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복잡한 도면을 보듯, 지리학자가 등고선을 관찰하듯 나만 바라봐. - P275
그날 이후 해리는 하나의 질문을 되풀이했다. 그는 왜 멈추지않았을까? - P276
혼자 살아남은 자책감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살인자의 아들을 사랑한다는 불안이 뒤섞인 감정 때문이었다. - P276
"그냥…… 알고 싶어서요.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요." - P279
그 순간 해리는 자신의 삶이 거짓의 토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81
거짓말이 통하는 건 얼마나 그럴듯한가가 아니라 사람들이뭘 믿고 싶어 하는가에 달려 있어. - P281
우린 그저 알아낸 걸 토대로 모르는 걸 생각하고 또 생각할 뿐이야. 추측하고 가정하고 유추하고 망상도 하지. 그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거야. 수사의 언어는 논리와 증거니까. - P282
그때 반장에겐 세 가지 수사원칙이 있었어. - P282
첫째 증명 가능한 진실이어야 한다는 거야. 진실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진실에 가까워야 한다는 점이지. - P282
둘째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거야. - P282
마지막으로 사회가 받아들일 만한 근거를 지녀야 한다는 거야. - P283
"진실에 가까운 건 진실이 아니에요. 독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우물물 전체가 독약이 되는 거예요." - P283
아저씨는 살인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살인을 인정했기 때문에 살인자가 된 것이다. - P283
그의 자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그의 살인 행위는 의문투성이였다. - P283
모든 의문은 필연적인 하나의 질문에 수렴되었다. 도대체 누가 언니를 죽였나? - P284
그러나 아저씨는 언니를 찾지도 못했고 언니를 따라간 남자를 잡지도 못했다. - P287
해리는 그때 두 사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몰랐지만 한조가그린 〈오필리아; 여름〉을 본 순간 언니의 죽음을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았다. - P289
살인자에게 평생을 견뎌도 모자랄 고통을 안길 복수의 방법이 필요했다. - P291
마침내 그가 모든 것을 가졌다는 만족감으로 자신의 성취를 마음껏 누리며 그것이 절대 무너지지 않을 거라 확신하는 순간 그것들을 회수해야 했다. - P291
그녀가 이산을 떠난 건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 P292
‘미라‘, ‘프랑켄슈타인‘, ‘네페르티티‘ - P295
이한조 개인전
옥인동 당주 갤러리 10월 16일 ~ 10월 29일 - P297
〈봄〉 편의 오필리아는 정원의 진흙더미를 비집고 땅 위로나왔다. - P298
〈가을 〉편에서는 물에 잠긴 응접실 한가운데에 반듯이 누워 있었다. - P299
〈겨울〉 편에서는 투명한 얼음장 아래에서 두 눈을 홉뜨고 물 위를 바라보는 그녀가 흐릿하게 어른거렸다. - P299
눈에 띄지 않는 자투리 기사였지만 《쿤스트》는 한조의 첫 전시회를 실어준 유일한 매체이기도 했다. - P301
"《쿤스트》는 공룡처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 당장은 아니겠지만 천천히 죽어가겠죠. 날렵하고 빠른 포유류들의 세상이 될 테니까요." - P304
해리가 인영의 파격적인 지원을 업고 기획 TF팀에 합류한지 6개월 만에 《쿤스트》는 미술잡지도 디자인 잡지도 아닌 예술 경영 지침서로 변모했다. - P307
네 점의 연작은 그가 팔았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었고 그의 유일한 자산이자 다시없을 가능성이었다. - P310
아버지가 하워드 주택을 망가뜨렸다는 자책감도 돌아가기를 망설이게 했다. - P312
"이 작품나쁘지 않아. 여기엔 뭔가 있어. 그림 속에 자기가 보여, 자기의 고독, 자기의 과거, 자기의 기쁨, 자기의 고통 말이야." - P314
칼날의 움직임과 방향에 따라 꾸덕한 무채색 표층 아래로 갖가지 원색들이 드러나 있었다. 다채로운 색과 복잡한 칼자국이충돌하며 예상치 못한 역동성이 태동했다. 쐐기 모양으로 도려낸 색들이 강렬한 존재감을 발했다. - P317
어렴풋이 기억이 떠올랐다. 작업대에서 주워든 커터칼의 은빛 날, 우뚝 서서 노려보던 캔버스의 표면, 날카롭게 부러뜨린커터날, 물감을 파고들던 칼날의 느낌, 그어진 틈 사이로 번지던 현란한 색들. - P318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 P319
그녀가 평생 사랑한 남자의 삶을 산산조각내기 위해. - P322
열여덟 살의 고교 자퇴생을 대학생으로 착각한 건 당신이었어. - P325
그러니 당신에게서 뭔가를 빼앗으려면 그걸 가지게 할밖에. - P327
"당신은 나와 우리 가족의 삶을 망가뜨렸어." - P329
그렇지만 당신은 그 말을 했어. 거, 짓, 말. - P331
지수에 대한 나의 사랑은 짝사랑일 뿐이었고 난 그렇게라도 그녀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었어. - P332
그랬기 때문에 자네가 잘된 걸 더 기뻐했을 거야. - P334
일곱 번째 상황점검 회의에서 반장 강일호는 지수의 몸에 물리적 폭력의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면식범일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 P335
사실 난 지수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심증을 버리지 못했어. - P339
자기 아버지가 언니의죽음을 감추고 엉뚱한 사람을 살인자로 몰았을지 모른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었겠어?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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