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바캉스 에디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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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이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막연히 궁금해서 읽어보기로 하였다. 김영하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을 지나가다 본 기억이 있었는데, 똑똑하고 유명한 작가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 사람의 글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의 글은 내가 공감하기에는 조금 어른스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러면서도 뭔가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더군다나 당연한 것이지만 나는 여행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나 내용에 집중하며 글을 읽었던 것 같다.

 수험생이라 여행을 갈 수 없는 나에게는 이 책이 대리 여행과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여행기라고 하면 대부분 그곳의 풍경에 대한 감상이나 여행하면서 겪은 사람들간의 이야기를 떠올릴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책은 여행의 이유, 더 나아가 나와 대화하는 여행기라고 느껴졌다. 저자의 담담하면서도 진솔한 어투가 나에게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끔 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내용은 <알쓸신잡> 촬영을 위해 떠난 여행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그 여행 중에 출연자나 제작진 모두 방송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점에서 자신들 모두 '카프카적 상황'에 빠져 있다고 한다. 여기서 카프카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를 말한다. 그의 소설 속에서 건축기사 k는 성을 찾아 떠나지만 사람들은 여기 또는 저기를 가리키고, 누군가는 그가 이미 성 안에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저자는 성을 찾아다니지 말고 그냥 유일하며 다시 오지 않는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그러자 그는 마음이 좀 편해졌다고 한다.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이 책의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그주제를 관통하는 내용이라고 느껴졌다. 두 번째로는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가족 여행을 떠나 새벽 기차를 타고 나오면서 그 순간이 정말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다. 외국 여행을 갔을 때는 '일상'을 살고 있는 현지인들에 둘러 싸여 일상으로부터 떠나 있는 그 상황이 내게는 너무 즐거웠다.

 나는 힘들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하고 있던 무언가를 그만두거나 도망치는 습관이 있다. 물론 전혀 좋은 습관은아니다. 그럼에도 당분간은, 아니 거의 평생에 걸쳐 하기 싫은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길고 짧은 여행이 함께한다면 힘들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2019.5.12.(일) 이은우(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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