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계는 뜻하지 않은 관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 P205
어느 부분에서 실수한 건지 헷갈려서 멍해졌다. - P209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어려운 사람이 돼버렸다. - P209
겨울이 봄으로 덮여갈 때까지 호계는 줄곧 그림만 그렸다. - P210
그러나 호계는 여전히 서툴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 P210
그러므로 계절이 마법을 부리기 전까지 그는 언제까지고 겨울 안에 머무는 수밖에 없었다. - P211
예진은 지난 몇 계절의 자신을 이해하거나 용납하기 어렵다. - P212
예진은 분노했고 분노가 슬픔을 얼마간 앗아간다는 것에 감사했다. - P216
날 이상하고 신기하게 보는 예진 씨 시선이 애정으로바뀔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 P218
그로부터 며칠에 걸쳐 천천히 떠오른 생각은 사과해야 한다는 거였다. - P218
삶에서 파생하는 여러 고민을 한 번이라도 내재화해 성숙시킨 적이 있던가. - P219
난 네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부른 그 실수의 크기보다 네가 더 좋으니까. - P221
다시 여름 ㅡ 한철의 영원, 영원한 한철 - P223
급작스런 임대료 인상을 통보받았고 현실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 P225
그렇게 해서 재인은 효고동을 떠나 집에서 지하철로 여섯 정거장이 떨어진 작은 상권에 터를 잡았다. - P225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적당한 거리에 새로운 가게가 생긴 거다. - P225
새로운 공간에서 뭔가를 시작한다는 건 어쨌거나 설레는 일이니까. - P226
엄마는 톡 치면 동그랗게 말리는 공벌레처럼 단단하게 버틴 채 화가 날 때는 화가 난 대로, 풀렸을때는 풀린 대로 감정을 여과 없이 분출했다. - P226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해보는 독립선언 - P227
이 계절 가장 많이 떠올린 건 봄밤의 도원 씨다. - P228
내 머릿속에서 멋대로 정해버린 모습대로 재인 씨라는 사람을 규정했던 거야. - P229
늘 맑다고만 생각했던 도원의 죄스런 과거 - P229
아무렇지 않게 다시 살아지던 일상에 대해 - P229
봄눈이 이슬이 될 때까지 조용히 경청했다. - P229
"난 도원 씨에게 나를 이해시킬 자신이 없어. 그 어떤 언어를써도, 역시 안 될 것 같아. 그러니까.……." - P231
이제 재인의 세계에는 엄마도 현조 씨도 도원 씨도 호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 P231
호계를 생각하면 도원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한쪽 가슴이 아리다. - P231
그러므로 그녀는 이제 백지처럼 결백한 영혼을 지닌 새 사람이다. - P231
재인의 신메뉴는 블루베리 시럽과 유자 시럽이 적절한 비율로 섞인 핑거케이크다. - P232
빵을 좋아하는 이유를, 창백하고 보잘것없는 덩어리가 따뜻하고 촉촉하게 부풀어오르는 게 좋아서 - P234
호계는 마음이란 역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중 - P235
오래전부터 호계는 목적도 기약도 없는 긴 여행을 꿈꿔왔었고 지금이 아니면 가지 못할 것 같기에 - P237
"나 너 아낀다. 네가 죽음을 알든 모르든." - P243
술 좋아하고 천성적으로 자유롭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균상은 프로 중의 프로다. - P245
편집은 녹음과 동시에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247
스탭들이 모두 떠난 뒤, 도원은 믹싱 스테이지로 자리를 옮겨녹음된 사운드를 조금 더 세밀하게 편집한다. - P248
예진에게 뒤늦게 온 사과의 메시지에 도원이 답하지 않은 건 덧붙일 말이 없어서였다. - P249
때로는 그런 관계도 있는 법이다. - P249
늘 빛 없는 지하에만 파묻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거리에서참 많은 사람을 만났구나. - P250
밴드를 했던 시절에도 그랬고 사운드 슈퍼바이저인 지금도소리라는 건 역시 지하에 있어야 온전히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해 온 그다. - P251
자신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 P252
예진은 야릇한 절망감에 빠진 채 속절없이 희망했다. - P254
새로운 연인은 플로리스트였으며 이름은 ‘영원‘이었다.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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