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표지를 보는 순간 쾌쾌하면서도 습기 가득한 곰팡이 냄새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평택집은 아빠의 독특한 건축관 덕분에 약간 반지하로 되어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다. 그런데 문제는 북향이었던 우리방이 여름이면 습기 때문에 눅눅해서 책장에 꽂혀진 책들이 쿰쿰한 냄새를 피워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적 방바닥에 배를 깔고 읽었던 책들을 떠올릴 때면 항상 서늘하고, 쿰쿰하고, 그러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에 사로잡힌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다른책에 비해 유난히 낡은 표지에 누런 종이, 옛날책이라는 게 너무 표가 나는 '못나도 울엄마'는 읽으면서도 가슴이 울컹울컹하는 게 예사로운 책이 아니었다. 이주홍이라는 작가의 독특한 이야기구조(꿈을 꾸면서 겪은 일을 주로 표현)와 요즘에는 쓰이지 않는 단어사용 때문이었으리라. 이번에 읽은 '못난이 울엄마'에는 이주홍씨의 다른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어 그의 작가적인 특색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어렸을 때 읽었던 것은 그 때의 기억을 새록새록 피워올리며 행복하게, 새로 읽은 작품은 그 나름의 맛으로 읽을 수 있었다.