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거친, 삶에 마모됐으나 고집스러운 얼굴을 본다. - P145

습한 추위다. 온도는 따스해도 피부밑으로 침범하는 서늘한 습기는 피할 길이 없다. - P146

미치와 루카가 묻혀 있는 나무들 - P146

그리고 나무들은 잘 지낸다. 살아 있을 때의 미치와 루카처럼. - P147

강아지 루카를 분양받고 얼마 후 길에서 비에 맞아 오들거리고 있는 아기 고양이 미치를 데려온 날 - P147

행복했던 순간들은 왜 과거가 되면 슬퍼지고 마는 걸까. - P148

사랑도 영원도 거짓된 명제임이 드러났을 뿐 - P148

현조 씨와 재인은 합의된 딩크 부부였다. - P148

아이를 낳는다면 사랑해줄 자신은 있었다. - P148

다만 그 사랑의 형태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면 현기증이 났다. - P148

엄마와 아버지 같은 부모가 되지 않으리라고 자신할 수 없었고 이유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 P148

생각이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유로 - P149

자연스러운 보통의 가정‘을 원한다며 재인을 설득하기 시작
- P149

어느새 자기 뜻대로만 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 P149

어떤 식으로든 이 쳇바퀴 같은 대화에는 끝이 필요했다. - P149

이런 얘기를 털어놓아도 이해할 사람이 있을까. - P149

자신이 재인에게 얼마나 상처를 줬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얼굴이다. - P151

지금 자신이 짓고 있는 표정을 그가 또 얼마만큼이나 제멋내로 오해해버릴지 궁금해하면서. - P151

작은 구멍이 난 풍선처럼 엄마의 기력이 폴폴 빠져나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 P151

어떻게 되든 혼자 살지는 마. - P152

"너무 착하게 키웠거든. 그러면 세상 살기 어려워지는 걸 몰랐지." - P153

근데 조금 더 못돼져도 좋아. 그리고 혼자 늙지는 마라. 늙더라도 누군가랑 같이 늙어. - P153

엉망진창인 하루를 겪은 재인의 마음은 황폐하기 짝이 없다. - P154

마음에 깃든 숱한 어둠의 조각들을 내보여도 자신을 향한 도원의 눈빛은 지속될 수 있을까. - P154

두터운 비밀엔 그늘이 스민다. - P154

호계의 마음속에는 감옥이 하나 있다. - P157

감옥 안에는 그의 부모님이 갇혀 있다. - P157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 P157

혹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 P157

호계는 부모에 대한 감정을 그 안에 가두었다. - P157

할머니 - P157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었지만 입을 열자 꾹 닫힌 가슴 안에 묻어놓은 이야기가 가감 없이 터져나왔다. - P157

여덟 살이 되었을 때 호계는 할머니를 만났다. - P158

조용하고 섬세했으며 모든 것을 ㅡ 심지어 어머니와 아버지의 성정마저도 ㅡ 보듬을 줄 알았다. - P158

할머니는 호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등불이었다. - P158

호계의 작고 그늘진 내면을 비춰주던 등불. - P158

가슴속의 등불이 점차 빛을 잃어가는 동안 호계는 성인이 되었고 이미 타인을 믿지 않는 심성이 굳어지고 있었다. - P159

그럼에도 대학에 합격하고 입학을 앞두었던, 말하자면 소년이었던 마지막 겨울, 호계는 어렵게 수소문해할머니를 찾아갔다. - P159

할머니는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나 다름없었다. - P159

돈을 갚아야 한다고 해서가 아니었다. 뱉어낸 말의 온도 때문 - P160

가족도 없어 홀로 치러진 할머니의 장례를 지켜보며 호계는 그 결심을 굳혔고 결국 아버지와 연을 끊었다. - P160

아버지는 지금 병상에 누운 지 오래다. - P160

아버지는 호계가 한 번쯤 들러주기를 바라고 있다. - P160

더 늦기 전에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이유로. - P160

이 질문이 너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 자체에 주목해봐. - P161

같은 고민을 계속 안고 있다는 건, 이미 네가 결론을 알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 - P161

어쩌면 예진의 눈빛에 응원이 담겨 있다고 느껴서였는지도 모른다. - P161

아버지가 누워 있는 병원으로 향하던 그의 발걸음은 망설임과 더불어 마지막 순간까지 몇 차례나 멈춰졌다. - P161

오늘의 방문은 화해와도 용서와도 관계가 없는, 어쩌다 들른 외출 같은 것이다. - P162

이것이 마지막 방문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당황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에.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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