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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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해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베스트셀러라면 괜히 한번 읽어보고 싶어하지만 왠지 이 책은 너도나도 너무 읽는 것 같아 괜시리 튕기면서 지금껏 모른척했다.

 

그러다 도서관에 좌르륵 꽂혀있는 이 책을 보는 순간 이번에는 읽겠구나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 너무 좋다.

 

독특한 상상력과 긴박감 있는 사건전개, 그리고 시간에 얽매여 사는 현대인에 대한 통찰력까지!!

 

하지만 아직도 나에게는 모모와 같이 시간을 즐기며 살 자신이 없다.

 

이미 회색신사와 거래라도 한듯, 나는 여전히 시간을 쪼개어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여기며 나를 독촉하고, 아이들을 독촉한다.

 

도봉산 무수골에서 물장구하며 노는 것보다는 기말고사가 코앞이니 수학문제 하나라도 더 풀어보라고 닥달하는 나,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인 나는 회색신사와 같은 부류구나 여길 것이 틀림없다. 부끄럽고, 조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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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나도 울 엄마 창비아동문고 2
이주홍 지음, 이은천 그림 / 창비 / 199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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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보는 순간 쾌쾌하면서도 습기 가득한 곰팡이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평택집은 아빠의 독특한 건축관 덕분에 약간 반지하로 되어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다.

 

그런데 문제는 북향이었던 우리방이 여름이면 습기 때문에 눅눅해서 책장에 꽂혀진 책들이 쿰쿰한 냄새를 피워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적 방바닥에 배를 깔고 읽었던 책들을 떠올릴 때면 항상 서늘하고, 쿰쿰하고, 그러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에 사로잡힌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다른책에 비해 유난히 낡은 표지에 누런 종이, 옛날책이라는 게 너무 표가 나는 '못나도 울엄마'는 읽으면서도 가슴이 울컹울컹하는 게 예사로운 책이 아니었다.

 

이주홍이라는 작가의 독특한 이야기구조(꿈을 꾸면서 겪은 일을 주로 표현)와 요즘에는 쓰이지 않는 단어사용 때문이었으리라.

 

이번에 읽은 '못난이 울엄마'에는 이주홍씨의 다른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어 그의 작가적인 특색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어렸을 때 읽었던 것은 그 때의 기억을 새록새록 피워올리며 행복하게, 새로 읽은 작품은 그 나름의 맛으로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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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선생님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2
패트리샤 폴라코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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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티비에서는 1학년 학생을 구타한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교사로서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아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선생님들마저 같이 매도되는 것 같아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폭력을 일삼는 교사가 아직도 있다는 사실과 그 장면을 교실밖에서 찍고 있는 학부모가 있다는 사실.

살얼음판 같다.

 

그런데 마침 학교도서관에서 읽게 된 이 동화책은 푹 가라앉았던 나의 마음에 다시금 교직에 대한 열의를 북돋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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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샤는 어려서부터 책을 사랑하는 가족 안에서 자라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다른 아이들은 술술 읽게 되는 글자를 트리샤는 전혀 읽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트리샤는 난독증 환자였던 모양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트리샤는 점차 학교 안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공상과 그림그리기에 열중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5학년이 된 트리샤.

 

여전히 글을 읽지 못하는 그녀 앞에 멋진 남자 선생님인 폴커 선생님이 등장한다.

 

아이들은 멋쟁이 선생님 앞에서 잘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데 폴커 선생님은 이상하게도 글을 읽지 못하는 트리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며 그녀가 글을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몇 달간의 노력 끝에 트리샤에게는 마법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다. 바로 글자가 읽혀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녀가 7살 때 할아버지께서 책을 주시면서 그 위에 꿀을 뿌리고 트리샤에게 맛보게 했던 그 꿀처럼, 달콤한 지식의 세계가 마침내 그녀 앞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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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나와 우리반 아이들을 떠올렸다.

 

늘어난 토요휴업일에 기뻐하면서도 진도나가기에 빠듯하여 매일매일 단거리경주를 하듯 숨가쁘게 수업을 해왔다.

 

아마도 10명 정도는 내 말이 귓가에서 맴돌다가 아무 의미없이 사라졌겠지..

 

그것을 알면서도 아이들 하나하나 보둠어 함께 데리고 갈 여력이 없었다.

 

단지 나머지 공부를 시키면서 못한 숙제들, 문제집을 풀게 하고 그것으로 내가 해야할 일을 했다고 만족하며 지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사랑으로 그들을 대했던가.. 생각해보면 부끄러울 따름이다.

 

분명 나의 아이들 중에도 트리샤와 같이 어두운 계단 밑을 자신의 안식처로 여기며 숨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었을 것인데, 나는 그런 아이들을 발견하는 눈을 가지지 못했다.

 

조용히 다짐해본다.

그늘 밑에서 조용히 나와 눈맞춤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바라보자고.

그들에게 한번만 더 손을 내밀어 어깨들 다독여 주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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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8-05-1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커 선생님은 진짜 좋은 선생님이세요.
아이들과 스승의 날 즈음해서 수업했답니다.
 
아빠는 지금 하인리히 거리에 산다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4
베레나 발하우스 그림, 네레 마어 글, 이지연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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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시 동화책에 빠져들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보는 멋진 동화책이라 다시 한번 살펴보니 책 표지에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표시가 있다. 이런 수작에 걸맞는 상이다.

 

이 책은 부모님의 이혼을 다룬 동화책이다.

 

일부러 가슴을 아프게 하는 사건이 없지만은 아빠가 이혼한 뒤 이사를 간 후 엄마 옆에서 자는 아이가 악몽을 꾼다든지, 엄마가 하라는 것과는 반대로 행동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왠지 코끝이 찡하다.

 

아마도 아이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크게 상처받았겠지?

 

짧은 책이지만 뒤로 넘어가며 나는 부모님이 극적으로 화해할 것이라 예상했다.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느 동화책이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것과는 달리 그의 부모님은 이혼한 채 그대로이며 대신 양쪽 집을 오가면서 아이가 선택한 방법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곰인형을 각각 하나씩 침대에 두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떨어져서 지내시지만 곰인형(자신)은 부모님과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아이의 모습, 그것이 끝이다.

 

.....

 

사랑의 유효기간은 18개월 혹은 24개월이라고 말을 한다.

 

이번주 수요일이 오빠를 만난지 정확히 2년째가 되는 날이니 아마도 이번주를 고비로 오빠와 나를 들뜨게 했던 사랑의 유효기간은 끝이 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혼한지 한달밖에 되지 않은 나는 그 사랑의 유효기간이 아직도 충분히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믿고 있다. 신혼의 단꿈은 한낱 꿈이 아니라 나에게는 현실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결혼이란 삶 자체이기에 달콤하기만 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많은 이들이 서로에게 실망하고 등을 돌리고 멀어지면서 이혼을 말하게 된다.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받은 부분만을 헤집으면서 절대 함께 살 수 없으리라 말한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한들 이혼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질 않는가?

 

이 책에서 보듯이 이혼을 해야하는 당연한 이유들을 뛰어넘는 '해서는 안될' 이유가 바로 자식이기 때문이다.

 

바보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식 때문에 산다고 하지만 자식에 대한 그 바보같은 사랑 때문에 유지될 수 있었던 가정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래서 아직 자식이 없지만 막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다짐하는 바는 살메 대해 좀더 큰 책임감을 가지자는 것이다.

 

사랑 때문에 행복하고 즐거울 때에는 그것에 기뻐하고, 혹여 사랑이 사라져 살 수 없을 것만 같아도 내가 선택에 삶에 대해 책임을 지리라.

 

그리고 바라기는 좀더 많은 가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행복한 부모님과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아이들의 감성은 연한 살만큼이나 연약하질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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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 네버랜드 Picture books 026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로버트 브라우닝 지음, 케이트 그린어웨이 지음, 김기택 옮김 / 시공주니어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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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이다.

 

그러나 시공주니어에서 새롭게 펴낸 이 책은 좀더 고풍스럽고 문체 또한 옛스러워 마치 피리소리를 따라 그 먼 옛날 하멜른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나의 옛 기억으론 피리 부는 사나이는 어린이들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이 책에서는 어린이들이 사나이를 따라 멀고 먼 나라로 모두 가버리고 만다.

 

슬픔과 비통에 찬 도시가 바로 하멜른,

약속을 지키지 않은 어른들에 대한 보복 치고는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책의 말미에는 이 전설이 내려오게 된 배경과 어린이들이 집단적으로 사라진 것에 대한 역사적인 추리가 나와 있는데 사실이야 어찌 되었든 동화책 속의 내용은 환상과 상상으로만 채워지는 게 더 낫다고 본다.

 

거짓말처럼 사라진 아이들과 거짓말처럼 그들을 데리고 가버린 피리 부는 사나이이가 거젓말에 길들여진 어른들이 없는 그들만의 세계로 떠났다고 생각하는 편이 더욱 행복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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