로를 몰아간다.

아무런 진전도 없이 황당한 전개로 소설은 마무리되고, 소설 뒤의 '옮긴이의 말'에서 나의 의문점이 해결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인칭으로 서술되는 이 이야기를 다른 인물들의 시점에서 다시 옮긴다면 베스타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아주 잠깐씩만 현실로 나오는 치매 초기의 노인처럼 보일 수도 있다.'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의문점은 해결되었지만, 또다른 우려를 낳는다. 치매를 한 삼년 앓다가 뇌일혈로 돌아가신 친정 아버지, 이런 가족력 때문에 치매는 무섭다. 베스타처럼 자식도 없고 남편도 먼저 세상을 떠나 홀로 남겨진 경우에 치매 발발한다면 이건 너무나도 크고 걱정스러운 이야기다. 물론 자녀들이 있어도 치매 간병하는 일은 끔찍하겠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인 베스타도 책을 펼친 독자도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한다. 따라서 쪽지 한 장만 가지고 사건의 내막을 추리하는 과정이 주인공과 독자의 공동 작업처럼 흘러가는 한편, 오직 주인공의 생각과 시선에 의지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와중에 베스타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그 신뢰를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데서 이 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팽팽한 긴장과 의구심 속에서 질주한 이야기의 끝에는 예기치 못한 충격적인 사건과 함께 베스타가 손안에 쥔 죽음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보게 할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

2021.8.12.(목) 두뽀사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