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확인하자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최 상사였다. - P195
유나에게 최 상사는 해고를 당하도록 힘을 쓴 사람이었다. 그냥 뒀다면 그건 신유나가 아니겠지. - P198
안 돼요, 아빠. 반달늪을 넘어가면 안 돼요. - P202
선명하게 보이는 게 있다면 우비 자락 아래로 드러난 파란 장화뿐이었다. - P204
요망한 생쥐는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 창턱에 앉아 있는 걸, 엄마가 봤을까. - P207
아빠는 왜 가버렸을까. 아침에 다시 오자고 약속해놓고. - P211
살짝 뚜껑만 열어봐. 요망한 생쥐가 또 요망하게 부추겼다. - P212
왕벌 참이 달려 있는 아빠의 가방이었다. - P212
아빠가 입었던 옷이었다. 상자 밑바닥에 놓인 갈색 운동화 역시 아빠 것이었다. 운동화 속에는 아빠의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 - P213
지유는 곧바로 알아차렸다. 화덕 안에서 타고 있는 게 뭔지. - P214
화덕 안에 쌓인 잿더미를 보자 그만 울고 싶어졌다. 꿈이 아니었다. 엄마는 진짜로 가버린 모양이었다. - P216
시골집을 나선 건, 일요일 오전이었다. - P220
"괜찮아. 그건 엄마 물건이 아니니까. 아빠가 버리고 간 거야." - P221
아빠는 왜 휴대전화를 놔두고 갔어요? - P222
"지유, 이모가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지난주에 엄마랑 아빠랑 시골집에서 지냈지?" - P231
거짓말을 할 수 없다면, 대답도 할 수없었다. 그것은 비밀이었으므로. - P232
그는 이 일이 사고임을 입증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확하게말하자면, 살인 혐의를 벗어야 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으나, 누구나 의심하는 바였다. - P233
그나마 손톱만큼 남아 있는 의지력을 술로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 P237
또 아이를 갖는다는 건 무책임을 넘어 범죄에 가까웠다. - P239
ㅡ 난 내 새끼 죽고 쓰러져 있는데, 넌 네 새끼랑 행복한가 보네? 죽은 내 새끼는 네 새끼가 아닌 모양이지? - P241
그가 아는 자신의 나쁜 잠버릇은 지나치게 자주 깨어난다는 것이었다. - P243
폭발하듯 터지는 섬광, 빛이 사라지기 직전에 본 하얀 손, 덮쳐오는 어둠, 그는 얼어붙은 호수 밑에 갇혀 몸부럼치다, 비명을 토하며 깨어나곤 했다. - P245
다만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는 때가 있다. 농담도, 비난도, 배려도, 위로도,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 때. - P248
지금이 그랬다. 그가 아내에게 원하는 건 딱 하나였다. 자신에게서 떨어져줬으면 했다. - P248
눈자위가 서늘하게 굳어졌다. 호의를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나타나는 아내 특유의 한기였다. - P249
수업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하는 것 - P251
그들에게 자신은 이미 동료가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를 잃은 불운한 아빠도 아니었다. 자기 자식을 죽인 살인자였다. 그러고도 태연하게 출근한 개자식이었다. - P252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운전석에 앉았을 때, 진우가 차 문을 잡고 말했다. "나한테 물어볼 게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 - P254
지금껏 그는 그렇게 살아왔다. 자기 꼬리를 외면하는 개와 다름없이, 삶의 행로는 꼬리만큼 길고 분명한 것이었다. 꼬리를 자른다 하여 사라지지도 않는다. 양쪽 엉덩이 사이에 꼬리가 있었다는걸 적어도 한 사람은 기억할 테니까. 바로 자신은. - P256
혹시 용서받기를 바라고 있다면, 그 바람 고이 접어둬. 행여 죄를 벗길 원한다면, 그 희망 포기해. 우리는 절대로 도망칠 수 없을 거야. 나는 아이를 버린 내 죄로부터, 너는 아이를 죽인 너의 죄로부터. - P256
너는 매트리스를 서너 장씩 겹쳐 쌓아도, 그 밑에 머리핀 하나만 깔려 있으면 잠을 못 자는 인간이야. 기절하도록 술을 마셨거나, 수면제라도 한 움큼 집어삼켰다면 또 모를까. - P257
수면다원검사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자는 동안 뇌파와 심전도, 호흡양상, 근육의 움직임 등을 분석하는 검사라 했다. - P258
잠시 생각을 정리해봤다. 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뭔지. 자신은 뭘 증명하고 싶은 것인지. 그 증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 P258
그에겐 자신이 노아를 죽이지 않았다는 최소한의 단서가 필요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실치사든 아니든, 자식을 죽인 아비로는 살아갈 길이 없었다. - P258
늘 느끼는 바이지만, 아내에겐 안아주고 싶게 우는 비범한 재능이 있었다. - P260
더하여 정확한 자리에 칼을 꽂는 재능도 겸비했다. 아내는 눈물을 흘리고 흐느끼는 와중에 그의 가장 아픈 곳을 찔러 입을 닥치게 만들어버렸다. - P260
"신유나 씨 전남편인 서준영 씨가 실종됐습니다. 지지난주 화요일이니까 오늘로 13일쨈니다. 현재 탐문 수사 중인데 도움을 받을수 있을까 해서 들른 겁니다." - P262
껌껌해진 시야에 하얀 손이 번득 나타났다 사라졌다. 느닷없는 질문이 머리를 스치고 갔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불을 껐던가. - P266
의사의 대답은 단호했다. "보편적인 경우는 아닌데, 오른쪽으로만 움직입니다." - P267
강렬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문자였다. 아내가 가출할 때마다 그가 보내던 문자와 똑같았다. - P269
네가 날 닮아서 노루잠 잔다고네 아빠가 노상 투덜댔잖니. 그렇게 송장처럼 잔 건 맹장 수술하느라고 마취했을 때 이후로...... - P271
안개 같은 혼란이 그를 덮쳐왔다. 1월 25일이라는 날짜가 의미하는 바가 뭔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자신과 처음 만났을 때 이혼녀가 아닌 유부녀였다는 사실 말고는. - P274
그중 한 남자는 그도 아는 사람이었다. 13년 전 사진이고 얼굴도 흐릿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진우였다. - P276
그는 알고 싶었다. 맹목적으로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고, 견디기힘든 성격의 몇 가지 측면을 제외하면 여전히 사랑한다고 믿는 자신의 아내가 누군지. - P278
김진우, 통화 시각은 어제 오후 2시 37분이었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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