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아이들이 모이는 날이었다. 하남에선 그의 아들인 노아가, 인천에신 아내의 딸인 지유가 와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 P59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것, 언론사 기자라는 것, 장인이 돌아가신 후부터 처가에 들어와 살고 있다는 것. - P60
그보다 더 타당한 추측은, 지유의 ‘집‘과 처형의 ‘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 P61
그는 지유에게 집일 수 있는 곳은 어디일지, 따져봤다. 세 개의 집이 나왔다. - P61
첫 번째는 외할머니와 함께 사는 인천 집, 두 번째는 엄마와 새아빠가 사는 청연 신도시 집, 세 번째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친아빠의 집. - P61
이번에 함께 오기로 한 건 집수리 때문이었다. 집 전체를 손보는 공사라 며칠 지낼 곳이 필요했다. - P62
자신과 아내의 일에 어머니가 끼어들게 해서는 안 되었다. - P63
아이를 방패 삼아 지금껏 전남편과 만나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 - P63
"너, 네 처랑 결혼할 때 뭐라고 약속했니? 이제부턴 네가 노아를 키우겠다고 하지 않았니?" - P65
진우는 그의 고교 시절 친구였다. 같은 해에 같은 학교로 발령 받은 직장 동기이기도 했다. 각자 다른 대학에 진학하면서 소원해졌다가, 선생이 되어 만난 후 고교 시절로 회귀한 사이였다. - P67
아내와의 결혼으로 뭘 감당해야 하는지 미리 알았다면, 그래도 결혼했을까. - P69
은호는 전처 윤희의 소식을 들었다. 이혼하자마자 유학을 가더니, 가자마자 근본 없는 텍사스 촌놈과 결혼해버렸다고 - P69
옛 아내의 인생보다 자신의 인생에 집중하게 해줄 묘약. - P70
호텔 근처에 ‘샤먼 록‘이라는 기가 센 바위가 있다고 했다. 해가 호수 건너편 산등성이에 닿을 때 소원을 말하면, 바위 신이 귀담아들어준다고 했다. - P75
알록달록한 천들을 솟대 같은 기둥에 감아놓은 관문이었다. - P76
세상에는 두 종류의 미인이 있다고 했다. - P77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지하는 범용 미인. - P77
꽂힌 자에게만 추앙받는 전용 미인. - P77
진우는 대학 시절 지운이라는 남자와 그녀의 집에서 커피를 얻어 마신 적이 있다. - P79
‘왕년엔 문학소년, 현재는 이혼당한 국어 선생‘ - P79
서른네 살이나 된 남자가, 그것도 전처의 재혼 소식에 화병이 났던 쪼잔한 이혼남이, 옆집 소녀에게 반한 열네 살 소년처럼 굴고 있었다. - P81
어머니가 소년을 남자로 만드는 데 20년이 필요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바보로 만드는 덴 20분이면 충분했다. - P80
말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듣는 쪽이 편했다. 상대가 어머니일 때만 빼고. - P83
‘손은 어쩌다 다쳤느냐‘는 세 번째 질문은 꿀꺽 삼켜버렸다. - P86
좀 더 자라 천식이 나아지면, 축구교실에도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주치의의 말은, 노아에게 계시였을 것이다. - P92
그는 문학도 시절 써먹던 케케묵은 ‘라면 법‘을 소환했다. - P93
이 여자는 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걸까? 머릿속에서 자아의 울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로 보긴 뭐로봐, 등신 호구로 보지. - P95
운전하는 내내 정신 사납게 말을 붙이고, 문제가 생기면 거친 운전을 탓하고, 그만하라고 하면 과거 일을 낱낱이 소환해 차에서 내릴 때까지 쏘아붙였다. - P96
65년을 살아온 인간은 상수지 변수가 아니니까. - P96
아내의 미소가 봄 햇살처럼 환해서, 아내의 목소리가 개울물처럼 조곤조곤 귓가로 흘러와서, 그를 보는 눈이 겨울바람처럼 차서, 자그마한 얼굴이 내뿜는 온기와 한기의 낙차에 머리가 띵해서. 와중에도 입이 저 알아서 나불거리고 있었다. - P98
아내에 따르면, 지유는 친아빠에게 교묘한 방식으로 성추행을 당한 아이였다. - P100
지유는 독립적이고 조숙하고 조용한 아이였다. - P100
노아에게 없는 차분함과 묘하게 당돌한 부분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 P100
지나치게 영리하고, 섬뜩할 만큼 예뻤다. - P100
두 여자가 한마디씩 치고받을 때마다, 그는 500원짜리 동전 하나씩을 삼키는 기분이었다.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 P102
배냇병신 마마보이라고, 아내가 지적한 바 있는, 결혼생활을 위협하는 그의 두 번째 결함이었다. - P107
셔터를 내린 닫힌 창처럼,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표정을 빼면, 식탁에 앉은 모두를 투명인간으로 만드는 표정이었다. - P109
진실을 밝히자면 노아를 데려오지 못하는 절반의 책임은 아내에게 있었다. 나머지 절반은 신유나라는 여자의 꼬붕 노릇을 하는 차씨 집안의 어떤 등신에게 있었고. - P111
문제는 두 여자가 서로 다른 지점에 방점을 찍었다는 데 있었다. 어머니는 ‘결혼과 함께‘에, 아내는 ‘함께 살 집‘에. - P113
아내는 두 아이를 같은 날 함께 데려오길 원했다. - P115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따른 우주를 가진다. 결함도 결핍도 없는 완전성이 아내의 우주였다. - P115
그의 이기적 성향은 결혼생활을 위협하는 세번째 결함이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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